♣ 꽃, 밥에 피다 송정은 대표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친환경 유기농 재료만을 사용해 정갈하고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꽃밥에피다’의 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인사동 골목을 걷다 보면 한옥을 개조한 나지막한 레스토랑 꽃밥에피다를 만날 수 있습니다. 레스토랑 앞 화단에 정성스레 가꾼 꽃과 채소, 허브가 결실을 맺고 있는 이곳은 식재료 뿐 아니라 인테리어, 음식의 담음새까지 구석구석 정성을 가득 담아냅니다.
농업 법인에서 직접 운영하는 꽃밥에피다는 무농약, 유기농 농장에서 식재료를 납품받아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제공합니다.
송정은 대표는 ‘아름다운 식재료를 사용해, 식탁 위에 건강하고 아름다운 먹거리의 꽃을 피우고 싶다’는 포부를 이야기합니다. 꽃밥에피다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도전을 소개합니다.
Q. 꽃밥에피다의 요리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먹는 것이 곧 나를 만든다’라는 말을 좋아해요. 그만큼 음식은 몸과 마음에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레스토랑 오픈 준비를 하며,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로 요리를 하는 곳이 얼마나 드문지 몸소 깨달았어요.
그래서 꽃밥에피다에서는 무농약∙유기농 쌀을 기본으로 유기농, 친환경 과일과 채소를 쓰고 일체의 화학조미료 없이 손수 만든 전통 장을 사용해 요리합니다.
전통 방식으로 발효한 장은 식재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조화로운 맛을 내기 때문입니다. 시중 양조간장도 쓰지 않아요. 저희 레스토랑에서 95% 이상이 친환경, 무농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귀하게 재배한 식재료를 잘 요리해 먹을 때, 음식이 사람의 삶과 사회서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사람들과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셈이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 가치에 대한 욕심이 꽃밥에피다를 여기까지 오게 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Q. 곧 레스토랑 오픈 만 5년입니다.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팔겠다는 것은 어려운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예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쳐 여전히 레스토랑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원칙과 신념은 늘 지키고 있어요.
오픈 초창기부터 각 지역의 농산물 생산자들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전라북도 장수군에서 무농약 친환경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님들과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소개하며 사과 요리 팝업 행사도 했고요. 소위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불리는 식재료는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흔히 B급 작물이라고 하지만, 모양새가 일정하지 않아 최상품으로 유통이 안 될 뿐이지 맛이나 영양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좋은 식재료들이거든요.
이런 유기농 못난이 농산물들을 적정한 가격에 매입해 농부들에게도, 소비자에게도 모두 가치를 전달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탄생한 요리 중 고객들이 가장 크게 호응해주신 요리가 송화 버섯 비빔밥이에요.
향이 좋은 송화 버섯을 생으로 얇게 썰어 밥 위에 올린 뒤, 수란과 양념을 넣고 함께 비벼 먹으면 몸에도 좋고 맛있습니다. 모양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요리를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Q. 친환경 식재료를 쓰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재료를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일반 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함께 테이스팅하면, 친환경으로 길러낸 식재료가 훨씬 맛이 좋아요. 당도와 식감, 풍미가 확실히 다릅니다. 겉으로는 똑은 사과처럼 보여도, 맛과 영양성분까지 차이가 많이 나죠.
이렇게 애초에 맛있는 식재료를 사용하면 단순하고 꾸밈없는 요리를 할 수 있어요. 맛을 화려하게 꾸미는 조미료나 소스 없이 전통 간장이나 천일염 같은 단순한 요소로도 요리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신선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편안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런 식재료를 고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Q. 친환경, 유기농, 무농약 식재료를 고집하면 운영의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웃음) 가격이 비싼 것은 물론이고 급히 재료가 떨어졌을 때 일반 농산물처럼 흔하게 구할 수 있지 않으니까요.
다행히 저희는 그동안 친환경 식재료를 공급받는 파트너를 잘 확보하며 관계를 맺어 왔고, 저희와 연결된 유기농 식재료 매장이 근처에 있어 급히 식재료가 필요할 때도 받아 쓸 수 있는 환경입니다.
많이 쓰는 식재료는 지역 생산자와 직거래도 하고 있어요. 앞서 소개한 무농약 송화 버섯이나 제주도, 통영의 자연산 해산물은 수시로 생산지에서 직접 받아 요리합니다.
