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정기적으로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이 만나
‘먹거리’를 두고 소통하고 대화하는 공간, 바로 ‘농부시장 마르쉐@’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생산자들과 소비자들의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제철 자연의 산물이 주는 행복을 느끼는 그 시간은 곧 다시 재계할 것이다. 우리 농축수산물이 더 사랑받을 방법을 이곳에서 찾아보았다.
Q. 먼저 우리 ‘한식 읽기 좋은 날’독자 여러분들에게 농부시장 마르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농부시장 마르쉐(이하 마르쉐)는 2012년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작한 시장입니다. 처음에는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가 함께 만드는 시장으로 시작했고, 2014년 8월부터는 시장 참여자들의 논의를 통해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라는 아이덴티티를 갖게 됐습니다.
시장에서 농부들과 대화하고 제철 자연의 산물을 만나면서, 마르쉐의 모든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중심에 ‘농사짓는 삶이 있다’는 생각을 함께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2017년에는 사단법인 농부시장 마르쉐가 설립됐습니다. 첫 시장을 열 때부터 지금까지 ‘마르쉐 친구들’이라는 시장 기획자들이 시장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마르쉐의 운영 철학과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먹거리로 모든 삶을 연결한다’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먹거리로 자연과 이웃과 관계를 맺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대화하는 시장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먹거리를 나눕니다. 우리는 이런 관계를 통해 우리들의 삶을 보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갈 힘을 얻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르쉐에 참여하는 생산자분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생산자를 초대하는 데 있어, 여러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에 대한 의지입니다. 정성을 다해 작물을 기르는 농부들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100명의 농부가 있다면 각자가 이어가는 씨앗이 있고 농법이 있고 각자가 놓인 자연환경이 있습니다. 농가에서 이어가는 음식과 지역문화 등 농부들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농부들과 연결되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들,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손으로 부엌살림을 만들어가는 수공예가들을 초대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출점자를 마르쉐 커뮤니티에 초대하기까지는 대화하고 서로 배우는, 짧지 않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Q. 마르쉐에 참여하는 생산자분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 된다고 보시는지요?
마르쉐에 출점하는 농가를 살펴보면 규모가 작은 농가, 다품종 생산을 하는 농가, 농사를 배워가는 농가, 도시농부 등 기존 시장 진입이 어려운 농가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까 만족이라기보다는 이분들에게 마르쉐라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Q. 소비자들이 마르쉐를 찾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자체적으로 설문을 진행했을 때 만족도가 아주 높게 나오기는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자와 직접 대화하면서 안심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마르쉐 농부들은 씨앗을 심으며 손님들의 얼굴을 떠올리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충만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마르쉐를 운영해 오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소개해 주세요.
출점자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그 자체가 매우 기쁜 일입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어린이 고객이 농부가 전한 채소에 따라온 달팽이를 한 달간 길러서 다시 밭으로 데려다주라며 찾아 왔었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이 채소를 들여다보고 농부와 눈을 맞추는 일은 기분 좋은 미래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Q. 마르쉐와 같은 농산물 직거래 장터가 가지는 장점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실감할 수 있는 것들을 꼽아보자면 정말 신선해서 맛있다는 것, 또 일반 유통경로에서 사기 어려운 부드러운 토마토, 잘 익은 살구나 산딸기 같은 제철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는 것 등의 즐거움 입니다.
또 많은 소비자가 마르쉐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을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산자들이 또 이런 소비자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장해 나간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소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르쉐 생산자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멋진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Q. 마르쉐처럼,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농축수산물을 직거래·산지 직송하는 온·오프라인 시장(플랫폼)이 적지 않게 등장했습니다.
먹거리에 대해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먹거리로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고, 나아가 탐구를 넘어 먹거리를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요구가 새로운 플랫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의 오래된 공동체들이 느슨해지면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새로운 방식의 연결을 바라고 있다는 것도 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 먹거리를 구하는 것을 넘어 먹거리로 연결되는 공동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Q. 농축수산물 직거래 산지직송 유통 형태가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나요?
농가에서 생산한 음식재료를 이용한 셰프들의 음식으로 소비자들이 농산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외국의 농부시장 중에는 지역 셰프들과 소규모 장인 음식 생산자들에 의해 시장도 활성화되고 로컬푸드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부러운 일입니다.
Q. 코로나19 후 국내산 농축수산물에 대한 인식이 높아 졌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에서 실감하는 부분이 있나요?
젊은 세대들이 채소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산업화된 축산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기후위기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져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층이 한층 두터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Q. ‘국내 농산물‘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기후위기 시대에 로컬푸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로컬푸드를 생산하는 농부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토양회복과 탄소격리를 통해 기후위기의 해결사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구 환경에 이로운 농사로 생산한 먹거리는 풍부한 영양을 지닐 뿐만 아니라 가장 깨끗한 먹거리입니다. 지구에게 이로운 것이 인간에게도 이롭습니다. 앞으로 지구를 생각하는 농부들의 행동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Q. ‘우리나라 농산물’이 더욱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농부시장 마르쉐가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하겠습니다.
코로나19로 농부시장 개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농부시장에서 함께 모여 풍요로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도록 모두 힘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르쉐는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를 돌보는 농부들에게 꼭 필요한 시장으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