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레스토랑은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모여서 좋은 화음을 내는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셰프들은 한국의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풍미와 영양을 지닌 식재료를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숨은 풍미를 끌어내는 것이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 라연 La Yeon 김성일 셰프
Korean, 3 MICHELIN Star restaurant
라연은 자연의 식재료에서 최상의 맛을 이끌어 냅니다. 인공적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맛과 식감은 요리에 품격을 더해주고 멋스러운 향미와 색감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됩니다.
1. 부산 가덕도의 왕우럭조개
왕우럭조개는 다이버가 잠수를 통해서만 채취가 가능한 100% 자연산 조개입니다. 산지에서 일부 소비되는 것을 제외하면 일본 등 해외로 거의 전량이 수출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급 패류 입니다. 구하기 힘들기에 더욱 귀한 식재료가 되었습니다.
라연의 셰프는 봄 제철 메뉴로 왕우럭 조개를 선정했으며 그 특유의 달착지근한 맛과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냉채와 찜으로 요리합니다. 왕우럭조개 냉채는 숯불에 구운 왕우럭조개를 얇게 저며 죽순, 두룹 등과 함께 소스로 버무립니다.
왕우럭조개 찜을 할 때는 얇게 저민 왕우럭조개를 숯불에 구워 왕우럭조개와 가다랑어포로 만든 육수와 무, 배추, 대파 등과 함께 제공합니다.
2. 전라남도 가거도의 해삼
라연에서 사용하는 해삼은 국토의 최서남단 가거도 産입니다. 가거도는 물살이 세고 물이 깨끗하여 해삼의 육질이 쫀득하고, 풍미가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바다의 산삼이라 불리는 해삼을 라연의 셰프는 전통 요리법을 활용하여 전, 죽, 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창포 해삼죽을 만들 때는 창포꽃 수술을 말려 우려낸 육수에 당일 도정한 김포 금쌀과 녹두, 나물 등을 잘게 다져 같이 쑤어낸 죽으로 새우살을 채워 소를 만든 해삼을 곁들여 제공합니다.
해삼초는 새우살, 양파를 다져 해삼 속에 소를 넣고 쪄낸 후 해삼초 소스에 담궈 졸여 낸 후 세모가사리 장아찌와 적양파 장아찌를 함께 제공합니다. 해삼전은 한우, 부추, 두부 등을 다져 속을 채우고, 우리밀 가루, 계란옷을 입혀 번철에 구워 적양파와 간장소스를 함께 제공합니다.
3. 전라남도 담양의 맹종죽순
담양의 맹종죽순은 무공해 자연식으로 각광받는 식재료 입니다. 특히 죽순 중에서 가장 굵고 풍미가 뛰어나기에 귀하게 여겨집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압조절 효능이 뛰어납니다.
라연에서 봄 제철에 제공하는 담양 맹종죽순은 연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죽순향이 특징입니다. 죽순 솥밥을 만들 때는 죽순을 부드럽게 삶아 죽순 삶은 물로 밥을 짓고, 죽순과 장아찌를 양념하여 제공합니다.
❊ 비채나 Bicena 전광식 셰프
Korean, 1 MICHELIN Star restaurant
비채나는 한식의 깊이를 추구합니다. 시간을 통해 전해온 한식의 맛과 향기, 그 안에 사람을 살리는 지혜가 숨쉬기 때문입니다. 비채나의 주방을 이끄는 전광식 총괄셰프. 어려서부터 부엌에 들어가 요리하기를 즐겼습니다.
어머님 몸이 편찮으셨기에 아들은 자신의 음식으로 어머님을 평온하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주방에 들어서면 그 마음으로 되돌아 갑니다. 어머님을 모시듯 손님을 대하며 어머님께 차리 듯 정성 들여 조리합니다.
비채나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먹으면 편안한 음식, 향기로운 맛과 아름다운 차림새, 심플하지만 잔잔한 여운. 전광식 셰프는 한국의 식재료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 3가지를 중시합니다.
1. 무
비채나의 모든 메뉴에 쓰이는 육수에 항상 들어가는 것이 무 입니다. 반상에는 김치와 함께 국이 올려지는데 이 때도 무가 주요 역할을 합니다. 뿌리 채소인 무는 땅의 미네랄을 듬뿍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수에 시원한 맛을 냅니다.
무는 위장 기능을 강화하고 소화 효소도 풍부합니다. 그 맛은 평탄하여 다른 식재료와도 잘 어우러집니다. 한국의 토질에서 잘 성장하며 사시사철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지요. 무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들어와 오늘날까지 식탁에 오르고 있는데 “조선재래무”는 짧고 튼실한데 그 맛이 달근하고 좋아서 상품으로 평가됩니다. 고랭지에서는 봄무와 여름무가 나고, 가을무는 전국에서 수확되어 김장무로 쓰입니다.
제주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겨울무(월동무)가 수확되는데 가장 단맛이 돌고 시원한 것은 겨울무입니다. ‘비우고 채우고 나눈다’ 라는 비채나의 요리 철학에 가장 중심이 되는 식재료가 무 입니다.
2. 미역
미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가장 내세울 만한 식재료 입니다. 감칠맛은 천연 조미료가 되며 보드럽고 구수한 맛은 육류의 풍미를 능가합니다. 예로부터 여인이 아이를 낳으면 미역국을 끓여 먹였습니다.
