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 포 포 김성운 셰프
충청남도 태안의 ‘로컬 다이닝’을 서울에서 즐길 수 있는 김성운 셰프의 테이블 포 포. 김성운 셰프의 요리 세계와, 봄철을 맞은 주꾸미 구이 요리를 소개합니다. 테이블 포 포의 식탁 위는 항상 제철 식재료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서초구에 위치해 있지만 마치 태안으로 여행을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섬세한 요리는 미식가들의 눈과 입을 매혹합니다.
특유의 세련되고 섬세한 플레이팅이 돋보이는 김성운 셰프의 테이블 포 포(Table for Four)는 ‘4명을 위한 식탁’을 의미하는데, 그의 집을 방문한 것처럼 따스함을 느끼며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18 셀렉션부터 4년째 1 스타를 유지하고 있는 테이블 포 포의 김성운 셰프가 그의 요리 세계와 봄철을 맞은 주꾸미 구이 요리를 소개합니다.
Q. 어떻게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셨나요?
레스토랑에서 일하기 시작한지 3년 정도 지났을 무렵, 더 큰 꿈을 품고 갈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시 팔레 드 고몽이라는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는데, 요리 뿐 아니라 레스토랑 공간과 서비스, 음식, 훌륭한 재료, 멋진 주방, 와인 같은 다양한 요소가 누군가의 식사를 완성한다는 생각에 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더 큰 꿈, 더 많은 것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자연스레 요리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Q. 셰프님의 롤 모델은 누구이신가요?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서 영감과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 요리 세계에 많은 영향을 준, 미국 The French Laundry의 Thomas Keller 셰프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요리를 배울 때부터 그의 요리 세계를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요. 그의 책을 처음 본 순간, 완전 신세계라고 느꼈어요.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더 공부하고 배우고 싶다는 열정이 타올랐습니다. 토마스 켈러 셰프의 철학과 요리 스타일은 아직도 저에게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제 고향이 충청남도 태안이다 보니, 아무래도 해산물이 익숙하기도 하고, 가장 즐겨 사용합니다. 태안은 바다와 포구, 갯벌이 발달한 지역이라 계절마다 다양한 해산물이 풍성하게 납니다.
여름철, 정확히는 7월부터 9월까지 딱 3개월만 나오는 생 성게를 빼놓을 수 없죠. 이 껍질을 잘 까고, 최소한의 터치를 더한 뒤 접시 위에 올리면 그 자체로 멋진 요리가 됩니다.
이렇게 태안에서 수확하는 해산물과 다양한 식재료가 지닌 맛을 살려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Q. 테이블 포 포 레스토랑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테이블 포 포는 글자 그대로 ‘네 명을 위한 식탁’이라는 뜻입니다. 네 명은 제게 가족을 상징하는 숫자에요. 실제로 저희 가족도 네 명이고요. 이렇게 가족 모두가 빠짐없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주는 따뜻함, 온화함을 레스토랑 이름에도 담고 싶었습니다.
테이블 포 포는 원래 4인 테이블이 4개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지금은 2개를 더 만들어 6개의 테이블이 있습니다. 공간이 여유롭고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태안의 어느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추구하는 요리 세계가 로컬 푸드이니, 제 고향 태안 서산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자연스럽게 소개해 드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런 재료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수확되고 요리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를 잘 설명해 드리며 태안으로 미식 여행을 온 느낌을 드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Q. 셰프님의 요리 철학은 무엇인가요?
테이블 포 포는 ‘로컬 푸드’를 지향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농사일을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식재료를 배웠고, 지금도 제 자신을 반은 농부라고 생각합니다.
테이블 포 포에서 사용하는 버터넛 스쿼시를 비롯해 다양한 작물을 직접 태안에서 재배하며 수확하고, 지금은 레스토랑을 위한 특별 농장을 운영하며 특수 채소와 허브도 직접 키우고 있습니다.
