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근이 그린 작품 <소금가마>
❞19세기말 풍속화가인 김준근이 그린 작품 <소금가마>는 바닷물을 직접 끓여서 소금을 얻는 전통적인 방법인 ‘전오제염법’을 묘사한 그림이다. 김준근은 바다가 가까운 강원도 원산에서 활동했는데 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림에는 철로 만든 소금가마에 바닷물을 부어 조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표현되었다.
그림에 나오는 두 명의 사람은 머리에 땀받이로 추정되는 끈을 묶고 일하고 있다. 한 명은 땔감을 넣어 열심히 불을 때고, 나머지 한 명은 가마에 열기가 골고루 닿을 수 있게 저어주고 있다.
♣ 바닷물을 끓여 힘들게 얻은 소금
우리나라는 국토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소금 만들기에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인 ‘천일제염법’이 등장하기 전에는 그림에 묘사된 것처럼 화력에 의한 ‘전오제염법’으로 소금을 얻었다.
우선 진흙을 깐 염전을 조성한 다음, 바닷물을 끌어들여 높은 염분을 머금은 진흙을 체를 건 통 위에 얹는다. 그 위에 다시 바닷물을 뿌린 고염도의 간수를 모은 다음 이를 팔팔 끓여서 소금으로 만들었다.
이 방법은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바닷물을 끓이고 졸여서 소금을 얻었기 때문에 소금 산출량이 염전에서 나는 양보다 훨씬 적었다.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땔감 소비도 막대했다.
소금을 만들려면 바다 주변에 나는 땔감이 상당수 들어가기 때문에 국가적인 규모의 대량 생산체계가 확립되어야 할 수 있는 산업이었다.
그래서 소금은 굉장히 귀할 수밖에 없었다.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 ‘소금장수 사위 보았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금은 ‘금’처럼 귀하게 취급받았다. 당연히 더 효율적인 제염기술이 필요했다. 결국 1907년 천일제염법이 개발되었고, 이후 전오제염법은 힘을 잃고 1961년에 사실상 소멸되었다.
♣ 염장 음식의 발달로 이뤄진 김장문화
농경민족인 우리나라는 채소와 곡식 위주의 식생활을 해왔다. 염분이 부족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예부터 짠맛이 나는 반찬을 많이 만들었다.
젓갈, 소금에 절인 생선, 장아찌, 김치, 장류 등 한식에 소금은 필수적으로 들어갔다. 소금 생산에 유리한 자연적인 조건도 염장 음식의 발달을 가져왔다.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하다. 늦가을과 겨울, 초봄까지는 춥기 때문에 채소를 기를 수 없어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소금에 절인 저장 음식을 먹어야 했다.
그래서 채소를 소금에 절이거나 장·초·향신료 등과 섞어서 저장하는 방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생겨난 우리 고유의 식품이 바로 김치다.
김장은 추운 겨울 3-4개월 간 먹을 채소를 저장하는 방법이다. 늦가을인 11월경에 이뤄지는 주요 행사다. 이때 담근 김치를 김장김치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2013년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을 정도로 단순히 겨울김치 그 이상의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온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 다함께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두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음식이라는 의미를 넘어 모두가 함께 일하고 나눠먹는다는 정서가 숨어있다.
김치도 없을 만큼 가난한 이웃에게 김장김치를 나눠주는 문화가 현대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 김치로 온기를 나누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