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면에 숨겨진 보랏빛 비밀, 밀양 들깻잎

지난 8월 1일, 밀양시는 지역 대표 특산물인 ‘밀양깻잎’으로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획득해 독자적 상표권을 얻었다. 이로써 밀양깻잎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토종 식재료로서 품질과 유구한 역사성까지 인정받은 셈.

고소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식용 가치가 우월하며, 철분과 무기질·비타민을 비롯해 보랏빛이 도는 뒷면에 함유한 안토시아닌으로 영양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 WHAT IS IT?

깻잎을 식용으로 섭취하는 건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흔히 참깻잎과 들깻잎으로 나뉘는데 분류학상 둘은 완전히 다른 종. 일반적으로 마트나 시장에서 사 먹는 것이 바로 들깻잎이다. 참깻잎은 긴 타원형에 끝이 뾰족하며, 잎이 억세고 두꺼워 주로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한다.

또 참깻잎을 따면 종자가 여물지 않아 참깨를 수확하기 어려워, 보통 참깻잎은 참깨(종자)를 얻으려 키우는 경우가 많다. 들깨는 잎과 종자를 모두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 깻잎을 목적으로 재배해 잎의 생산량이 많은 ‘잎들깨 품종’과 종자인 들깨를 주로 생산하는 ‘엽실들깨 품종’이 있다.

그중 ‘밀양 들깻잎’은 우수한 잎으로 인정받은 대표적인 ‘잎들깨 품종’.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품질과 명성, 역사성으로 ‘지리적 표시 단체 표장’을 획득해 큰 화제를 모았다. 이밖에 밀양 얼음골 사과와 보성 녹차, 한산 모시, 태안 호박고구마 등도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으로 독자적인 브랜드 권리를 보호받아왔다.

♣ WHERE TO GROW?

원산지는 동부 아시아로 추정, 예로부터 인도와 한국, 중국 등에서 재배됐으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보편화되었다. 광지역성 작물로 경남 밀양을 비롯해 충남 금산, 경기 남양주 등에서 재배되며, 장해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사시사철 맛볼 수 있다.

그중 개별 깻잎의 우수성으로 손꼽히는 건 ‘밀양 들깻잎’. 타 지역의 깻잎보다 서서히 성장해 오랜 기간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어, 잎이 도톰하면서 실하고 고유의 향이 짙다. 또 밀양 지역은 사질 양토에 일조량도 좋아 수확량(전국 생산량의 50%)이 많은 편.

1년에 2차례 수확기를 갖는데, 봄에 파종해 여름에 수확하는 ‘춘파’와 가을에 파종해 겨울에 수확하는 ‘추파’로 나뉜다. 특히 천천히 성장할수록 품질이 좋아져 밀양 추파 들깻잎이 가장 훌륭한 풍미를 낸다.

♣ HOW TO EAT

12cm 크기가 최상품. 잎은 짙은 녹색으로 윤기가 좌르르 흐르고, 줄기는 엷은 초록색으로 생생한 걸 골라야 한다. 또 솜털같이 붙은 잔가시가 선명하고 까슬까슬하며, 가장자리의 윤곽이 뚜렷할수록 좋다. 단 붉거나 검은 반점이 보이는 건 피하자.

깻잎의 잔털은 이물질이 달라붙기 쉬우니 한 장씩 표면을 중심으로 꼼꼼히 씻을 것. 물 1L 기준 녹차 30g을 넣어 상온에서 30분간 우린 물에 깻잎을 5분간 담근 뒤, 흐르는 물에 씻기를 권한다. 한편 깻잎은 호흡열이 강한 식물.

쉽게 마르거나 짓무를 수 있어, 수분 유지를 위해 종이타월로 한번 감싸 랩을 씌운 뒤 냉장 보관해야 한다. 또 신선도가 떨어지면 향과 맛이 급격히 약해져 구매 후 가급적 빨리 먹는 것이 좋다.

페릴라알데히드나 리모넨, 페릴케톤 등 방향성 정유 성분이 독특한 향으로 입맛을 돋우어 나물 반찬이나 찌개나 탕 등에 향신료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육류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를 야무지게 잡아 쌈으로 싸 먹으면 환상의 짝꿍. 상추와 함께 쌈의 대명사로 쌍벽을 이룬다.

♣ GOOD FOR HEALTH

철분 함량이 매우 높아 빈혈을 예방하고 성장기 아동의 발육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시금치보다 2배 이상 철분을 함유해 깻잎 30g을 먹으면 일일 권장량이 모두 충족될 정도.

칼슘 등의 무기질과 비타민A·비타민C도 풍부하고, 식물성 색소 플라보노이드의 하나인 루테올린 성분을 지녀 체내 염증 완화, 항 알레르기, 기침이나 콧물, 재채기 등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또 혈액을 응고하는 비타민K도 함유해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 물론, 고기와 함께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암을 예방하는 데도 효력을 발휘한다. 특히 밀양 들깻잎은 적자색을 띠는 잎의 뒷면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안토시아닌’까지 들어 있어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