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 한 접시, 맛있는 서울을 만끽하세요!” 서울시 홍보대사 최현석 셰프
요리 한 접시가 손님 앞에 놓이기까지, 식재료를 고르고 씻고 다듬어 조리하고 맛을 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장하는 셰프는 주방의 지휘자다.
TV 프로그램에서 친근한 모습으로 ‘허세’ 매력을 발산하는 최현석 셰프를 그의 레스토랑 ‘쵸이닷’에서 만났다. 냉장고 속 재료로 예술 작품을 뚝딱 만들어내는 요리사이자, 때로는 프로 낚시꾼, 애견인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최현석 셰프는 현재 서울시 홍보대사로도 맹활약 중이다. 그가 말하는 서울 이야기, 과연 어떤 맛과 향을 지니고 있을까?
Q. 서울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데, 어떤 계기로 홍보대사가 되었나요?
요리하는 사람이 서울시 홍보대사가 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제가 서울에서 나고 서울에서 일한 서울 사람이라 그러한 제안이 왔을 때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서울시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요리사니까 서울의 맛, 한국의 맛을 알리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께서 항상 서울 음식을 해주셨어요. 약간은 밍밍하지만 간이 세지 않고 깔끔하면서 깊이가 느껴지는 서울 스타일의 음식을 많이 접했죠. 서울은 제 고향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이면 어떤 활동이든 하고 싶어요.
Q.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언제든 찾아가고 싶은 추억의 장소를 꼽는다면?
남산이죠. 어릴 때 외할아버지랑 남산 약수터에 많이 올라갔어요. 당시에는 약수터 오르는 길에 매점이 있었는데, 거기서 달걀 프라이를 팔았어요. 새벽 6시에 물통을 들고 올라가다 달걀 프라이를 사 먹으면 참 맛있었죠. 아내랑 연애할 때도 남산에 많이 갔어요.
또 남산 근처 레스토랑에서 10년 넘게 일했기에 남산과 N서울타워는 제게 굉장히 친숙한 공간이에요. 함께 주방에서 일하던 동료들과 쉬는 시간이면 N서울타워까지 20~30분 뛰어 올라가기도 하고, 남산에서 족구도 하고… 추억이 많아요.
최근에 남산으로 방송 촬영을 갔는데, 오랜만에 본 남산은 굉장히 깔끔하고 세련되게 변했더군요. 어마어마하게 매달린 사랑의 자물쇠도 아내와 함께 달아보았는데, 재미있었어요.
Q.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서울 사람이라고 했는데, 서울이란 어떤 도시인가요?
서울은 맛있는 도시죠. 단언컨대 정말 요리 잘하는 셰프가 많아요. 레스토랑 투어만 다녀도 서울을 굉장히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요.
스트리트 푸드도 엄청 발달했고요. 고기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부위별로 맛있게 구워 먹는 나라가 없어요. 맛있는 고깃집을 비롯해 많은 맛집이 서울에 몰려 있죠. 서울은 맛있는 요리를 먹으러 방문하기에는 최고 도시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서울시에서는 여의도·반포 한강공원, DDP, 청계천,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밤도깨비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스트리트 푸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요.
푸드 트럭, 스트리트 푸드는 여러 가지 맛이 모여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떡꼬치만 해도 양념 맛이 다르다든지, 튀겨서 굽거나 숯불에 굽는 등 가게마다 색깔이 많이 달랐으면 좋겠어요. 명동에 갔다가 그곳에서 파는 음식 맛이 가게마다 다 똑같아서 무척 아쉬웠거든요.
스트리트 푸드도 영혼을 담아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해요. 프랜차이즈화한 식당들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만의 음식, 자기만의 메뉴가 있어야 해요. 그런 곳이 결국 오래 살아남아요.
푸드 트럭 하는 분들이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어내고 자생력을 지닐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제도나 지원이 있으면 서울의 스트리트 푸드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예요. 메뉴 개발 비용을 지원하거나 밤도깨비야시장처럼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Q. 서울 시민을 위해 근사하게 한 끼를 요리한다면 어떤 음식을 하고 싶나요?
푸드 트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개발한 메뉴 중 휠레치즈 스테이크도 좋을 것 같고, 라멘이나 랍스터 샌드위치 같은 요리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스트리트 푸드에 관심이 많거든요.
