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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역사의 손맛, 김치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지혜 ‘김장문화’

역사의 손맛, 김치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지혜 ‘김장문화’ No1.

고려 중엽의 이규보가 쓴 시에는 ‘장에 담그면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 되네’라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 조상들은 먼 옛날부터 가족과 이웃 간 정을 나누는 김장문화를 지속시켜왔다. 공통된 맛을 위해 모두가 모여 김치를 담그는 풍경은 단순한 나눔의 미덕을 넘어 역사와 지역사회 요소가 인간 주체성과 결합되는 일종의 잔치이자 축제였다.

♣ 절임에서 ‘매운맛’까지, 김치 변천사

김치 탄생 이유로 가장 처음 드는 것은,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해 겨울철 3개월은 채소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해 채소들을 김치의 형태로 저장 가공했다는 것이다. 채소를 소금에 절이면 조직이 그대로 살아있고 신선미를 보유한 채로 저장이 가능하다.

또한 염장 시 소금을 적게 사용하면 세균의 발효작용으로 젖산을 생성해 상큼한 맛을 내는 동시에 저장성을 부여하는 유리한 작용을 한다. 이 절임 과정이 담금, 즉 발효 과정으로 진입한 것은 식품가공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삼국시대 널리 먹었던 채소절임은 오늘날 김치의 원조다. 이 시기 김치는 산출된 채소인 순무, 가지, 박, 부추, 죽순, 도라지 등을 소금에만 절인 형태였다. 이후 고려시대에 새롭게 개발된 국물 있는 김치, 즉 동치미류가 등장해 분화된 형태를 보였다.

절임에서 ‘매운맛’까지, 김치 변천사 No1.

이전까지의 김치가 절임 과정을 거친 백색의 빛깔이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매김한 것은 조선시대다. 중농정책에 따라 농업이 권장된 데다 인쇄술 발달로 우리 환경에 맞는 농서가 널리 보급되면서 채소 재배 기술이 향상됐고, 덕분에 김치 종류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한민족 특유의 정서를 상징하는 ‘매운맛’은 임진왜란 이후에나 나타났다. 선조 25년(1592년) 왜란을 전후해 일본으로부터 고추가 처음 전해진 것이다. 그러나 고추는 당시만 해도 독성물질로 여겨져 식품으로 활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 초반부터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젓갈이 다양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농민항쟁 등 당시의 격변하는 사회상이 매운 음식을 찾게끔 했다고 설명하는 이도 있다.

이렇게 생겨난 매운맛에 배추가 결합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조선배추가 보급된 이후에야 지금의 모습과 유사한 통배추 김치 제조법이 보편화될 수 있었다.

♣ 세계가 인정한 위대한 우리 유산

지난 2001년, 김치가 국제식품규격에 등록됨으로써 명실공이 한국 고유의 대표 전통 발표식품이 국제적 승인을 받게 되었으며, 2006년 미국의 건강 연구지 헬스지(Health Magazine)는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인도 렌틸콩, 일본의 낫토와 함께 한국의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

이어 2013년 12월 5일,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문화인 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채소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중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 두고 먹는 풍속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재료들을 준비해서 김치를 담고, 저장하고, 일년 내내 양식으로 삼는 일련의 과정에는 자연의 리듬과 이루는 조화, 그렇게 살아왔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것이 김장문화가 갖는 무형유산의 의미이자 우리나라가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귀한 가치일 것이다.

세계가 인정한 위대한 우리 유산 김치 No1.

♣ 김치의 위상과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김치의 기원과 전파 과정에 대해서는 여러 추정이 가능하지만 절임채소 식품을 오랫동안 즐겨왔던 구대륙의 다양한 사회들 가운데 고추를 절임채소에 활용하여 이를 본격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시킨 것은 한국이 최초이며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김치와 김장은 한국이 상대적으로 외부와의 교류가 제한된 상태에서 한국의 기후와 토양 등의 자연조건은 물론 전통사회의 지식과 기술, 가족과 친족제도, 사회조직 등과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한 매우 완성도 높은 문화적 전통이다.

따라서 일본이 기무치를 국제식품규격에 자국 식품으로 등록해 기득권을 확보하려 한 시도나, 중국이 파오차이로 김치 원조론을 주장하는 일은 타당하지 않다. 이를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속담 중 ‘떡 줄 사람은 꿈도 안 꾸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가 있다.

이 속담은 오랜 시간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김치의 쓰임을 잘 나타내고 있다. 못난 사람은 제때에 익지 않아 맛없는 김치에, 하찮고 못난 사람이나 그 행동거지는 김치를 먹고 남은 김칫국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을 보고 분노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식문화에서 차지하는 김치의 위상과 인문학적 가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치문화는 문헌의 기록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있다. 생각해 보라.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웃으라는 말 대신 ‘김치’라고 말하지 않는가.

김치의 위상과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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