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잘 꾸며진 꽃다발’을 의미하는 부케 가르니(Bouquet Garni)는 수프와 육수, 스톡, 소스와 스튜 만드는 데 사용하는 전통적인 허브 묶음입니다. 몇 가지 종류의 허브를 모아 묶은 다음, 다른 재료들과 함께 넣고 요리해 음식에 향미를 더합니다.
셰프가 부케 가르니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서빙하기 전 육수에 섞인 허브를 일일이 골라내거나 망에 거르지 않고도 한 번에 간단히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물론 허브를 냄비에 그대로 남겨둘 수도 있습니다만, 이미 육수에 우러난 허브를 제거하면 완성된 요리가 더욱더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먹는 사람의 입에도 들어가지 않을 수 있고, 고객이 복합적인 향미의 비밀을 상상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신선한 허브는 요리에 풍미를 더하는 좋은 재료이지만, 너무 오래 끓이거나 우려내는 경우 딱딱하고 씁쓸한 맛이 생겨날 수 있고 요리의 색과 모양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부케 가르니 방식으로 허브를 묶은 뒤 사용하면 나중에 손쉽게 건져낼 수 있어 셰프들은 이를 선호합니다.
♣ 허브와 향신료의 조합
프렌치 프로방스 지역 요리에 사용되는 부케 가르니는 전통적으로 신선한 파슬리와 타임, 월계수 잎을 주방용 끈으로 묶어 만듭니다. 이 조합은 특정 요리에 맞게 허브의 종류를 조금씩 달리하며 응용될 수 있습니다.
• 프렌치 셰프가 선호하는 고전적인 조합은 줄기가 있는 신선한 생파슬리, 타임 줄기, 월계수 잎을 3:1:1의 비율로 묶은 부케 가르니입니다. 이 조합으로 1리터의 스톡에 충분한 향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 셀러리 줄기나 서양 대파의 윗부분은 육수에 달콤함을 더하는 반면, 레몬 껍질이나 펜넬 잎은 싱그러운 향미를 냅니다. 프로방스 지역에서는 흔히 말린 오렌지 껍질을 한두 조각 첨가하기도 합니다.
• 레몬그라스 한 줄기나 생강 조각을 첨가하면 독특한 풍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통후추나 주니퍼 베리, 스타아니스, 정향과 같은 말린 향신료를 오랜 시간 푹 끓이는 육수에 사용하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 감초 뿌리나 대추, 인삼과 같이 전통적인 동양 약재를 부케 가르니에 쓰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독창적인 형태로 시도될 수 있습니다.
두세 가지의 허브를 사용하면 스톡과 수프에 무겁지 않고 균형 잡힌 풍미를 더하기에 충분하지만, 진한 국물의 스튜를 오랜 시간 푹 끓여내는 경우에는 5가지 내외의 허브와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부케 가르니 묶는 방법
긴 줄기의 생 허브는 얇은 주방용 노끈으로 쉽게 묶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신선한 허브가 조리되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꽉 조여서 묶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든 부케 가르니의 노끈 한쪽 끝을 냄비 손잡이에 묶어두면 요리가 끝나고 허브를 제거하는 것이 한층 수월해집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소개하는 기본적인 스톡 레시피(basic stock recipe)나, 시판 육수를 기본으로 당신만의 독창적인 허브 조합으로 만든 부케 가르니를 더해 멋진 풍미를 즐겨 보세요.
이 외에도 거즈 등으로 제작한 육수 주머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 통후추나 정향을 담고 공간에 여유를 준 뒤 윗부분을 묶어 넣으면 됩니다. 커피 필터나 차를 우리는 빈 티백도 급할 때 유용하게 활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