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병아리에 인삼·황기·대추·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서 만든 음식을 삼계탕이라고도 한다. 여름철의 건강을 돕기 위한 보양음식의 하나로, 초복·중복·말복의 절식으로 애용된다.
요즈음에는 양계법이 발달되어 계절에 관계없이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있으나, 예전에는 봄철에 둥우리에서 부화한 병아리가 여름철이면 400∼500g쯤 되는 중병아리로 자라게 되므로, 이것을 이용하여 여름철의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영양식을 만들게 된 것이다.
함께 넣은 인삼·황기·대추는 우리나라 토산의 한약재이므로, 계삼탕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개념이 짙게 들어 있는 음식의 하나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계삼탕을 만드는 법은 병아리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배 안에다 찹쌀·인삼·황기·대추 등을 넣고 실로 꿰매어 돌솥이나 뚝배기에 넣고 물을 부어, 강한 불에 한소끔 끓인 다음 약한 불에 1시간쯤 푹 곤다.
인삼이나 황기의 성분이 닭의 여러 성분과 어울려 충분히 우러나고, 찹쌀이 무르고 국물이 알맞게 졸았을 때 불을 끈다. 이것을 그대로 먹거나 꼭 짜서 즙액만을 먹기도 한다. 먹을 때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맞추어 먹는다.
옛 문헌을 보면 닭을 삼삼하게 고아 여러 가지 재료와 함께 찜이나 국의 형식으로 만든 요리는 많이 찾을 수 있으나 삼계탕(혹은 계삼탕)이라는 명칭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조리 형태가 비슷한 칠향계라는 음식도 삼이 아닌 도라지를 넣어 만들었다.
아마도 삼계탕이 일반화 된 것은 인삼이 대중화 되면서 가능해진 일일 것이다. 현재의 삼계탕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요리는 방신영의 『조선요리제법』(1934)에 등장하는데 이때도 인삼가루 한 숟가락을 넣었을 뿐이다.
1951년 동아일보 12.2일자 기사를 보면 보건부에서 전쟁기 물가를 잡기 위해 음식점 가격 단속을 위한 기준 음식가격을 고지한 기사가 있다. 이때 요리가격표에 등장하는 음식명 중에는 닭고음이라는 것이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은 닭고기의 계절이다. 삼계탕은 특히 삼복(三伏) 때가 되면 한국인이라면 으레 한두 번쯤은 먹어야 하는 대표적인 여름나기 보양식이다. 복날이 가까워 오면 전문 음식점이 아니더라도 일반 음식점에서도 삼계탕을 취급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닭고기는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여름철 일정기간에 폭발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삼계탕은 문화관광부가 뽑은 우리민족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상징’에 김치, 떡, 전주비빔밥, 소주, 막걸리, 고추장, 된장, 청국장, 불고기, 냉면, 자장면 등과 함께 식생활 부문에 당당히 선정되었다.
또 삼계탕은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손꼽는 한국 음식 중 하나이다. 이제는 한류스타가 되어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가 찾는 음식이 된 삼계탕은 닭 한 마리가 통째로 그릇에 담기는 특성상 의인화되어 여름이 되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삼계탕을 주인공으로 한 유쾌한 노래까지 만들어낼 정도이다.
‘머나먼 저승길 허기질세라/대추 밤 찹쌀 미리 얻어먹고/지옥 물에 목욕재개 하고나니/골수 녹아내려 녹작지근한 몸뚱아리//인삼 하나 끌어안고/볼썽사납게 다리 꼬고 누워/누드쇼는 하지만/버젓한 한류스타이기에 여한은 없다//젓가락으로 잔인하게 꼬집어도 좋으니/뼈 마디마디 깔끔하게 해탈시켜주길’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는 자신의 소설에서 삼계탕을 대한민국 최고의 요리라고 칭찬했고,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謨)는 삼계탕을「진생 치킨 수프」라 부르며 한국에 올 때마다 찾는다. 미국과 유럽 등지의 외국 관광객들도 가장 맛있게 먹은 한국 음식으로 전주비빔밥과 더불어 삼계탕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명칭에서 보듯 삼계탕은 풍부한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의 보고인 닭고기와 예로부터 만병통치의 영약으로 확인된 인삼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전통음식이다.
영양학적으로도 닭은 돼지고기보다 섬유가 가늘고, 연할 뿐 아니라 지방이 근육 속에 섞이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도 잘 돼 다른 육류에 비해 성인병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예로부터 백년손님인 사위에게 씨암탉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으며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도 닭가슴살을 이용한 요리를 많이들 이용한다.
요즘 삼계탕은 부재료로 녹각(사슴뿔)에 밤·황기·당귀·잣 따위가 추가되는 것은 기본이고, 자연산 전복을 껍질째 넣거나 낙지가 들어가는 삼계탕도 있다. 한 그릇에 30만원이나 한다는 홍삼을 넣은 홍계탕까지 나왔다.
인삼 외에 동충하초· 감초· 황기· 녹각 등 온갖 한약재가 다 들어가는 ‘한방삼계탕’이 나온 지는 이미 오래고, 낙지와 꽃게· 전복 등을 넣은 ‘해물삼계탕’까지 등장하는 등 삼계탕도 ‘퓨전화’되고 있다.
뚝배기나 돌솥이 아닌 대나무 통에 닭을 넣고 찌는 ‘대나무통 삼계탕’이 있는가 하면 끓는 물에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 삼계탕도 나왔다. 최근에는 삼계탕 한 그릇 먹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닭 한 마리를 반으로 갈라 넣어 만든 ‘반계탕(半鷄湯)’을 취급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그러나 진짜 삼계탕 맛은 애지중지 키우던 씨암탉을 사위올 때 가차 없이 목을 비틀었던 우리네 장모님들처럼 집에서 모이주고 “정상적”으로 키워 잡은 장모님 표 삼계탕이다.
♣ 하루 80마리 한정! 삼계탕 1년 내내 든든한 한 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19회 2019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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