Q. 요리할 때와 방송할 때, 그리고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최현석’은 어떤 사람인가요?
방송할 때의 저는 평소보다 과장되고, 재미있는 사람이죠. 출연료에 대한 몫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보다 한두 단계 들떠 있는 느낌으로 방송하죠.
요리사로서 저는 맛에 집중하는 사람이지요. 약간은 날카롭고 더 예민하기도하고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편안한 사람이에요. 주방에서는 철저하지만 평상시엔 흐트러진 모습 을 많이 보이기도 해요.
Q. 셰프로서 가장 행복할 때와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다면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제가 만든 요리를 드시고 행복해하는 분들을 볼 때 가장 기뻐요.
방송에 나갔는데 프로그램 시청률이 올라가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기는 하지만, 본업이 요리사이기 때문에 요리사 최현석일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죠. 요리로 좋은 반응을 얻을 때, 그것이 바로 저한테는 행복이자 기쁨이며 동기가 됩니다.
힘든 점은 모든 서비스업이 그렇듯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죠. 남들이 즐겁고 행복한 날, 예를 들면 크리스마스, 밸런타인데이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할 특별한 날에 더 바쁘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Q. 그동안 많은 고객을 만났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요?
예전에 제 요리를 알아봐주고, 일주일에 일고여덟 번씩 오신 분이 계셨어요. 너무 고마워서 그분을 즐겁게 해드리려고 새로운 요리를 즉흥적으로 개발해 만들어드리곤 했죠. 나중에 유명해지면 그 고마움을 인터뷰로 남기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죠.
또 한 분은 방송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 분이에요. 사실 방송에 나오면 인기도 얻지만 “방송용이야~” 하면서 드시지도 않고 요리를 폄하할 때도 있어서 회의가 들기도 해요.
좋은 평가도 많았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그런데 어느 날, 제 팬이라고 하신 분이 편지를 써서 주셨어요. 건강이 안 좋아 많이 아팠는데, 방송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웃었고 요리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병이 호전돼 건강해졌다는 내용이었어요.
아, 방송에서 재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고 위로를 건넬 수 있구나, 가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하게 됐죠.
Q. 낚시, 야구, 피겨 수집 등 다양한 취미 생활로 유명한데요?
최근 모 방송에서 등산을 했어요. 원래 등산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좋은 사람들이랑 등산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너무 좋더라고요. <도시어부> 프로그램 촬영하면서는 뱃멀미가 심해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사실 민물낚시를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하죠. 피겨 수집은 최근에 뜸하고, 요즘 만화책에 꽂혀서 전집으로 많이 사요. 완결된 전집을 사면 3~5일은 너무나 행복하죠. 야구는 요즘 어깨가 아파서 못 하고요.
Q 최근에 가장 주력하는 레시피는 무엇인가요?
요즘 들기름에 꽂혔어요. 볶지 않고 짠 들기름은 향이 강하지 않고 은은해요. 들기름으로 파스타를 만들고 성게알을 올린 메뉴인데, 들깨냉면을 먹고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죠.
들기름의 무한한 가능성을 봤어요. 들깨로 아이스 크림을 만들어도 굉장히 맛있어요. 고소하면서 달콤하고, 참깨와는 다른 맛이 나죠.
Q. 요리하는 사람으로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요?
음식은 사람 몸속에 바로 들어가는 것이기에 음식으로는 절대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점이죠. 요리사는 접시에 자기 얼굴을 담아낸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이번 생은 끝까지 멋있게 요리하는 사람으로 살겠죠.
머리 희끗희끗한 모습으로 주방에서 요리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면 멋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셰프라는 직업을 절대 선택하지 않을 거예요.(웃음) 인생이 열 번 정도 주어진다면 한 번은 격투기 선수, 한 번은 야구 선수도 하고 싶고, 음악도 해보고 싶고, 그냥 막 살아보고도 싶어요.
Q. 마지막으로 서울 시민과 <서울사랑> 독자에게 한마디?
맛있는 서울을 만끽하세요! 서울에는 생각보다 맛있는 것이 정말 많거든요. 바쁘다는 이유로 즐기지 못하는 분이 많은데 맘껏 찾아 드시기를, 맛있는 서울과 함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출처 : 서울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