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향·영양을 더해주는 전통주 재료 복사꽃
❞술은 그 지역 농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해왔다. 포도 생산량이 많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와인 제조가 발달했고, 보리가 많이 생산되는 아일랜드와 독일에서는 맥주가 발달한 것처럼 말이다.
쌀이 주식이었던 우리나라에서는 술의 재료로 쌀을 기본으로 삼았지만, 발전 과정에서 맛과 향, 영양을 더해주는 다양한 재료가 더해졌다. 전통주를 더 특색 있게 만들어준 다양한 재료를 살펴보자.
♣ 전통주의 기본 재료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맛있는 전통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기본 재료는 쌀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곡물과 누룩, 물이었는데, 이 재료들은 술을 빚는 시기와 어떤 술을 담그는지에 따라서 다루는 방법이 달랐다.
처음에는 쌀을 죽이나 백설기로 만들어 술을 빚는 데 사용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고두밥, 구멍떡, 물송편, 인절미, 개떡, 범벅 등의 여러 형태로 다양화되었다.
우리 선조들은 쌀을 누룩과 물로 발효하며 생긴 술을 탁주, 약주, 소주로 마셨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다른 재료들이 섞이기 시작했고 전통주는 좀 더 다채로워졌다.
♣ 고서 속에 기록되어 전해지는 다양한 재료들
일제강점기로 우리 전통주의 맥이 끊기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집마다 술을 빚었다. 자연스럽게 술의 맛도 다양했다.
지역에 따라 혹은 술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그에 맞는 재료를 술에 더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술과 만난 재료의 종류도 무궁무진했다. 그 기록은 조선시대 고서에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 산가요록에 등장하는 전통주 재료
산가요록에서는 여러 가지 부재료를 사용한 술을 소개하고 있는데, 옥지춘, 송화천로주, 연화주, 부의주, 상실주 등이 있다. 옥지춘은 껍질을 벗기지 않은 잣을 가루로 내어 작은 자루에 담아 사용했다.
송화천로주에는 소나무의 꽃을 칭하는 송화가 들어가는데, 송화와 물을 넣고 진하게 달인 물을 사용했다. 연화주는 쑥잎이나 닥나무 잎을 발효하는 데 사용했으며, 부의주를 만들 때는 잣을 찧어 술을 빚는데 사용했다. 상실주에는 찐 밥을 만드는데 상수리를 사용했다.
♣ 음식디미방에 등장하는 전통주 재료
국내 최초의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도 색다른 재료를 활용한 전통주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송화주를 만들 때는 송화를 넣고 함께 끓여주었으며, 절주에는 닥나무잎을, 오가피주에는 오가피껍질을 사용했다. 대추가루, 실백자가루, 후추가루, 꿀, 계피를 술과 함께 달이는 차주도 음식디미방의 기록에 남아있다.
♣ 증보산림경제에 등장하는 전통주 재료
1766년 유중림의 <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에도 부재료가 추가된 전통주가 소개되어 있다.
복사꽃이나 복사나무 가지를 직접 섞어 빚는 도화주, 포도를 활용한 포도주, 연잎을 활용하는 하엽주, 여러 가지 꽃을 넣는 백화주, 소나무 새순을 사용한 송순주 등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 규합총서에 등장하는 전통주 재료
1809년 쓰인 규합총서에는 일상생활에 요긴한 생활의 지혜가 담겨있다. 이 기록에는 술빚는 방법도 적혀 있는데, 주로 건조 또는 생꽃을 넣어 술에 향을 내는 방법이 쓰여 있으며, 약재료를 술 빚는데 활용하는 방법도 적혀 있다.
구기자 뿌리, 잎, 열매를 활용하는 구기자주나 오가피를 활용한 오가피주, 복사꽃과 가지를 사용한 도화주, 연잎을 사용한 연엽주, 진달래꽃이 들어가는 두견주, 소나무 마디를 사용하는 송절주, 솔순을 활용하는 송순주 등이 기록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