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돌솥밥은 돌솥에다 밤, 은행, 잣, 표고버섯, 콩, 채소 등 신선한 재료를 넣고 즉석에서 조리한 것으로 영양적으로도 훌륭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 다 먹고 나서도 물을 부어 누룽지를 먹을 수 있는 옛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음식이다.
영양돌솥밥은 옛 궁중에서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음식이라는 설도 있고 조선시대 때 궁중에서 귀한 손님이 법주사로 불공을 드리러 왔을 때 이들을 대접하기 위하여 사찰에서 구하기 쉬운 음식 재료를 돌솥에 담아 바로 밥을 지은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또한 이조 숙종 때 가장 뛰어난 곱돌산지인 전북 장수의 최씨 문중에서 왕실에 진상품으로 올려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만들어지게 되었다고도 한다.
궁중의 소주방이나 수라간에서 밥 짓는 법은 보통 민가에서 짓는 법과는 달랐다. 큰 무쇠솥에 한꺼번에 밥을 하지 않고 왕과 왕비의 밥을 작은 곱돌솥에 참숯으로 따로 지었다.
큰 놋화로에 참숯을 피워놓고, 넓적하고 긴 건늘 쇠 두개를 걸쳐 곱돌솥을 놓고 밥물을 먼저 끓인다. 수라는 관례적으로 흰밥과 팥밥 두 그릇을 올렸으므로 두 화로에 두 가지 수라를 따로 안쳤다. 분량은 두 그릇의 수라기에 담을 분량인 쌀 4홉씩이었다.
물이 끓으면 쌀을 넣고 휘저어서 온도를 고르게 해놓고 숯불을 조절하면서 밥을 짓는다. 곱돌솥은 두꺼워서 열의 변화가 심하지 않고, 뚜껑이 무거워서 밥물도 넘기지 않아 좋다.
팥밥은 붉은팥을 터지지 않게 삶아서 그 물을 밥물로 삼아 짓는다. 밥에 팥물이 들어서 발그스레한 고운 빛이 되므로 이를 홍반이라고도 하였다. 온갖 곡물과 견과류로 만든 이 영양밥은 돌솥에 지어야 그 진가가 살아난다고 볼 수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민족이 전체의 3분의 2를 헤아린다지만 우리처럼 밥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민족은 없다. 밥은 짓는 솥과 방법에 따라 그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예전에는 신분에 따라서도 밥의 종류 뿐만 아니라 밥 짓는 방법과 도구가 달랐다.
일반 서민들은 주로 큼직한 무쇠솥에 쌀과 보리, 조 등을 섞어 안치고 콩과 감자 등을 얹기도 했는데 솔가지와 장작을 지펴 뜸을 푹 들여 짓는 구수한 밥 냄새는 울타리를 넘어가 온 동네에 퍼지게 마련이었다. 지금도 어르신들은 요즘의 가스불로 지은 밥과 누룽지를 사라지게 만든 압력솥밥이 아닌 가마솥밥의 향수에 젖는다.
이런 가마솥 향수가 심리적 차원을 넘어 이제는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것임이 밝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과학기술사 연구실이 대구시 달성군 농가에서 아직 사용되고 있는 무쇠솥 10개를 뽑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무작위로 4백 명을 선발하여 맛을 평가해본 결과 무쇠솥밥 돌솥밥 압력솥밥 전기밥솥 냄비솥밥의 순으로 맛의 차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밥맛을 좋게 하는 무쇠솥의 비밀은 솥과 뚜껑의 무게비율이 3대 1이라는 데서 찾아진다. 이 비율은 솥의 내부 압력과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하여 가장 맛있는 밥을 짓게 만든다고 한다.
솥바닥에 숨은 비밀도 과학적으로 분석해냈는데 가마솥은 솥 바닥의 열이 직접 닿는 부분이 제일 두꺼웠고, 가장자리로 올라가면서 점점 얇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어 솥바닥이 가장자리보다 두 배 정도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불에 가까울수록 솥이 두껍고 멀수록 얇아짐에 따라 솥 안의 쌀에 온도가 일정하게 전달되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수분 함량 비율이 높으면서 층별 밥알의 형태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또한 무쇠솥 밥은 솥에서 철분 성분이 우러나와 빈혈을 예방해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사극에서 보듯 전통 부엌의 주인공은 무쇠 솥이었는데 이는 궁궐의 수랏간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려 지는 밥은 1인용 옥돌 솥에 쌀밥과 팥밥을 따로 안치고, 은은한 향의 소나무 숯불에 서서히 뜸을 들여 입 안에 녹는 듯 부드러운 맛을 내며 우리 밥의 최고의 경지를 가늠하는 것이었다.
또한 특별한 행사나 절기, 귀한 손님을 접대하는 경우에는 일반 돌솥밥이 아닌 온갖 견과류와 식재료를 넣은 영양 돌솥밥을 지어 바쳤다.
이처럼 임금님의 수라에서 유래했다는 돌솥 밥은 최근 들어 짓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져 옛날 임금님도 상상하지 못했을 별미 밥들이 선보이고 있다. 쌀만 해도 찹쌀과 멥쌀은 물론 흑미 등을 함께 넣는 경우가 많고 인삼과 밤, 대추, 은행, 해바라기 씨, 잣 등은 물론 새우와 굴 등 해물을 얹기도 한다.
밥물도 약수와 미리 뽑아놓은 콩물이나 육수를 부어 별미 겸 영양식의 효능까지 갖춰내고 있다. 국민 모두를 강타한 경제 위기 때에도 그래서인지 이름난 돌솥밥집들은 IMF의 한파를 크게 타지 않았다고 하니 영양 돌솥밥의 위력과 인기는 놀랄만하다.
요즘은 밥 잘하는 여자가 아니라 돌솥밥을 잘하는 여자를 원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변덕스럽게 오르락내리락하는 아파트 시세에 불안해진 투자자들은 단독주택이 돌솥이라면 아파트는 냄비라는 표현도 쓰고 있다.
쉽게 분개하고는 심수봉의 노랫말처럼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한국인을 비하하여 냄비 근성이라는 자조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소위 조국의 근대화가 전 국민을 숨 가쁘게 몰아붙이던 몇 십 년 전에는 ‘은근과 끈기’가 우리 민족의 성정으로 알려져 왔었다.
언제부터인가 돌솥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비유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우리는 돌솥밥처럼 맛깔 나는 본래의 한국인의 모습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 #구례영양돌솥밥 #치자밥 #산수유에이드 #오매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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