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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3. 발효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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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시간과 자연이 준 선물 한국의 저장음식

시간과 자연이 준 선물 한국의 저장음식

절기상 입동이 지나니 이제 자연은 겨울옷을 입기 시작했다. 기온도 많이 떨어지고 어느새 첫눈도 내렸다. 요리를 하면서 점점 더 강해져오는 생각이 있는데 바로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다.

자연은 끊임 없이 새롭게 변화하는 듯 보이지만 변화하지 않는다.

제철의 식재료에서 자연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요리사로서 일하며 가장 뜻깊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요리가 곧 수행이라는 스님들의 말씀도 조금씩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롭지만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요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인간은 먹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 할 수 없다.

그래서 끊임 없이 먹거리를 연구하고 요리를 할 수 밖에 없다. 오늘날의 현대적인 농법과 저장방식의 발전으로 이제는 식재료나 음식을 저장해서 먹는데 그리 큰 어려움은 없지만 그리 오래된 편리함은 아니다.

특히 추운 겨울은 동물이나 인간이 생존을 위해 식량을 구하기 힘든 시기였다. 겨울은 춥고 강수량이 적어 식물이나 농작물이 자라지 못한다. 또한 모든 것이 추위로 꽁꽁 얼기에 식량이 문제가 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겨울을 나기위해 다양한 저장방식이 발달하였다.

추운 겨울이 있는 나라는 각기 다른 자연환경과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저장음식들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특별히 채소를 이용한 채식발효음식들이 발달 하였다.

채소를 장기간 보관해서 먹기 위해서 여러 방법이 있지만 소금에 절여서 저장하는 절임음식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저장음식의 종류에는 장아찌, 김치, 젓갈, 자반, 육포, 북어포, 젓갈 등이 있다.

♣ 절임음식의 기본, 소금과 장(醬)

소금은 크게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분류되는데,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과 유해성분을 증발시켜 만든 자연소금이고 정제염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하여 만드는 인공소금이다.

한국은 예로부터 수심이 깊지 않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와 남해안에서 천일염을 많이 생산하고 있다.

천일염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는 간수를 큰 솥에 넣고 달여서 만든 자염(煮鹽)이 주로 생산되었다. 자염은 색도 하얗고 분말이 고우며 맛이 좋아 한국 저장음식의 기본 재료로 쓰였다.

김준근(金俊根)의 ‘소금가마’

위의 그림은 19세기 말 김준근(金俊根)의 ‘소금가마’라는 작품으로 당시의 소금 끓이는 과정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소금을 얻기 위해서는 반나절 이상의 불 때기와 주걱 질이 필요한데, 이러한 고된 노동의 현장을 그림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소금을 이용한 대표적인 저장식품은 젓갈을 들 수 있겠는데, 삼면이 바다인 자연환경의 영향으로 봄이나 여름에 많이 잡히는 생선이나 새우등을 소금에 저장하여 젓갈을 만들어 일 년 내내 밥반찬이나 음식의 맛을 내는 조미재료로 사용하였다. 특히 생새우에 소금을 뿌려 담근 새우젓은 멸치젓과 함께 한식의 기본양념이 되었다.

장(醬)은 한국의 저장음식에 중요한 재료로 쓰이는데, 한국의 장(醬)은 통일신라시대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본래 한국의 장(醬)은 콩으로 만든 콩(豆)장 이었다. 이 장을 이용해서 만드는 저장음식 중에 대표는 장아찌라고 할 수 있다. 장아찌는 장을 뜻하는 '장아'와 절인 채소를 뜻하는 '디히'가 합쳐져 장에 담근 채소라는 뜻의 '장앳디히'라고 불리다가 오늘날의 장아찌로 불리게 되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여러 가지 채소를 소금, 간장, 된장 등에 넣어 음식을 저장하는 장아찌는 열을 가해 직접 조리하는 것이 아니라서 영양소 파괴가 적어 겨울철 한국인들의 중요한 영양공급원이었다.

♣ 식재료 본연의 맛을 찾아

한국의 저장음식은 언제부터 어떠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을까? 고구려나 삼국시대에 한국의 발효저장음식에 대한 다양한 기록들이 존재하고 조선시대에 와서는 메주를 이용한 장(醬)에 대한 다양한 장류 제조법들이 기록되어 있다.

한 나라의 음식을 정의 할 때에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고추가 한국으로 유입되어 쓰여 진건 조선시대 임진왜란 전후라 하니 그 이전의 한식은 오늘날의 한식과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식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비롯해 고추장,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들과는 맛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특히 한식의 대표 주자인 김치는 한국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발전되어왔는데, 어원도 저(菹), 지(漬), 침채(沈菜)에서 오늘날의 김치라는 단어로 변해왔다.

고추가 유입되기 이전의 김치는 지금과 달리 장아찌와 소금 절임의 형태였고, 장김치라 하여 간장으로 맛을 낸 김치의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저(菹), 지(漬), 침채(沈菜)가 가진 의미는 기본적으로 담거나 절인다는 의미가 있는데 필자는 한국김치 본래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몇 해 전부터 침채(沈菜)라는 메뉴 명을 코스에 넣고 한국식의 샐러드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한식당 두레유 유현수 셰프 침채(沈菜)
▲ 한식당 두레유 유현수 셰프 침채(沈菜)

제철의 뿌리채소들에 간장이나 소금, 과일을 이용한 최소한의 양념으로 맛을 살린 한국식 채소요리이다.

오늘날의 대중적인 한국음식은 대부분 붉은색의 고추장이나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들이 대부분이고, 이제는 고추가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식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고추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쓰이고 있다.

서양에서는 고추를 후추와 함께 중요한 식재료로 여겨서 붉은 후추(red pepper)로 부르고 있고, 태국, 멕시코, 중동 등의 요리에 반듯이 들어가는 재료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찌 보면 매운 고추의 맛은 한식만의 특징이라고 하기에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이제는 오래된 전통을 연구해서 식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리고 자연에 역행하지 않는 자연적인 한국음식 본연의 맛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이다.

이는 우리 한식을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신토불이’만이 우리의 건강한 식생활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맛을 찾아가는 긴 여정을.

유현수 (한식당 두레유 셰프)
▲ 유현수 (한식당 두레유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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