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도 피고 나물도 피는 청명&곡우
이 계절을 맞으려고 그 추운 겨울을 견뎠나 보다.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날 후 105일째 되는 날, 청명. 올해는 4월 5일 식목일과 겹쳤다. 이때가 되면 언제 한기에 떨었냐는 듯 여기저기에서 앙증맞은 봄꽃이 튀어나와 “봄이야!”하며 한들거린다.
곡우도 금세 뒤따라온다. 청명으로부터 보름 뒤인 곡우에는 만발하던 봄꽃은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연둣빛 잎사귀가 풋풋하게 돋아난다.
곡우를 지나면서 익을 대로 익은 봄을 만끽할 수 있다. 이맘때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도 문을 두드린다. 겨우내 소진한 육체와 영혼의 에너지를 채우고 짧은 4월의 봄을 만끽하게 해 줄 ‘청명&곡우의 식재료와 음식’이 필요할 때다.
♣ 집에서 쉽게 해 먹는 청명&곡우 음식
쑥개떡
멥쌀은 5시간 이상 물에 불리고, 손질한 쑥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잘게 다진다.
쌀가루에 다진 쑥을 넣고 손으로 비비면서 반죽해 동그랗고 납작하게 만든 뒤, 김이 오른 찜솥에 10~15분간 쪄내 참기름을 손에 묻혀 바르면 쑥개떡이 완성된다. 쑥 향이 가득 밴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는 건강식이다.
화전
화전의 주인공은 만개한 진달래꽃이다. 차가 다니지 않는 등산로의 싱싱한 진달래 꽃잎만을 따서 깨끗이 씻어 말려 준비해놓고,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30분가량 숙성한 뒤 기름에 노릇하게 부치고 그 위에 꽃을 눌러 지지면 눈으로 한 번 더 먹게 되는 화전이 된다.
이것을 조청에 찍으면 간단히 먹기 좋고, 궁궐 수라간에서 했던 것처럼 꿀에 완전히 담갔다가 계핏가루를 묻히면 귀한 손님 대접용으로도 그만이다.
찰밥
곡우에는 파종하는 곡식 종자의 명이 질기라는 의미로 찰밥을 먹는 풍습이 있었다. 찰밥에는 찹쌀 2컵, 차조 1컵, 좁쌀 1컵, 찰수수 1컵, 쥐눈이콩 1컵, 서리태 1컵을 쓰는데, 쥐눈이콩, 서리태 콩, 찹쌀을 씻어 딱딱한 순서대로 시간을 두고 20~30분 정도 불린 뒤, 차조, 좁쌀, 찰수수까지 더해 잘 섞어준다.
물에 소금 1수저를 녹여 밥물을 맞추고 잡곡밥 모드로 40분간 전기밥솥에 안쳐주면 영양 만점의 쫀득하고 구수한 찰밥이 완성된다.
취나물, 숙주나물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손질한 취나물을 살짝 데친 후 찬물에 재빨리 헹구고, 5~6cm 정도로 잘라내 물기를 꼭 짜둔다. 된장, 마늘, 매실액을 넣고 무친 뒤,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주면 쌉싸래하고 싱그러운 맛이 찰밥과 잘 어울린다.
숙주나물 또한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살짝 데치고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 준 뒤, 소금, 마늘을 넣어 무치고 마지막에 깨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잘 버무리면 아삭아삭하게 입맛을 돋워주는 반찬으로 완성된다.
도다리 쑥국
양파, 파, 무, 멸치, 다시마, 건새우, 도다리 대가리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지느러미와 꼬리, 대가리를 자른 도다리를 2등분하여 청주를 뿌려놓는다. 준비해둔 육수에 도다리, 콩나물을 넣고 끓인 후, 된장, 쑥, 홍고추를 넣어 마무리한다. 담백한 도다리 국물에 쑥 향이 어우러져 풍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