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주반에서는 어떤 요리를 선보이고 있나요?
벌써 주반이 오픈한지 만 5년이 되어갑니다. 저는 서양 요리를 전공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향신료를 다양하게 쓴 중동과 아시아 요리를 아주 좋아합니다.
20대 후반, 요리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 2년 가까이 인도에 머무르며 다양한 지역을 여행했는데, 돈이 없으니 현지 사람들과 부대끼며 서민적인 로컬 음식을 먹어야 했어요. 그 덕에 다양한 향신료의 매력을 느꼈고 요리를 하겠다는 결심까지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바이의 버즈 알 아랍에서 경력을 쌓으며 요리를 배웠는데, 15개국이 넘는 국가 출신의 요리사 동료들이 주방에 가득했습니다. 각자 자국에서는 최고의 셰프로 꼽히는 분들이었고, 여기서 인도 음식, 아랍 음식을 맛보며 그 퀴진의 정수에 눈이 뜨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이타카에서 지중해 요리를 필두로 해 서양식 요리를 주로 선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캐주얼한 음식을 만들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렇게 이곳 주반에서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제가 하고 싶은’ 요리를 합니다. 당연히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고, 중동과 인도의 영향도 많이 받은 요리에요.
Q. 주반의 요리 철학이 궁금합니다.
식재료는 물론이고, 레스토랑과 관련해 일하는 사람들의 관계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좋은 음식을 논할 때 식재료가 친환경적인가를 우선 따집니다. 실제로 현재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생산자는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위해 종의 다양성을 포기하고 단일 품종 대량생산을 추구해요. 농약 사용이나 공장식 축산, 양식어업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많지만 일단 저렴하고 효율적이니까요. 유통업자도 가격과 판매 편리성을 따져 시장에 획일적인 식재료만을 공급합니다.
그래서 종의 다양성의 상실되고, 국내 어느 지방에 가도 음식의 재료와 맛이 획일화되었어요. 대도시에 가면 대부분 글로벌 브랜드 매장으로 채워져 있어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요.
개별적으로 보면 세계 유명 식재료가 쉽게 유통되며 식탁이 풍성해졌지만 지역별 요리는 퇴색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입니다. 예전에 흔히 구할 수 있던 산나물이나 버섯 같은 것들이 생산자와 유통업자의 외면을 받으며 구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식재료인지를 따지기 전에 본질적으로 ‘관계’에 주목합니다. 만약 생산자가 심혈을 기울여 재배한 작물을 유통업자나 소비자가 외면하거나, 요리사가 친환경 요리를 하지만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죠.
생산자와 요리사가 공유하는 가치는 소비자에게 요리로 전달되어야 해요. 이 과정에서 생산자, 레스토랑과 셰프들, 소비자들이 공존할 수 있습니다.
Q. 셰프로써 식재료를 어떻게 구하시나요?
오래전의 시장 풍경을 떠올리면, 식재료 생산자가 직접 시장에 내다 파는 재료를 소비자가 사는 형태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유통망이 발달하고,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모두 기계적으로 대량생산되며 각 주체의 개성과 역할이 축소되었어요.
편리하게 토마토를 살 수 있지만 개성 있고 감동적인 토마토를 구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져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소비자인 셰프가 생산자를 직접 알면, 돈독한 관계가 생기고 식재료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이 작은 차이에서 정말 좋은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직접 농장, 목장에 방문해보고 얻는 영감은 정말 귀중한 자산입니다. 그래서 자주 생산지에 방문하려고 합니다.
Q.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야 한다면 유통업자의 역할은 무엇이 있을까요?
그 어느 소비자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든 식재료를 직접 생산자에게서 구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발달한 유통망 덕분에 생산자와 직거래도 가능해졌죠. 중요한 것은 유통업자가 이 식품, 외식산업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유통업자는 단순히 물건을 받아 운반하고 돈을 받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생산자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좋은 상품을 발굴해 소비자에게 알릴 수도 있지요.
유통업자야말로 결정적으로 시장의 분위기와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입니다. 이 역할을 현명하게 수행한다면 음식문화의 조화로운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어요.
Q. 셰프님이 얼마 전 비건 생활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7월 한 달 동안 비건 생활을 했어요. 육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무분별하게 먹던 식생활이 정리되며 결과적으로 건강해졌어요. 소화 기능도 좋아졌고요. 이렇게 간헐적으로 비건 생활을 하며 좋은 점을 직접 느끼고, 셰프로서도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비건이 식단 조절이나 체중 조절 목적으로 많이 받아들여졌고, 맛있는 요리가 개발되거나 수준 높은 식재료가 많이 유통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비건 요리에서도 전문 셰프의 역할이 아직 무궁무진합니다.
한국의 채식 인구는 전체인구의 3% 정도로 약 150만 명이며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배 이상 성장한 규모에요. 이렇게 비건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그들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죠.
주반에서는 현재 2가지 비건 메뉴가 있는데, 다음 달에는 4개로 늘리려고 메뉴 테스트를 하고 있고, 비건 옵션이 있는 메뉴도 다양합니다.
Q. 한편 파인다이닝과 캐주얼 레스토랑을 모두 운영해 보셨는데, 캐주얼 레스토랑의 운영 방식에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파인다이닝보다는 캐주얼 레스토랑을 운영할 때 셰프와 직원의 관계도 자율적이며 능동적이고, 직원과 손님의 관계도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과거엔 대부분의 셰프가 위계가 확실하고 엄한 주방에서 일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저희 레스토랑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개성을 심어서 요리하고 서비스합니다. 표면적으로는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음식을 만들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삶의 방식이 즐겁고 유연한 것에 저는 가치를 둡니다. 그래야 오래 건강하게 달릴 수 있으니까요.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손님의 갑작스러운 요청이나, 제때 식재료가 도착하지 않는 등 다양한 일이 생겨요. 그래서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하죠.
만약 위계질서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조직에서 책임자가 없다면 빠른 결정이 어려운데, 각자에게 자율성을 많이 준다면 완벽하지는 못해도 즉시 대처가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죠. 그것이 레스토랑 분위기와 맞다면, 손님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 주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희는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기농, 무농약, 로컬 식재료를 다양하게 사용하고, 두 번째는 음식을 포장할 때 생분해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포장재를 일반 쓰레기로 배출해 소각하더라도 유해 물질을 발생시키지 않도록, 밀짚과 사탕수수 부산물 같은 소재를 사용한 포장재를 이용하려고 해요. 앞으로 사람들은 이러한 친환경 재료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질 것이라, 시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환경문제는 식품업계 종사자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에요. 앞으로도 팀원들과 함께 이를 실천해 본질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