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까마득한 상고 시대부터 어패류를 활용한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다. 입맛을 돋우는 반찬이나 다른 음식의 조미료로도 활용되는 젓갈은 하나의 요리 자체로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젓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각국엔 어떤 젓갈이 있고, 또 어떻게 젓갈을 즐기고 있을까.
♣ 어패류의 보관을 위해 시작된 염장
인류는 강과 바다에서 잡은 어패류를 어떻게 썩지 않게 보관할까 궁리하다 소금에 절이게 됐다. 소금에 어패류를 절이면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글루탐산나트륨(Monosodium Glutamate)처럼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풍부하게 발생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 이후 젓갈은 수천 년 동안 인류 미각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됐다.
발효 음식인 젓갈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 발효는 효모나 세균 등의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작용으로, 이 과정에서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이 만들어진다.
젓갈은 장기간 보관해서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인 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문화마다 지역마다 각기 들어가는 재료와 담가 먹는 방식이 달랐다.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음식인 만큼, 젓갈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고 싶다면 세계 각국에서 전해 내려온 젓갈에 대해 살펴보는 일이 우선 아닐까.
♣ 시오카라부터 캐비아까지, 세계의 젓갈들
일본에는 ‘시오카라(Shiokara)’라는 발효 식품이 있다. 본래 생선을 겨우내 두고 먹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생선의 내장을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이다. 보통은 오징어로 만들지만, 지역에 따라 정어리, 가다랑어, 고등어의 내장을 쓰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절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식초보다는 소금을 사용하며, 절이는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생성되어 건강에도 좋고 향미도 풍부하다. 일본의 시오카라는 주로 요리의 맛을 내는 데 쓴다.
동남아 지역에서는 베트남의 느억맘(Nuoc Mam)과 태국의 남플라(Nam Pla), 필리핀의 바고옹(Bagoong) 등이 대표적인 젓갈류로 손꼽힌다. 짙은 갈색의 느억맘은 신선한 멸치와 천일염을 나무나 흙으로 만든 커다란 통에 켜켜이 쌓고 수개월에서 1년가량 발효시켜 만드는 어장으로 특유의 향미가 돋보인다.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면 천연 글루타민산염과 그 밖의 단백질이 요리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전반적인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 남플라는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액젓과 같은 맑은 소스로 태국 요리에 많이 사용되며, 바고옹은 생선이나 새우를 소금에 발효시켜 만드는 젓갈로 필리핀에서 조미료, 소스 등으로 쓰인다.
유럽권에서도 생선을 발효한 음식은 다수 전해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캐비아(caviar)는 철갑상어 등 어류의 알을 가공하거나 염장 처리한 서양식 생선알 젓갈이다. 특히 러시아산 캐비어가 유명하며 세계의 진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생산량이 적어 값이 비싼 편이며, 술안주나 카나페, 샌드위치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안초비(anchovy)는 멸치류의 작은 물고기를 발효시켜 만든 젓갈로 정통 이탈리아 음식에 널리 쓰인다. 별미로 먹기도 하나 대부분 피자나 파스타, 샐러드 등에 넣거나 빵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에는 극심히 추운 기후의 영향으로 발효 음식이 발달했다. 그라브락스(gravlax)는 설탕, 소금 등에 연어를 절인 요리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에서 즐겨 먹는다. 그 밖에도 노르웨이에서 즐겨 먹는 라크피스크(rakfisk)는 송어나 곤들매기 종류의 생선을 두세 달 동안 소금에 절인 음식이다.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은 발트해에서 잡은 청어를 발효한 스웨덴의 전통 음식으로 극심한 악취 탓에 통조림 형태로 가공해 판매된다. ‘썩은 달걀과 하수도 냄새 사이의 중간쯤’이라고 표현되는 악취에도 불구하고 별미로 사랑받고 있으며, 주로 빵 위에 양파나 삶은 감자 등과 함께 얹어 먹는다.
상어의 살코기를 발효시킨 뒤 건조해 만든 아이슬란드의 향토 음식 하우카르틀(Hákarl) 역시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극심해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젓갈류를 좋아하는 어지간한 미식가들도 선뜻 맛보기 어려운 맛이라고 하니 한번 도전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