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재료를 전골냄비에 색을 맞추어 담고 간을 한 육수를 부어서 끓여 만든 음식이다. 전골이란 자법(煮法 : 삶아 익히는 것) 냄비요리로 찌개와 비슷하다. 찌개는 주로 주된 주재료 한 가지를 가지고 만들고, 전골은 들어가는 주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나, 여러 가지 재료를 함께 끓이는 점이 다르다.
전골은 즉석요리의 하나로서 불에 냄비를 얹어놓고 조리하면서 먹는 것이 특징이다. 냄비 하나를 둘러싸고 여럿이 함께 먹으니 친밀감을 주고 또 난로가 있어서 난방의 구실도 한다.
장지연교수는 『만국사물기원역사 萬國事物紀原歷史』에서 “전골(氈骨)은 상고시대에 진중에서는 기구가 없었으므로 진중 군사들이 머리에 쓰는 전립을 철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자기가 쓴 철관을 벗어 음식을 끓여 먹었다.
이것이 습관이 되어 여염집에서도 냄비를 전립 모양으로 만들어 고기와 채소를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전골이라 하여왔다.”고 그 유래를 설명하였다.
『경도잡지 京都雜志』에서는 “냄비이름에 전립투(氈笠套)라는 것이 있다. 그 모양이 벙거지 같다고 하여 이러한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채소는 그 가운데 움푹하게 들어간 부분에다 넣어서 데치고 변두리의 편편한 곳에서 고기를 굽는다. 술안주나 반찬에 모두 좋다.”고 하였다.
『옹희잡지 甕餼雜誌』에서는 “적육기(炙肉器)에 전립을 거꾸로 누인 것과 같은 모양의 그릇이 있다. 여기에 무·미나리·파의 무리를 세절(잘게 자르는 것)하여 복판의 우묵한 곳에 넣고 장수(醬水 : 간장)에 엄저(淹貯 : 담가 놓는 것)한다. 이것을 숯불 위에 두고 철을 달군다. 고기는 종이처럼 얇게 썰고 유장(油醬 : 기름장)에 지(漬; 담그다.)하고 젓가락으로 집어서 사연평면(四沿平面 : 사면, 사방)에서 협적(熁炙 : 불로 지저 굽는 것)하여 한 그릇으로 3, 4인이 먹는다. 이것을 전철(煎鐵) 또는 전립투라고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경도잡지』와 『옹희잡지』의 전골은 지금의 냄비전골과 전골틀부터 다르다.
『시의전서 是議全書』에는 연한 안심을 얇게 골패 쪽처럼 저미거나 채를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알합이나 화기(火器)에 담고 그 위에 잣가루를 뿌려 먹는다. 죽순·낙지·굴을 쓰기도 한다고 되어 있다.
전골 나물은 무·콩나물·숙주·미나리·파·고비·표고·느타리·석이·도라지를 쓴다. 소반에 전골틀과 나물접시를 놓고 탕기에 맑은 장국을 타서 담고, 접시에 달걀 2, 3개를 담고 기름은 종지에 놓고 풍로에 숯을 피워 전골틀이나 냄비에 지진다고 하였다. 오늘날의 냄비전골과 『경도잡지』나 『옹희잡지』의 구이전골과 혼합된 형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전골은 구이전골에서 냄비전골 또는 혼합형으로 바뀌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 전골의 종류는 각색전골·굴전골·낙지전골·노루전골·대합전골·두부전골·버섯전골·채소전골 등의 들어가는 주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있다.
이처럼 그릇부터가 범상치 않은 전골요리는 예로부터 조상들이 즐겨먹었던 음식이며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다.
특히나 찬 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고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배꼽시계가 출출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어디 포장집이라도 들어가 따끈한 찌개나 국이 들고 싶어지는데 이런 때에 예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어 오던 음식인 전골이 인기를 누리게 된다.
전골의 재료는 시대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쇠고기나 돼지고기가 전골의 재료였지만, 요즈음에는 해물, 국수까지가 전골의 재료가 된다. 그 중에서도 곱창전골이 일반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전골이 아닐까 한다.
곱창은 매우 긴 창자이다. 매우 길어서 뱃속에 여러 굽이 굽혀져 자리하고 있다. 그렇게 굽혀 있는 창자이기 때문에 ‘곱창’이다. 김희선이 의사 역을 맡았던 『해바라기』라는 드라마가 시장 상인들에게 기여한 것은 폭발적인 선풍을 일으켰던 『곱창밴드』였다.
『곱창밴드』는 오글오글한 모양의 소의 곱창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희선이 사용한 것은 검정에 흰색 세로줄을 넣어 흑백의 색상대비를 살려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었지만 시장에선 각양각색의 『곱창밴드』가 1999년 여름의 장사를 몽땅 책임져 주었다.
이 구불구불 또는 고불고불한 곱창은 속에 융털돌기가 가득한데, 끓이면 그 질깃질깃한 맛이 우리 혀를 즐겁게 한다. 전골로 먹어도 좋고 구이로 먹어도 좋은 곱창, 열량이 높은 고기보다 고단백 저칼로리의 건강식이 곱창이다.
곱창에는 소곱창과 양곱창이 있는데 소 곱창은 소의 작은 창자를, 양곱창은 소의 첫 번째 위를 가리킨다. 소는 네 개의 위를 가지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바로 양이고 두 번째가 천엽, 세 번째가 절창, 네 번째가 바로 막창이다. 그러나 곱창은 전골이라야 제 맛을 낸다고 한다.
곱창은 기가 허약한 사람이 섭취하면 기를 보충해 주고 또 산후 조리에도 특효가 있다. 고단백, 저 콜레스테롤 식품인 곱창은 씹는 맛도 쫄깃하며 술안주 시 분해 작용이 뛰어나 위벽보호, 알코올 분해, 소화촉진 등의 작용에 좋으며 여성들의 건강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격이다.
또한 곱창구이는 곱창 속의 소화액 때문에 소화가 잘된다. 여기에 20여 가지 각종 양념을 첨가한 곱창전골은 영양을 한층 더 높여 고소하고 쫄깃쫄깃한 맛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는 음식이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정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준다고 되어 있고 오장을 보호하며 어지럼증(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또한 당뇨, 술 중독, 몸의 독성해소, 장내해독, 살균, 이뇨, 피부미용, 피로회복, 노약자의 양기부족, 골다공증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음식의 성질로는 溫하다고 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고 비위(脾胃)를 보호하고 게우거나 설사하는 것을 멎게 하고 소갈과 수종(水腫)을 낫게 한다고 적혀 있다.
외양과 효능 면에서, 즉 안팎으로 범상치 않은 이 곱창전골의 맛은 소의 내장을 먹는다는 편견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다. 그 좋은 예가 일본의 ‘곱창전골’이라는 록밴드이다. 곱창전골을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는 그룹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자신들의 그룹 이름을 ‘곱창전골’로 정했다는 것이다.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 록음악 활동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는 이 일본 젊은이들의 데뷔 음반 타이틀은 ‘안녕하시므니까’이다. 곱창전골이 한국 록음악을 하게 된 데는 팀 리더인 사토 유키에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일본에서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록밴드를 이끌었던 음악인이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던 그가 95년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방문하면서 한국 록음악과의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한국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그가 서양의 록과는 다른 독특한 음률을 지닌 한국의 록 음악에 매료된 것이다.
비빔밥과 불고기, 김치만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구불구불 볼품사나운 소의 내장이 한국음식의 세계화, 그것도 이웃나라 일본인들에 의한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
♣ 16,000 원짜리가 이정도 ◉_◉? 소 곱창전골♨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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