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부터 부암동을 지켜온 만두 전문점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의 빕 그루망인 자하 손만두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요리 솜씨를 이어받은 박혜경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박 대표가 살던 집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은 그 덕분에 누군가의 가정에 초대받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단아한 내부와 인왕산의 절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훌륭한 조망도 이 공간의 매력을 한층 높여줍니다.
일체의 조미료를 배제하고 직접 담근 조선간장으로 맛을 낸 삼삼한 국물과, 국내산 밀가루로 만든 쫄깃한 만두피가 매력적인 자하 손만두의 여덟 가지 만두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모두 정성껏 준비한 건강한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하고자 하는 자하 손만두의 소신이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 앞마당에 폈던 3개의 파라솔, 미쉐린 빕 구르망 레스토랑이 되다
부암동 토박이였던 박혜경 대표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93년, 갓 결혼한 올케와 의기투합해 친정집 마당에 파라솔 3개를 펴고 만두를 빚어 손님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왕산 개방과 함께 부암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던 당시,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받은 만두를 손님들에게 선보여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집 마당에 파라솔을 펴고, ‘손만두’라고 써 붙인 것이 자하 손만두의 시작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힘을 모아 만두를 준비하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자하 손만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박 대표는 조금씩 방을 비우며 접객 공간을 늘려 나갔고, 이제는 집에 살던 가족이 모두 이사를 나가 이 공간을 온전히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광고 한 번 하지 않았지만 멀리서도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자하 손만두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2016년 런칭한 이후 지금까지 매 해 빕 구르망 레스토랑으로 선정되며 미식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 자하 손만두의 비결, 집에서 담근 간장과 진심어린 마음
자하 손만두에서는 매일 5000여개가 넘는 만두를 빚는데 이는 모두 한국의 전통 만두로, 8가지 종류를 준비합니다. 만두는 육수와 함께 삶아 먹는 만두인지, 그냥 맑은 물에 삶은 뒤 건져 먹는 만두인지, 쪄 먹는 만두인지에 따라 모두 조리법이 다른 것이 특징입니다.
만두소로 쓰이는 재료 또한 채소만을 사용한 것부터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함께 들어간 것, 김치가 들어간 것 등 다양하며,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합니다. 그 중에서도 만둣국과 함께 자하 손만두의 대표 메뉴로 꼽히는 편수는 표고버섯과 소고기, 오이 등을 넣어 맛이 정갈하면서도 담백합니다.
박 대표는 자하 손만두의 비결을 직접 담근 간장으로 꼽습니다. 만두의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장 맛이므로 레스토랑을 오픈한 이래 단 한 번도 시판 간장을 구매해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입니다.
“만두를 빚는 방법은 비슷할지라도 그 집에서 오랜 세월 전통을 가지고 지켜 온 장 맛은 다르기에, 직접 조선간장을 담가 써야 한다는 신념이 생겼어요.” 박 대표는 메주를 띄워 염수에 숙성하고 간장을 뽑아 몇 년 간 숙성하며 사용하는데, 이것이 자하 손만두가 30여년이 지나는 세월 동안 지켜온 가장 큰 원칙입니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아요. 간장으로만 맛을 냅니다. 조미료 자체가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식재료의 맛을 넘어서며 균형을 해친다고 생각해요.
저희 만두와 어우러지지 않죠. 심심한 듯, 담백하게 먹어야 다음 번에도 이 음식이 자연스레 그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간장은 세월이 만든 맛이라 채소와 갖은 고기와도 부드럽고 은은하게 잘 어우러집니다. 조미료와는 대조적이죠.”
김치도 간장과 다르지 않습니다. 흔히 김치를 만두와 곁들이는 간단한 반찬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하 손만두에서는 김치 또한 마음을 담은 요리입니다.
손님이 많아 소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자하 손만두에서는 김치를 담그는 것도 거의 매일의 일상입니다. 박 대표는 “결과물은 일견 비슷해 보일지언정, 정성을 담은 맛과 그렇지 않은 것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며, “정성과 마음을 담은 음식에서는 따뜻한 맛이 난다”고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