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식은 자연의 흐름에서 기원합니다. 한국의 대지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씨앗 두가지를 들라면 “들깨”와 “참깨” 입니다.
볼펜으로 콕 찍어 생기는 점만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 두 씨앗은 녹색의 쌉사름한 잎으로 자라나 식용 허브 “깻잎”으로 활용되고 수확된 들깨와 참깨는 인근 방앗간에서 착유 되어 훌륭한 오일로 쓰였습니다. 고기가 귀하여 산나물과 채식 위주로 구성된 밥상에서 이 두 오일의 존재감은 빛을 발합니다.
산나물의 향과 풍미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면서 입에서 고소하고 먹고 나면 소화를 돕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오메가3, 오메가6, 오메가9의 훌륭한 공급원으로 현대에 심각한 성인병에 뛰어난 치유력을 지닙니다.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들깨를 경작하는 농부, 자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엄격한 오일메이커, 자연의 재료를 오일로 꽃피우는 셰프 이들의 트라이앵글은 한국 미식의 차원을 한단계 높입니다.
Organic Farmer : Chi-ick Hwang
유기농 들깨 농부: 황치익 (경남 하동군)
황치익 정홍미 부부는 8년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지리산 하동에 귀농하여 유기농 들깨 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리산 해발 300고지 2만평 규모의 들깨 농장은 1999년부터 화학비료, 농약, 항생제, 퇴비를 전혀 쓰지 않아 유기농 인증을 받았습니다.
현재 들깨류 (자소, 붉은 들깨 포함)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특히 들깨, 참깨 재배는 기계화가 어렵기에 마을 주민이 협심하여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게다가 잡초와 벌레, 산짐승과의 전쟁도 매년 반복됩니다.
가장 더운 7~8월에는 잡초 제거를 위해 고랑 길이 약 30km를 세번 왕복해야 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동물들에게도 재배량의 5%를 내어줍니다. 농약 없이 사람의 보살핌으로 재배된 들깨는 자연의 숨소리를 고스란히 담습니다.
농장에서 바로 유기농 생들기름을 생산하는데 들깨를 세척하고 햇볕에 최소 이틀을 말리거나 건조기에서 39℃ 20시간을 건조하여 딱 한번 착유해야 좋은 오일이 생산됩니다. 생으로 착유한 들기름은 이물질만 제거해도 투명하고 맑습니다. 기름이 제거된 생들깻묵은 단백질과 오메가3등 영양이 풍부하여 국수 등 새로운 식재료로 거듭납니다.
Premium Oil Maker : Woo-young Ahn
프리미엄 오일 메이커: 안우영 (메종물랑, 경남 김해)
안우영 오일메이커는 프리미엄 참기름과 들기름의 생산은 최소한의 공정으로 깨의 본질을 유리병 속에 고스란히 옮겨놓은 일이라 정의합니다. 좋은 들기름과 참기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세척을 하고 이를 완벽하게 건조시켜야 합니다.
이 과정이 소홀하면 로스팅 온도가 높아져 원물의 껍질이 타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직후 딱 한번 눌러 짠 기름을 바로 병입 해야 가장 신선한 기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기업 제품 중 일부는 저비용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볶은 참깨분을 수입하여 착유합니다.
이 과정에서 찌꺼기가 오일에 다량 섞이게 되는데 이를 제거하기 위해 15일 정도 찌꺼기를 침전 시켜서 제거하고 제약용 필터에 여과시킨 후 산화 방지제를 첨가합니다. 그리고 거대 자본을 투입하여 “우리는 찌꺼기가 없는 맑은 참기름을 생산합니다.” 라 광고하는 것이지요. 이는 소비자를 혼동시킵니다.
좋은 통참깨를 저온 로스팅 하여 바로 짜낸 참기름은 당일에는 투명한 상태이지만 하루가 지나면 불투명한 침전물이 생깁니다. 이는 참깨의 껍질에서 오는 수분과 섬유질이며 이들이 오일에서 불어나면서 침전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광고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를 “찌꺼기”라 오인합니다. 오히려 언필터한 오일이 참깨 본연의 유용 성분을 더욱 풍부하게 함유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구요.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Chef : Jin-ah Chang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 빕구르망 : 베이스이즈 나이스
서울에서 훌륭한 채식요리를 선보이며 미식가들로부터 사랑받는 베이스이즈나이스 장진아 대표. 그녀는 한식에 있어서 참기름과 들기름은 본연의 풍미가 섬세하고 탁월하다 이야기 합니다. 이 두 오일은 노골적으로 쓰이지 않아도 가식 없는 요리에 고귀한 장식품을 두른 것 같습니다.
벨벳같은 촉감이 만들어 내는 엷지만 녹진한 바디감은 메인 식재료의 거칠고 날카로운 산미 혹은 매운 맛을 정교하게 조율해 줍니다. 마치 보석 세공을 하듯이 보드랍고 뭉근하게 말이죠. 입안에서 고운 촉감을 만들어 줍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향이 약한 재료에는 오일 특유의 향미를 더해주어 한층 풍요로운 맛을 이끌어 냅니다. 한국의 채소는 질감과 향미가 섬세해서 바디감이 강한 오일 예를 들어 올리브오일 이나 아보카도오일, 호두오일 등을 적용하면 오히려 풍미가 저해되거나 맛의 밸런스가 흐트러집니다.
한국 채소 요리의 다채롭고 청량한 풍미에 참기름과 들기름의 존재감은 보석과도 같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향미는 끌어올리고, 자신보다 모나고 강렬한 풍미에는 차분함을 더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