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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3. 발효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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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MZ세대와 세계인까지 사로잡은 막걸리의 매력

MZ세대와 세계인까지 사로잡은 막걸리의 매력

구수하고 달콤한 데다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막걸리는 오랜 기간 서민의 사랑을 받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마시는 술’, ‘마시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 술’이란 오명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런 막걸리가 최근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세계 애주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데…. K-드링크로 거듭나고 있는 막걸리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 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벗

우리나라 고유한 술의 하나인 막걸리는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짠 술로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해 ‘탁주’라고도 한다. 그 밖에 농사철에 빼놓을 수 없는 술이라고 해서 농주, 나라의 대표적인 술이라고 해서 국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막걸리’라는 말은 흐린 부분을 걷어내지 않고 막 걸러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술 빚기의 마지막 단계인 여과의 특징을 형상화한 표현이다.

막걸리는 다 익은 술의 윗부분을 청주로 떠내고 난 뒤 그 밑에 가라앉은 지게미(모주를 짜내고 남은 찌꺼기)를 체에 걸러 얻는다. 지게미에 물이 섞이면 도수가 낮아지고 미세한 앙금들이 생겨 탁하지만, 영양가는 풍부한 술이 된다. 도수가 낮아 쉽게 취하지 않고, 마시면 속이 든든해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즐겨 마시기도 한다.

물과 쌀, 누룩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서민들은 집에서 막걸리를 만들어 즐겼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서민과 함께하는 술의 대명사였다. 예로부터 마을이나 집안의 중요한 행사에는 막걸리가 빠지지 않았는데, 최근에도 준공식과 각종 행사의 고사 때 제물로 올라오는 등 관련 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점심’ Ⓒ국립중앙박물관
▲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점심’ Ⓒ국립중앙박물관

♣ 국가무형문화재가 된 막걸리 빚기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전 농경이 이루어진 시기부터 빚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 시대 문헌에도 ‘탁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술을 빚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술 찌꺼기(지게미)는 비싼 술을 사 먹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술 대신 먹기도 하고 술빵(술떡)으로 만들기도 했다.

술 찌꺼기에 남은 밑술을 붓거나 곡식 가루를 섞어 한 번 더 발효시킨 술을 일반적인 탁주, 즉 막걸리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막걸리는 지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빚었다.

쌀농사를 많이 짓는 곳에서는 멥쌀이나 찹쌀, 평안도나 함경도에서는 좁쌀이나 수수,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옥수수, 남쪽 섬 지역에서는 보리나 고구마로 각각 막걸리를 빚었다. 지역마다 재료 차이는 있지만, 곡물로 만든 누룩을 발효제로 사용했다는 점은 같다.

조선 시대까지 막걸리는 집마다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로 빚어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왔고, 김치나 된장처럼 각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음식의 하나였다.

하지만 1909년 허가를 받아야 양조할 수 있는 주세법이 생기고, 1934년부터 1995년까지 집에서 술을 빚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이 시행되면서 민가의 다양한 막걸리는 줄어들고, 대신 양조장 막걸리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굴곡이 있었지만, 막걸리는 때마다 시대적 상황에 적응하면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 1960년대 중반 이전까지는 주로 쌀을 주재료로 삼았지만, 1966년 양곡 정책 이후에는 수입 밀가루와 옥수숫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1990년부터 술 재료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면서 다시 쌀로 만든 막걸리가 등장했고, 2009년 이후로는 쌀 소비를 권장하는 국가 정책에 따라 쌀로 양조한 막걸리가 급격히 늘었다. 알코올 도수 제한도 없어져서 도수 1% 이상이면서 탁한 상태를 유지하면 모두 ‘막걸리(탁주)’라 칭할 수 있게 됐다.

‘막걸리 빚기’는 그 역사성과 학술성, 대표성, 사회문화적 가치, 지속가능성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21년 6월 국가무형문화재에 지정됐다. 한반도 전역에서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는 문화라는 점에서 특정 보유자나 단체는 인정하지 않는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됐다.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주막’ Ⓒ국립중앙박물관
▲ 김홍도, <단원풍속도첩> 중 ‘주막’ Ⓒ국립중앙박물관

♣ 세계 속의 K-드링크, 막걸리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서 이제는 한국 술의 인기를 반영한 ‘K-드링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의 대표적인 방송국 중 하나인 CNN에서는 ‘차세대 한류의 주인공’으로 막걸리를 지목했다. BTS에서 촉발된 한류의 인기가 세계로 퍼지며 이제는 막걸리도 그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일본에서는 ‘맛코리(막걸리의 일본식 발음)’라 불리며 젊은 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로 관세청의 지난 6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수출액은 1,570만 2,000달러(한화 약 196억 6,000만 원)로 이전 해와 비교해 27.6% 상승한 수치라고 한다.

그 인기는 국내에서도 심상치 않은데, 특히 MZ세대의 호응이 높다. 한때 ‘아재 술’ ‘서민 술’로 불렸던 막걸리가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CNN을 비롯한 유수의 매체 및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시장’ 개척을 첫 번째 요인으로 손꼽는다. 오래된 양조 기술을 재현하는 동시에 ‘건강과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웰빙주’라 불릴 만큼 건강한 술이라는 이미지도 한몫했다.

막걸리에는 식이섬유와 단백질,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면 같은 양의 식이 음료보다 100~1,000배나 많은 식이섬유를 섭취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대장의 운동을 도와 변비를 예방하고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좋다고 하니 지나치게 마시지만 않는다면 ‘약’이 될 수도 있다.

막걸리 효능

천연 탄산을 살린 복순도가 손막걸리, 전남 해창주조장의 해창막걸리 18도, 에일 맥주 효모를 사용한 마크홀리 등 젊고 신선한 감각으로 갈아입은 막걸리는 이제 ‘힙한’ 주류로 다시 태어났다.

막걸리는 한때 ‘마시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 술’이란 오명을 쓰기도 했다. 과거 막걸리에 공업용 화학물질인 ‘카바이드(calcium carbide)’를 넣어 숙취와 두통이 뒤따랐다는 것.

이를 두고 국내 주류과학계 최고 전문가로 손꼽히는 조호철 박사는 반론을 제기했다. 카바이드가 물을 만나면 아세틸렌가스가 생성되는데, 이 냄새가 심하고 역겨워 사람이 마실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아세틸렌가스는 폭발에 취약하다.

만약 막걸리에 카바이드를 넣었다면 폭발의 위험이 있을 텐데 그런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 조 박사는 그 밖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애당초 막걸리에 카바이드를 넣은 사실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시고 나면 뒤끝이 안 좋은 술’이란 말은 진실이 아님을 밝혀냈다.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 안팎의 저알코올 음료이기에 남녀 불문 다양한 세대가 부담 없이 즐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다량의 유산균을 함유한 발효주라는 측면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다양한 시도에서 나오는 다채로운 맛과 향에다 세련되고 트렌디한 디자인과 마케팅이 더해지며 더욱 넓고 깊은 막걸리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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