요리의 시작이 레스토랑 주방에서가 아니라 씨를 뿌리고 땅을 만지는 시점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많은 셰프가 비슷하게 생각하겠지만, 저 또한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식재료라고 봅니다.
전국에서 나오는 좋은 식재료를 안전하고 맛있게 식탁 위에 올리는 것이 셰프의 본연의 임무입니다.
Q. 태안의 식재료를 주인공으로 삼는데, 태안은 어떤 곳인가요?
제 고향이기도 한 충청남도 태안은 모든 지역이 관광지역일 정도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바다와 육지가 있어 수산물 뿐 아니라 농산물도 다양하지요.
그리고 청정한 갯벌도 발달해 해조류와 조개도 풍부합니다. 자연산 새우, 주꾸미, 새조개와 굴, 낙지 등 유명한 해산물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매 달, 제철 해산물의 축제에요. 주꾸미의 제철이 가면 성게의 제철이 오는 식이죠.
한편 황토와 갯바람이 절묘하게 조합된 땅의 특정으로, 마늘과 생강, 고추의 맛도 풍부한 유명 산지이기도 합니다. 감자, 양파와 같은 기본적인 채소는 말할 것도 없지요.
Q. 태안의 계절을 담은 메뉴가 궁금합니다.
이제 3월 후반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지금은 간재미와 주꾸미, 바지락이 풍부할 시기에요. 조금만 지나고 날이 더 따뜻해지면 갑오징어와 봄 꽃게도 많이 잡힙니다.
Q. 테이블 포 포의 봄 주꾸미 구이
지금은 주꾸미 머리에 알이 가득 차는 시기입니다. 4월 말 경 산란기가 되기 직전인 3월에는 주꾸미 머리 안에 알이 가득한데, 이 알은 단백질이 주된 성분이라 익히면 하얗게 변합니다. 주꾸미알에는 지질, 글리코겐 등 영양성분이 풍부해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지요.
예전에 쌀이 귀했을 때는 이를 익혀 밥처럼 먹었다고도 합니다. 제철을 맞은 태안 주꾸미를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치고, 숯불에서 아주 짧게 구워 숯불의 은은한 풍미를 더합니다.
머리는 칼을 이용하여 알을 빼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치면 알이 흰 꽃처럼 피어오릅니다. 이 알을 먹물소스에 담가 주꾸미와 같이 먹을 수 있도록 요리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는 주꾸미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저렴한 식재료였어요. 지금처럼 어획량이 적고 가격이 비싸지 않아 자주 먹을 수 있었죠.
봄철 농번기가 시작되면 농촌은 많이 바쁩니다. 농사일을 하면서 꼭 새참을 먹는데, 주꾸미 찌개와 주꾸미 데침을 즐겨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Q. 셰프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셰프로 산다는 것은, 식재료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재료 자체가 가진 힘을 이해하면 셰프의 역할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요리를 하는 태도, 어떤 자세로 일에 임해야 하는지, 왜 요리를 하는지… 이미 자연이 키워낸 식재료 속에 그 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함께 같은 가치를 추구하며 일할 동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주인의식이 있고 셰프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언제나 큰 숙제가 됩니다.
Q. 미쉐린 스타를 4년째 유지하고 계신데, 셰프님에게 미쉐린 스타는 어떤 의미인가요?
셰프에겐 그 수많은 시간, 땀, 눈물, 수많은 어려움을 치유해주는 것이자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열정도 빼놓을 수 없지요.
Q. 셰프를 꿈꾸는 요리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요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젊음을 희생하고 많은 시간과 땀을 흘리며 주방에서 치열한 과정을 거쳐야 본인이 원하는 경지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겠지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성공적인 셰프들의 모습을 보기 전에, 지금 자신의 모습과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패기를 먼저 갖고 멀리 내다보기를 바랍니다.
진실한 행동과 매일 꾸준한 수련의 자세 속에 성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모든 결과에는 합당한 원인과 대가가 따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몸소 실천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