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원 셰프가 이끄는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는 뉴욕이나 파리엔 없는, 오직 서울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다이닝 경험을 제공하며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남산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부터 오랜 역사의 경양식 돈까스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손종원 셰프의 세련되고 창의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되어 테이블 위에 펼쳐집니다.
굽이굽이 남산 능선을 따라 내려오며 맛보는 콘셉트의 한 입 음식들부터 돗자리 위 피크닉 박스에서 꺼내 즐기는 따끈한 빵까지, 다이닝 경험은 기분 좋은 나들이로 재탄생합니다
Q. 라망 시크레의 요리 철학은…
좋은 식재료를 찾고, 잘 다루어서 최상의 상태로 제공하는 것이 요리의 기본입니다. 그리고 ‘다이닝’이 격식에 얽매이고 경직된 이벤트가 아니라, 유쾌하고 즐거운 놀이에 가까웠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방문할 수 있는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을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축하할 일이 있을 때, 화해를 해야 할 때… 중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자리가 되도록요.
파인다이닝의 본질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움을 극대화하며 편안함을 느끼실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도 세심하게 신경쓰기 위해 노력합니다.
결국 레스토랑은 음식을 먹으러 오는 곳이기에 맛있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고, 부드러운 서비스도 중요합니다. 저희도 음식을 서비스할 때 조리 과정에서 식재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저도 한 번은 고객 테이블로 나가 직접 인사하며 소통을 하고자 합니다.
Q. 라망 시크레에서 선보이는 요리 중 대표적인 요리는…
집에 가훈이 있듯, 라망 시크레에도 모토가 있습니다. ‘Evolve’ 이 한 단어입니다. 저희 캐비아 앤 에그 메뉴는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 메뉴에 있는데, 조리법, 소스, 프레젠테이션, 접시까지 모든 면에서 계속 조금씩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어 이 모토를 잘 보여주는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멋진 레스토랑이 많지만,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제 과제입니다. 라망 시크레가 위치한 서울, 한국의 감성과 문화가 녹아든 요리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근 첫 코스로 준비되는 ‘남산 둘레길’이라는 이름의 한 입 음식이 있는데, 남산 능선을 따라 걸어내려가며 맛볼 수 있는 군밤, 회오리감자, 김밥 같은 길거리 음식들을 라망 시크레의 방식으로 표현했습니다.
Q.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요리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심하기 전, 미국 인디애나에서 공대를 다니고 있었어요. 친구들과 시카고에 놀러가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레스토랑을 고르는데, 좋은 곳에 가보고 싶은 욕심이 들더라고요.
당시 미쉐린 가이드가 미국도 평가하기 시작했고, 시카고에도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유명한 가이드북에 수록된 레스토랑 중 1 스타를 받은 스피아지아(Spiaggia)에 예약을 했지요.
많은 부분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빵도 여러가지 종류가 나왔고, 서버 여러명이 동시에 나와 테이블에 앉은 모든 사람에게 동시에 서비스하는 것도 인상깊었습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무언가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이후에도 가이드가 소개하는 곳들을 열심히 방문했죠. 뉴욕에서 요리 공부를 하며 매 해 가이드가 새롭게 발간될 때마다 늘 이슈의 중심에 있기도 했고요. 요리를 하며, 미쉐린 가이드는 늘 곁에 있었습니다.
Q.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게 되었을 때…
미쉐린 스타 공개 행사에 초청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조심하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스타를 받는 레스토랑에 연락이 온다고는 하지만, 혹시나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무엇이 되었든 감사의 기도를 올렸습니다. 레스토랑 키친팀, 서비스팀, 그리고 이 공간을 만들고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Q. 셰프로써,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이 레스토랑이 규모가 아주 커다랗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여러 사람의 노력과 관심, 애정이 들어간 곳입니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공간이죠.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늘 크고작은 어려움을 헤쳐 왔고, 코로나바이러스로 모두가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변함없이 이 레스토랑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각자의 역할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세계 최고의 가이드가 인정해 준 셈이니까요. 저도 요리를 배우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왔기에, 이 스타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셰프에겐 정말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Q. 개인적으로, 또 팀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을 어떻게 축하했는지?
안타깝게도 함께 축하하는 자리를 갖지 못했습니다. 스타 레스토랑이 공개되고 연말이 다가오며 레스토랑이 가장 바빠질 시기였고, 또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조심스러웠습니다. 함께 제대로 된 회식 한 번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미쉐린 스타 공개 행사 당일, 오전에 행사를 진행하고 점심 서비스에 바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손님들이 오시기 전 키친팀과 서비스팀이 모여 회의를 하며, ‘미쉐린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답게 일하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것이 저희 나름의 축하이자 새로운 다짐이었어요. 그리고 그 날 런치, 디너에 방문해 주신 손님들과는 함께 샴페인을 서비스하며 그렇게 저희의 일상 속에서 축하를 나누었습니다.
Q.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이 나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미치고 있는지?
스타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의 일과는 스타를 받기 전과 후가 매일 똑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볍게 운동을 하고, 레스토랑에 나와서 요리하고 서비스하며 하루를 보내는 그 일상의 변화는 없습니다.
라망 시크레의 모토인 ‘Evolve’에 걸맞게 레스토랑의 관점에서도, 셰프로써 제 자신도 이곳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한을 이루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히려 변함없는 반복 속의 개선이 중요합니다. 10년 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고, 최선을 다해 요리하는 삶이 제가 바라는 모습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제 멘토인 베누의 코리 리 셰프처럼, 음식과 인품에서 모두 귀감이 될 좋은 선배이자 셰프가 되고 싶습니다. 저 또한 지금도 어려운 난관이 닥칠 때마다 ‘코리 셰프였다면 어떻게 대처했을까,’하며 제 마음의 기준을 잡습니다. 누군가에게 저도 그런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제 커리어의 큰 성취가 아닐까요?
Q.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요리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정말 고된 일입니다. 평생 요리사로 살기로 정했다면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 시작된 것입니다.
중간에 지쳐 쓰러지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죠. 하루의 대부분을 요리하며 보내는데, 즐겁지 않다면 하루가 얼마나 힘들까요.
많은 셰프들이 이야기합니다. 미쉐린 스타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훌륭한 레스토랑을 만들어가면 좋은 평가가 따라올 수 있다고요.
이루고자 하는 목적과, 이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평가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중심을 찾아야 안정감 속에 발전이 있습니다. 저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만들어 이것을 지키려고 하고, 어제보다 좀 더 나은 하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제 요리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조금 더 빨리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길게 보면 모두 저의 동료이고, 10년, 20년 뒤에는 저보다 더 뛰어난 셰프가 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 나가는가’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