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채비빔밥은 진채식과 오신채로 비빔밥을 해먹던 것과 가장 형태가 유사한 것인데 스님들이 산사에서 생활하며 산나물을 이용해 밥을 먹었던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진채식이란 고사리·호박고지·오이고지·가지고지·시래기 등 햇볕에 말린 갖은 나물을 물에 잘 우려서 삶아 무친 음식이다. 조선시대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서도 “박나물·버섯 등의 말린 것과 대두황권(大頭黃卷:콩나물순을 말린 것)·순무·무 등을 묵혀둔다.
이것을 진채(陳菜: 묵은나물)라 한다. 이것들을 반드시 이날 나물로 무쳐 먹는다. 대체로 외 꼭지·가지고지·시래기 등도 모두 버리지 않고 말려두었다가 삶아서 먹는다. 이것들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며 대보름날 묵은 나물을 먹는 풍속을 설명하였다.
지역에 따라서는 묵은 나물을 9가지 이상 만들어 먹으면 한 해 동안 탈 없이 지나게 된다는 속신도 있다. 묵은 나물은 봄철에 미리 산에 나는 산나물을 뜯어다 말려 갈무리를 해두었다가 쓰는데 주로 취·개암취·까막취·산미역취 등과 같은 취나물 종류와 굴싸리·오야지·삿갓나물·고추나물 등이 이용된다.
또 가지나 오이, 호박과 같은 채소를 말린 것, 시래기 등도 많이 쓰이고 있다. 묵은 나물은 아니지만 콩나물·숙주나물·무나물도 아홉 가지 나물에 속하기도 한다.
오신반은 움파〔葱芽〕·산갓·당귀싹〔辛甘草〕·미나리싹·무싹 등 시고 매운 다섯 가지 생채음식을 일컫는 것으로 입춘 절식의 하나이다.
오신반은 『동국세시기 東國歲時記』 입춘일에 경기도 산골지방에서 움파·산갓·당귀싹 등을 진상하였다는 기록이나, 『규곤시의방 閨壼是議方』에 겨울에 움에서 당귀·산갓·파 등을 길러 먹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조선시대에 이미 정착된 절식으로 추측된다.
오신반 만드는 법은 이 다섯 가지 재료를 살짝 데치거나 날것으로 겨자즙에 무치는 것이다. 이렇게 무친 음식은 일종의 겨자채로서 산갓은 데쳐서 초장에 무쳐먹기도 하였고, 당귀싹은 꿀에 찍어먹기도 하였다.
〈농가월령가 農家月令歌〉 정월령에 “엄파와 미나리를 무엄에 곁들이면 보기에 신신하여 오신채를 부러하랴.”고 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오신반은 일부 상류층에서 먹었던 음식이며, 일반 가정에서는 쌉쌀하거나 신맛이 나는 산나물을 먹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오신반은 계곡이나 산야의 눈 속에서 자란 새싹을 이용한 것으로, 겨울을 지내는 동안 신선한 채소가 귀하였던 예전의 실정을 생각할 때 뜻있는 절식이었다. 『민백』
산채비빔밥은 돌솥비빔밥과 함께 여러모로 한국 음식의 특별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산이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예로부터 산나물이 자연스럽게 대중화되어 온 한국음식 중에서 산채비빔밥은 그 특성과 맛을 지닌 고유한 음식이다.
산채비빔밥은 주재료에서 동물성이 배제된 천연 야생 나물들로 만든다는 점에서 요즘의 웰빙 트렌드와 코드가 일치하며 불교문화를 기반으로 한 사찰음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일반인들은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야생의 산나물과 들나물이 식탁에 올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감탄을 넘어 경외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비석의 ‘산정무한’식의 비유를 빌려온다면 칠보화반이라는 명칭처럼 잘 차려진 전통 비빔밥이 곱게 단장한 새색시처럼 현란한 색채의 조화로 우리 마음을 끈다면 산채비빔밥은 담백하고 세파에 오염되지 않은 소박한, 그러나 내면의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염집 처녀의 미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산채비빔밥은 땅에서 나는 온갖 식물들을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상식을 뛰어 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지천에 널린 망초, 곰밤부리, 나락나물, 쑥부쟁이, 냉이,꽃 들이 식탁의 요리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마저 불러일으키는 가장 원천적인 건강식이자 담백하고 오묘한 맛을 자랑한다.
산채로 만든 비빔밥은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요리가 되며 절에서 스님들이 공양으로 내놓는 사찰 음식이기도 하다.
한국은 특히 산지가 전체의 70%를 차지해 산에서 공해 없이 자생하는 수많은 식물들이 있다. 온갖 산나물을 밥 위에 얹어 고추장에 비벼먹는 산채비빔밥은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과 미식가들을 산중의 비빔밥 전문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들나물과 달리 산에서 자생하는 산나물들은 각각 특유의 맛과 향을 지니고 있어 산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별미로 꼽힌다. 또한 내장산에는 두릅 고비 취, 삽조, 삿갓나물, 죽대, 돌나물, 개미 취 엉겅퀴 등의 산나물 외에도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달래 등의 들나물 들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산채비빔밥을 쉽게 맛볼 수 있다.
산채가 주재료가 된 음식의 정수로는 단연 사찰음식을 꼽을 수 있다. 절에서 밥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그 맛의 담백함과 깔끔함을 잊지 못한다. 맛에 둔한 사람도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그 은은함을 잊을 수 없게 된다.
사찰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또한 음식과 재료 하나하나에 깃들인 만든 이의 정성이다. 일찍이 절에서는 음식 만드는 일을 수행의 하나로 생각했다.
음식을 만드는 일에서 음식을 먹는 일까지, 도를 닦는 마음으로 행하도록 가르치고 배워왔다. 사찰 음식은 선식(禪食), 즉 정신을 맑게 하는 음식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사찰 음식은 맛의 측면에서도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 이 세 가지를 충족시켜 준다. 음식의 맛이란 식품 그 자체가 주는 맛이고, 기쁨의 맛이란 음식으로 인해 마음이 기뻐지는 것으로서, 그 기쁨으로 음식이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마지막 기의 맛이란 바로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맛이다. 사찰음식은 이 세 가지, 즉 음식의 맛, 기쁨의 맛, 기의 맛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의 맛을 갖는 사찰음식은 정적인 음식이다. 정적인 음식을 먹으면 밖으로 표출되는 힘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충실해진다.
음식이 육체의 건강을 넘어 정신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함께 현대인은 점점 더 자연과 가까운 인공재배를 넘어선 자연산 음식을 찾고 있다.
사찰음식이 민간에게 알려지고 산채비빔밥을 찾아 식도락 여행을 떠나는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사찰음식을 만들고 섭취하는 그 구도자의 자세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심정이 된다.
♣ 직접 캔 15가지 나물이 들어간 ‘산채비빔밥’ | 생방송 투데이(Live Today) | SBS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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