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가 먹고 싶어서 치즈를 사러 갔다. 고심해서 골랐다. 애지중지 싸 들고 집으로 왔다. 신나게 먹었다. 다음 날 또 먹었다. 그다음 날에도. 시들해졌다. ‘좀 쉬었다 먹자.’ 기억에서 잊혔다. 세상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먹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청록색 솜털 외투를 입은 채 사망한 치즈는 그로부터 얼마 후 발견됐다. 아깝지만 소생 불가능. 곰팡이 필 때까지 치즈 방치해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살짝 핀 곰팡이는 잘라버리고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맛있는 치즈를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놔둘 필요가 없다. 치즈의 수명을 최대한 오래 보존해주는 치즈 보관법 8가지를 소개한다.
1. 2 °C – 6.5 °C
치즈 보관 적정 온도는 2도에서 6.5도 사이. 치즈는 일반 냉장고의 채소 칸이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단, 김치냉장고 안에 보관할 때는 김치 냄새가 치즈에 배지 않도록 유의한다.
2. 비닐 랩은 NO!
치즈를 비닐 랩으로 꽁꽁 싸서 보관하게 되면 치즈 본연의 향을 잃게 될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비닐 재질 특유의 냄새가 치즈에 배어 맛까지 변질될 수 있다.
3. 식품 용지 + 지퍼백
치즈 보관 전용 용지를 구할 수 없다면 내지성과 내수성이 있는 식품 용지로 싼 뒤 지퍼백 안에 넣어 보관한다. 이때 지퍼백은 반 정도만 닫아준다. 지퍼백 대신 알루미늄 포일로 한 번 더 싸주는 것도 OK. 치즈를 싼 용지는 매번은 아니더라도 수시로 갈아주면 치즈의 신선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4. 꽁꽁 싸지 마세요!
치즈가 내뿜는 향 중에는 강렬한 암모니아 향도 포함된다. 치즈를 꽁꽁 싸서 보관하면 치즈 특유의 암모니아 향이 치즈 맛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암모니아 맛 치즈를 먹고 싶지 않다면 적당히 싸서 보관하자. 단, 너무 헐겁게 싸면 치즈가 금방 말라버리니 유의하도록 한다.
5. 생치즈는 담아온 용기 안에
생 모차렐라, 리코타, 염소젖으로 만든 생치즈는 유통기한이 유난히 짧다. 치즈를 구매했을 당시의 상태 그대로 용기의 브라인 액체(소금물)에 담가 보관하는 것이 좋다. 액체가 조금이라도 변질된 것 같으면 따라 버리고 연한 소금물을 만들어 대체한다.
6. 치즈 종류 + 날짜 표기
치즈 보관 용기에 치즈의 종류와 구매일을 표기한다.
7. 치즈는 실온에서
치즈는 종류를 막론하고 냉장고에서 막 꺼냈을 때보다 실온 상태에서 먹었을 때가 훨씬 맛있다. 먹기 한 시간 전에 냉장고에서 꺼내자.
8. 냉동 보관 NO!
치즈를 냉동실에 보관하면 치즈의 맛과 풍미가 죽을 뿐 아니라 식감이 파슬파슬 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치즈를 냉동실에 넣으면 도움이 되는 상황이 있긴 하다.
하바티나 몬터레이 잭, 또는 숙성이 덜 된 하우다(고다) 등 실온에서 쉽게 으스러지는 치즈를 강판에 갈아야 할 때다. 치즈가 강판에 떡지는 것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냉동실 안에 20분 정도 넣어두었다가 이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