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밥은 쌀·보리 등의 곡물을 솥에 안친 뒤 물을 부어 낟알이 풀어지지 않게 끓여 익힌 음식이다. 우리 음식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주식이다. 곡물을 익히는 조리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서도 밥은 가장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일상식의 특징은 주로 주식과 부식이 분리된 식사형식으로 반찬이 없으면 밥만 냉수에 말아 먹어도 되고, 간장이나 고추장으로 한 사발의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밥을 부식보다 훨씬 중히 여기는 풍습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식생활의 한 풍속이다.
밥은 한자어로 반(飯)이라 하고 어른에게는 진지, 왕이나 왕비 등 왕실의 어른에게는 수라, 제사에는 메 또는 젯메라 한다. 이를 먹는 표현도 수라는 ‘진어하신다.’, 진지는 ‘잡수신다.’, 밥은 ‘먹는다.’ 등 차이가 있었다.
이와 같이 먹는 대상에 따른 표현이 다양한 것은 가장 일상적이고 기본이 되는 것에서 삶을 가르치던 우리 조상들의 의식구조의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高句麗本紀) 대무신왕 4년조에는 정(鼎 : 솥)과 취(炊 : 밥을 지음.)의 두 자가 기록되어 있고, 신라의 고분에서도 쇠로 만든 가마솥이 많이 출토되고 있으므로, 이 때부터 곡물을 쪄서 먹는 단계에서 밥을 짓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남부지방은 벼의 생산에 적합하고 또 디딜방아의 사용으로 도정도가 높은 곡물을 생산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쇠의 명산지라서 가마솥을 쉽게 만들 수 있었기에 밥 짓기는 더욱 발달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발달된 밥 짓기는 일본에도 전해졌고 중국에서도 유명하게 되었다.
청나라 때의 장영(張英)은 『반유십이합설 飯有十二合說』에서 “조선 사람들은 밥 짓기를 잘한다. 밥알에 윤기가 있고 부드러우며 향긋하고 또 솥 속의 밥이 고루 익어 기름지다.
밥 짓는 불은 약한 것이 좋고 물은 적어야 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 아무렇게나 밥을 짓는다는 것은 하늘이 내려주신 물건을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고 우리나라의 밥 짓는 법을 칭찬하고 있다.
주식과 부식으로 분리된 우리의 일상식 풍속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반상이라는 고유한 식문화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이와같이 중요한 음식이었기에 조선시대 문헌에는 맛있는 밥 짓기의 요령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옹희잡지』에서는 “우리나라의 밥짓기는 천하에 이름난 것이다. 밥 짓는 것이란 별다른 것이 아니라 쌀을 정히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버리고 솥에 넣고 새 물을 붓되, 물이 쌀 위로 한 손바닥 두께쯤 오르게 붓고 불을 때는데,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한번 불을 물렸다가 1, 2경(頃) 뒤에 다시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꺼내지 않고 시종 만화(慢火 : 뭉근한 불)로 땐다.”고 하였다.
또한 『임원경제지』에서는 “솥뚜껑이 삐뚤어져 있으면 김이 새어나와 밥맛이 없고 땔감도 많이 들며, 밥이 반은 익고 반은 설게 된다.”고 밥 짓는 요령을 잘 설명하였다. 밥은 한국인의 모든 것이다.
밥은 한국인 먹을거리의 중심에 놓여 있고 한국 역사를 설명하는데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요소이며 한국인의 전통 신앙과 의식을 지배하는 문화의 핵심코드이다. 그러므로 밥은 한국인에게 생명의 원천이며 삶과 동의어가 된다.
쌀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한 종류가 아니라 한국인의 탄생과 죽음까지 전체의 삶을 주관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 이물질을 제거한 정한 쌀로 산미를 준비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장소에는 볏짚을 깐다.
인간이 어미의 품에서 떨어져 최초로 입에 넣는 것이 미음이며 생을 마감한 망자의 입 속에 넣어 주는 것도 한 수저의 쌀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한국인은 밥과 함께 삶을 시작하고 밥으로 삶을 마무리했던 것이다.
쌀과 밥이 온통 우리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해 온 증거는 밥을 소재로 한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표현방식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밥숟가락 하나 늘었다고 하며 밥숟가락 놓았다는 것은 죽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자신의 경제적 정도를 표현할 때도 “밥이나 먹고 살지요”라고 말하며 일자리를 잃는 것을 “밥줄 떨어진다”고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을 비꼬아 말할 때 “밥알이 덕지덕지 붙었다”고 표현한다. 밥은 또 사람의 품성이나 감정, 심리 상태를 나타날 때도 사용된다.
제 역할을 못하는 못마땅한 사람을 “밥값도 못 한다”고 하며 화가 날 때는 “밥알이 곤두서”고 상대하기 싫은 인간을 만날 때면 “밥맛이 떨어진다.”
절대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뜻으로 “쌀독 속과 마음 속은 남에게 보이지 말랬다”고 표현하면 더 느낌이 살아난다. “밥 먹었니” “진지 드셨습니까”라고 인사말에도 음식을 사용하는 민족은 아마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밥은 귀한 것, 소중한 것, 경건한 것, 즉 ‘밥이 하늘’이었기 때문에 밥알을 흘린다거나 밥을 남기는 것은 절대 금기시 되어 왔다. 밥그릇은 ‘한 톨도 남김없이’ 비워야 하는 것이며 밥을 젓가락으로 ‘깨작거리’면 복 달아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모든 종류의 밥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흰밥이다. 서민들에게 있어 흰밥은 생일이나 잔칫날에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어 왔다. 모든 곡류 중 가장 부드럽고 맛이 좋으며 소화가 잘되는 것이 흰밥이다. 흰밥은 한국음식의 기본이다.
동양에서 흰 색의 성스러움은 그대로 먹을거리에도 이어진다. 우주의 성스러움을 받드는 인간의 정성을 보이는 극치가 바로 흰밥이다.
하늘에 올리는 천신제에도 흰 밥을 놓고 조상을 대접하는 제상에 올리는 밥이 흰밥이고 생일이나 잔치상에 흰 밥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흰밥은 몸도 마음도 정갈하게 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런 쌀밥의 소중함은 이제 영양학적 차원에서도 밝혀지고 있다. 동양인의 주식인 ‘쌀’은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서양인의 주식인 밀에 비해 흡수가 잘 되는 양질의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고 필수아미노산인 리신의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B6, D, E, 엽산과 같은 기능성 물질이 많기 때문에 영양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쌀을 주식으로 먹는다면 반드시 고기를 먹지 않아도 기본적인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다.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말한다.
음악을 향한 당신의 끝없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서태지도 “밥심이죠”라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한다. ‘밥의 힘’은 우리에게 메타포와 알레고리를 넘어선 생명의 근원이며 생활의 원천적 에너지 그 자체이다.
한국에서는 죽은 자까지도 입에 쌀을 물고 밥심으로 저승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에게 있어 ‘밥이 보약’이란 말은 영양학적으로도 진실이며 밥은 보약을 넘어 우주의 원리를 설명하는 철학적 사유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밥이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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