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절기 입춘(立春)은 이름만으로도 반갑다. 봄비 내리는 우수(雨水)에 스르르 눈이 녹으니, 얄궂은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끄떡없다. 입춘과 우수에 접어들면 추위가 무색하게 봄기운 가득한 식재료들이 고개를 내미는, 우리네 식탁에도 어느새 봄기운이 찾아든다.
♣ 찬 기운 녹이는 2월의 절기
#입춘 #입춘축 #입춘대길 #건양다경
봄이 시작되는 입춘은 새해 첫 번째 절기로 일 년을 무사히 보내기를 기원하는 여러 풍속이 행해졌다.
봄을 맞으며 한해를 소망하는 글을 써서 대문이나 기둥에 붙이는 입춘축을 붙였고, 길운을 기원하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하는 건양다경(建陽多慶), 나라가 태평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시화세풍(時和歲豊) 등을 주로 썼다.
#우수 #봄비 #봄기운 #초목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에 들어서면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우수 경칩에 대동강 풀린다’는 속담처럼 추운 날씨도 누그러져 봄기운이 사르르 감돈다.
얼었던 강이 풀리면 수달이 물고기를 잡고 겨울 철새 기러기는 추운 북쪽으로 날아가며 그 끝에 초목이 싹트는 봄의 절기, 우수는 그렇게 봄을 몰고 온다.
♣ 2월의 식재료
겨울 끝, 봄의 시작을 알리듯 식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새콤달콤한 한라봉과 딸기, 싱싱한 바지락, 향긋한 더덕과 시금치, 개운한 대구까지 두 계절이 묘하게 어우러져 신선한 조합을 선사하는 2월의 식재료 때문일까? 어느새 입맛은 봄을 기다린다.
♣ 하나. 달콤한 천연 비타민 ‘한라봉’
한라봉은 1972년 일본 농림성 과수시험장 감귤부에서 교배해 육성한 품종으로, 일본어로 ‘울퉁불퉁’이라는 뜻의 데코포코에서 유래해 데코폰이라는 상표로 유통되었다.
1990년 전후 제주도를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한라봉이라 이름 붙여졌다. 부드러운 육질에 당도가 높고 즙이 많으며,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건강한 ‘옐로우 푸드'로 주목받고 있다.
♣ 둘. 빨갛게 무르익은 상큼함 ‘딸기’
꽃이 지면 서서히 딸기 몸통이 커지면서 빨갛게 익어가는 과일. 이맘때 만날 수 있는 딸기는 눈‧코‧입을 사로잡는 오감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재배종에는 촉성·반촉성·노지·억제 등의 재배형이 있고, 딸기 제철은 2월부터 5월까지로 구분한다.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이 들어있어 노화 예방 효과가 있는 미인 과일로 손꼽힌다.
♣ 셋. 칼슘‧철의 보고 ‘바지락’
바지라기에서 유래된 바지락은 지역마다 이름이 달랐다. 경상도·동해에서는 빤지락, 통영·고성·거제에서는 반지래기, 이외에 인천이나 전라도에서는 반지락이라고 불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살이 풍부하며 맛이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칼슘, 철, 인, 비타민B2가 풍부하고 담즙 분비 촉진, 간 기능 활성화 효과가 있으며 국과 젓갈로 많이 활용한다.
♣ 넷. 산에서 나는 고기 ‘더덕’
더덕은 식감이 아삭하고 씹는 맛이 좋아 예로부터 ‘산에서 나는 고기’라고 불렸다. 자연산은 재배 더덕보다 향이 강하고 약효가 좋지만 가격이 비싸서 재배 더덕이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더덕의 어린잎은 삶아서 나물로 만들어 먹거나 쌈으로 먹고, 뿌리는 장아찌, 생채, 자반, 구이, 정과, 술 등 다양한 식재료로 활용될 만큼 매력적인 식재료이다.
♣ 다섯. 알고 보면 영양 덩어리 ‘시금치’
2월에 만나는 시금치는 봄기운을 머금어 오래 씹으면 달큼한 맛이 감돈다.
시금치는 3대 영양소뿐 아니라 수분, 비타민, 무기질 등을 다량 함유한 완전 영양식품으로, 엽산 성분이 뇌 기능을 개선해 치매 예방에도 좋은 건강한 식재료이다. 시금치나물부터 시금치 계란말이, 시금치 된장국까지 다양한 요리 조합으로 식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여섯. 원기회복의 으뜸 ‘대구’
대구는 생김새가 명태와 비슷하지만, 몸 앞쪽이 두툼하고 뒤쪽은 납작하다.
2월경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찾아들어 200여만 개의 알을 낳는데, 산란기에 가장 맛이 좋으며 주요 산란지는 경남 진해만과 경북 영일만이다. 대구는 저열량 고단백 식품으로 원기회복에 좋으며 대구탕, 대구찜, 대구튀김 등 다양한 요리로 활용되는 보양 식재료다.
♣ 입안에 봄이 찾아오는 2월의 음식
더덕무침 _ 입맛 깨우는 더덕이로세
더덕무침은 특유의 향과 매콤함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깨우는 음식이다. 아삭한 식감으로 먹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 껍질을 벗겨 얇게 잘라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두드려 주어야 한다.
그다음 더덕 특유의 향과 알싸함에 매콤하고 새콤함을 더할 양념장(고추장, 파, 식초, 간장, 다진마늘, 설탕, 참기름, 깨)을 만들어 더덕과 함께 잘 버무려준다.
대구탕 _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로세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대구탕은 취향에 따라 맑게 끓이는 맑은탕(지리탕)과 매콤하게 끓이는 매운탕으로 요리할 수 있다.
냄비에 물이 끓으면 무를 넣어 육수를 낸 다음 대구와 정소를 넣고 대구 살이 어느 정도 익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대파, 고추 등을 넣어 끓인다. 마지막으로 미나리를 넣은 뒤 한 번 더 끓여내면 피로회복과 원기충전에 좋은 대구탕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