저 또한 소비자로써 친환경 농산물이 많이 소비되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소비처가 적어 가격이 더 높아지고 유통도 잘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건강한 농산물, 건강한 먹거리가 맛있다는 것을 몸소 알리는 성공 사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가능하면 무농약, 유기농 인증을 받은 가장 좋은 농산물을 원물 그대로 사용하며 인위적으로 맛을 내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고 전통을 계승한 친근한 요리를 선보입니다.
Q.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으로 선정되었는데,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2015년 12월 말 가오픈을 하고 2016년 1월부터 정식 영업을 시작했으니, 이제 곧 만 5년이 되어 가는 시점입니다. 그동안 2년 반 정도는 적자가 심해 정말 힘들었어요.
2017년 가을 무렵, 레스토랑 식구들을 모아두고 ‘올해 말까지 버텨 보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으면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회의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해 11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의 빕 구르망 레스토랑 명단이 발표되었죠. 놀랍게도 저희 레스토랑이 등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레스토랑의 뜻과 가치를 이해해 주시는 고객분들이 있었지만, 그 마니아층으로는 운영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2018년부터 매해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고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와 주시는 신규 고객이 크게 늘었고, 좋은 경험을 하고 주변 분들에게 소개해 주시며 선순환이 이어졌죠. 저희가 처음 세운 뜻을 굽히지 않고 지키고 있었는데,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Q.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희 고객은 코로나 이전까지 외국인 비율이 30% 정도였어요. 인사동이 해외 관광객이 많은 관광지이기도 하고, 주변 글로벌 대기업들도 꽤 있는데 외국인 손님이 오시면 비즈니스 식사로도 레스토랑을 많이 찾아 주셨거든요. 하지만 그런 식사 자리가 없어지니, 매출이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Q. 그 여파로 도시락도 출시해 판매하고 계시는데요.
저희 메뉴 중 보자기비빔밥, 눈개승마 나물밥, 황태별미 두부면 등 일부를 도시락으로 만들어 올해 2월부터 판매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고객을 맞이하며 음식을 내는 것과, 도시락을 잘 준비해 판매하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이라고 느껴요. 지금은 모두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업장에서의 응대에 다시 전력을 다하고 싶습니다.
도시락은 원래의 음식에 더해 포장 비용, 배달료까지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매장에서 손님에게 접대하는 것처럼 멋진 접시에 섬세한 플레이팅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식사의 경험을 한정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 작물로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배달하며 발생하는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능하면 생분해 재활용 용기를 쓰고 싶지만 국물이 있는 경우는 그런 용기를 쓰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적절한 크기와 모양의 용품을 찾기도 어렵고요.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Q. 앞으로 꽃밥에피다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채소 중심의 채식 코스를 선보이려고 합니다. 작년 말부터 준비해 오던 일인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며 집중해서 일을 처리하지 못했지만, 올해 말에는 고객께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채소를 중심으로 하되, 원하는 분들은 생선이나 고기 메뉴를 추가해서 주문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입니다. 메뉴는 지금 완성도를 더 올리고 있는 단계입니다. 좀 더 풍요로운 채식, 건강한 식생활에 발맞추어 요리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음식은 몸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원재료’에요. 무얼 먹는지에 따라서 몸은 물론 정서, 집중력, 학습, 사회성까지도 달라질 수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공부도 많이 했고, 제가 직접 먹고 체험하며 삶으로 느낀 가치이기도 합니다.
저는 몸이 좋지 않을 때, 무엇을 먹고 있는지 한 번 살피시기를 권합니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것,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삶의 한 부분으로써 음식이 좋은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데 앞으로도 정성을 다하고 싶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며 미쉐린도 ‘꽃밥에피다’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을 정기 후원하고 있는 한빛맹아원 아이들과 임직원들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수년 간 미쉐린은 시각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빛맹아원 아이들을 만나 다양한 이동수단이나 문화 체험을 하고 식사도 함께 해 왔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만나기가 어려워 이번 ‘꽃 밥에 피다’의 도시락으로 마음을 대신 전하였습니다.
앞으로도 미쉐린은 미쉐린 레스토랑들을 알리는 일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돕고 나눔을 실천하는데도 더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