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일은 달고 채소는 풍성하다
여름 더위의 시작을 알리는 소서(小暑). 이때부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작은 더위’로 소서가 심술을 부리고 있으면 얼마 안 있어 대서(大暑)가 찾아든다.
무더위가 가장 심해서 사람들은 계곡이나 시원한 곳을 찾아 피해 보기도 하지만 농작물 관리에도 쉴 틈이 없어야 하는 시기이다. 더운 만큼 과일의 맛은 달고 색은 진해진다.
♣ 더운 만큼 결실 풍성한 7월의 절기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인 소서. 장마철과 걸쳐 있어 습도가 높고 많은 비가 내린다. “소서가 넘으면 새 각시도 모심는다.”는 속담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소서 전에 서둘러 모내기를 끝내서 모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퇴비장만도 하고 가을보리를 베어낸 자리에 이모작을 하기도 하지만 농사철치고는 한가하다. 대서는 열두 번째 절기로 대개 중복(中伏) 시기를 거치며 찾아온다.
장마가 끝나고 가장 무더위가 심할 때이지만, 때때로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늦게까지 머물러 있으면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염소 뿔도 녹는다.”는 말처럼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져도 김매기, 잡초 베기, 퇴비장만 등 일손을 한시도 놓을 수 없다. 풍성한 결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여름 향기 물씬 풍기는 7월의 식재료
소서 때부터 과일과 채소의 맛과 양도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밀과 보리를 먹는 것도 이때부터다. 대서에 가서는 7월의 식재료가 절정을 이룬다. 수박은 가장 달고 밀, 보리, 풋고추, 애호박, 옥수수는 다시없을 여름의 맛을 선물한다.
♣ 하나. 여름 하면? 수박
겉의 색은 여러 가지이고, 과육은 적색, 주황색, 노란색 등 다양하지만 적색 품종이 일반적이다. 원산지는 열대 아프리카로 우리나라에는 고려 때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1611)을 살펴보면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한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주로 생과일로 섭취하며 화채, 주스 등으로도 먹는다. 한방과 민간에서는 구창, 보혈, 방광염, 강장 등을 다스리는 데 쓰기도 한다.
♣ 둘. 시원하게 국수 말아 한 끼, 밀
농업의 기원과 더불어 재배된 가장 오랜 작물 중 하나. 국수, 빵, 과자 등을 만들거나 맥주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이미 재배되었다.
하지만 『고려도경(高麗圖經)』(1123)에 “고려에는 밀이 적어 화북지방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밀가루의 값이 매우 비싸서 잔치 때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미루어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 셋. 최고의 건강식품, 보리
보리는 춘궁기에 서민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주요 식량이었다. 쌀과 밀에 밀려 주춤하다가 최근 들어 성인병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인식되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밥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쌀보리’, 고추장이나 엿기름, 보리차 등에 사용하는 ‘겉보리’, 여름철 꽁보리밥용 ‘늘보리’, 소화흡수가 잘되고 식감이 부드러운 ‘찰보리’ 등으로 나뉜다. 그밖에 맥주용, 사료용 등 쓰임새도 다양한 만능 식재료이다.
♣ 넷. 된장에 푹 찍어 한입, 풋고추
풋고추는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의 고추로 매운맛인 신미종과 맵지 않은 감미종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주로 건고추로 이용했지만, 최근 들어 된장에 찍어 먹는 등 생식용으로 많이 먹는다.
주로 찌개에 넣어 맛을 더하거나 부각, 장아찌 등 밑반찬으로도 인기다. 칼륨, 비타민C, 철 등의 영양 성분도 골고루 들어 있다.
♣ 다섯.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국민 채소, 애호박
여름 애호박은 자르면 단물이 배어나올 정도로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다. 당질, 비타민A와 C가 풍부하여 소화흡수가 잘 되고 치매 예방과 두뇌 발달에도 효과가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다. 찌개, 전, 볶음, 고명 등 다양한 쓰임새로 사랑받는 국민 채소!
♣ 여섯. 한 알 한 알에 담긴 여름 정기, 옥수수
옥수수는 대부분 쪄먹지만 떡, 묵, 밥, 술 등으로도 해 먹는다. 최초 원산지는 라틴 아메리카로 적은 일손으로 많은 양의 작물을 수확할 수 있어서 ‘순금의 열매’라고 불렸다.
우리나라에는 16~17세기 무렵에 들어왔으며 주로 강원도 산간지대에서 재배되고 있다. 품종에 따라서 찰옥수수는 대부분 쪄 먹고, 당분 함량이 높고 섬유질이 적은 단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삶아 먹거나 생으로도 먹는다.
7월의 식재료 가득 넣은 수박화채와 보리밥&강된장이면 여름이 더욱더 즐겁다!
❞♣ 무더위도 화들짝 놀라는 시원함, 수박화채
그대로 먹어도 맛있는 수박이지만 더 시원하게 먹고 싶을 때는 수박화채만한 것이 없다. 보기 좋은 모양으로 퍼낸 과육에 설탕이나 꿀, 다른 과일, 얼음 등을 기호에 맞게 넣어 만든다.
단 얼음이 녹으면서 맛이 싱거워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수박주스 얼음을 만들어 넣어주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사각사각 수박을 베어 무는 소리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더위도 한풀 꺾인다.
♣ 최고의 여름 별미, 보리밥&강된장
여름철 달아난 입맛을 되찾아오는 보리밥&강된장. 푹 퍼지게 삶은 보리쌀을 깔고 그 위에 불린 쌀을 안쳐 물을 붓고 보리밥을 지어보자.
고기, 버섯, 각종 채소 등에 된장을 넣고 멸치다시마육수를 자작할 정도로 부어 되직하게 끓이면 구수하면서 진한 강된장도 완성! 보리밥과 강된장을 섞어 비벼 먹거나 각종 쌈 채소에 보리밥 한 숟갈 크게 올리고 그 위에 강된장을 얹어 먹으면 최고의 여름 별미가 된다.
이렇듯 달고 맛있고 속이 꽉 찬 풍성한 먹거리를 선물하는 소서와 대서의 절기인 7월은 불볕더위 속에서 우리의 삶도 그렇게 여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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