탁한 피를 맑게 해주고 몸에 윤기가 흐르게 하여 피부가 뽀얗게 되며 모유가 많이 나오게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한국인의 밥상에는 미역국이 자주 오릅니다. 소고기를 넣기도 하며 생선을 넣어 끓여 내기도 합니다.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미역 생채를 해도 참 맛있습니다. 바다의 풍미와 어머니의 사랑을 함께 품은 식재료 입니다.
전광식 셰프도 어렸을 때부터 이 미역을 가지고 요리하기를 즐겼습니다. 지금은 비채나의 성게알솥밥에 올라갑니다. 솥의 은은한 불을 받고 미역은 보드러운 제 향과 영양을 풀어냅니다. 녹진한 성게를 시원하게 감싸 안고 밥 한 술을 풍미롭게 해주지요.
3. 새우
전광식 셰프가 초등학교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처음으로 새우튀김을 먹어보았습니다. 그 바삭하면서도 고소한 맛, 바다 향기를 품으면서도 고기처럼 쫄깃한 식감. 그 황홀한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게다가 새우는 비싼 식재료였습니다.
새우를 먹는 날은 그에게 잔치나 파티를 연상케 했지요. 그 기쁨을 비채나의 요리에 담았습니다. 비채나의 사계절 코스에 새우 요리는 언제나 동행합니다. 특히 새우강정을 자랑할 만 합니다.
새우강정은 대하를 으깨 만든 완자에 보리새우로 튀김옷을 입혔습니다. 바삭하게 튀겨낸 보리새우는 와사삭 하며 입안에서 터지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과자를 먹는 듯 합니다.
❊ 테이블 포 포 Table for Four 김성운 셰프
European Contemporary, 1 MICHELIN Star restaurant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고향의 이름이 빛이 난다면 일생의 큰 행복이자 보람일 것입니다. 김성운셰프는 태안 출신입니다. 충청남도 태안은 천연 자연의 보고입니다. 아름다운 서해안으로부터 바닷바람이 불어오며 비옥한 황토를 품어 안고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유러피안 요리를 하면서 태안의 식재료를 적극 활용합니다. 고향의 가족들은 직접 농사를 지어 김셰프를 지지하고 옛 친구들은 서해안에서 해산물을 잡아 올려 김셰프의 영감을 자극합니다. 그의 요리로 인해 많은 이들이 태안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맛있게 먹는 손님들은 태안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서울의 셰프들은 자신의 요리에 태안의 식재료를 즐겨 쓰기 시작했습니다. 김셰프가 발견한 태안의 보석들은 오늘도 테이블포포의 요리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1. 태안의 수미감자와 갯벌낙지
이 감자와 환상의 캐미스트리를 이루어 내는 것은 낙지 입니다. 태안의 6월 농장에서 감자가 수확될 무렵 해안가에서는 갯벌낙지가 잡힙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은데 특히 박속낙지탕을 현지에서 즐겨 먹습니다. 태안의 농부들은 매년 6월부터 감자를 캐기에 분주해 집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모두 마무리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김셰프의 가족들도 감자를 많이 심고 수확합니다. 품종은 “수미감자” 라 불리는 수미종 입니다. 흰 감자 계열의 Superior 종으로, 하도 그 맛이 빼어나기에 1970년대 한국에 종자가 수입될 때 수미(秀味)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매년 2월~3월에 파종하면 땅속에서 3개월을 키워 6월 하순에 수확합니다. 속살이 희고 전분이 풍부하여 익으면 폭신폭신 부드럽습니다. 특히 태안의 황토는 미네랄이 풍부하여 감자에도 영양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수미감자를 맛있게 먹으려면 6~7월 산지에서 갓 수확된 햇감자를 선택해야 합니다. 시원하고 포근한 초여름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구수한 맛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익힐 때 수분을 날리듯이 하여 감자의 풍미를 꽃피워야 합니다.
2. 태안산 육쪽마늘
태안은 마늘로 유명한데 그 중 육쪽마늘이 으뜸입니다. 대지는 미네랄이 풍부한 황토가 깔려있고 바다로 둘러 쌓여 1년 365일 갯바람이 솔솔 불어오지요. 청정한 환경에서 질 좋은 마늘이 생산됩니다. 좋은 마늘을 얻기 위해서는 수확의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5월 하순부터 6월 하순이 적기인데 벌마늘(쪽 수가 많은 난지형 마늘)을 좀더 일찍 캐고 육쪽마늘 (한지형 마늘) 그 이후로 수확합니다. 마늘은 김성운 셰프의 고향 농장에서도 가장 많이 키우는 작물이기도 합니다.
태안 육쪽마늘은 보통 매년 10월 하순경에 파종하여 이듬해 6월에 수확합니다. 해안가의 황토밭에서 재배되므로 토양에 미네랄이 풍부하며 속껍질은 선홍색을 띕니다. 식감이 풍성하고 은은한 단맛이 감돌아 생식으로도 맛있고 구워 먹기에도 좋습니다.
3. 태안산 대하와 양파
태안군 안면도는 전국적으로 자연산 대하의 최대 집산지 입니다. 청정한 태안군 연근에서 잡히는 대하는 비리지 않고 달콤하며 은은한 고소함이 으뜸입니다. 일반적으로 가을 대하가 유명하지만 김셰프는 3~5월에 잡히는 봄 대하를 선호합니다.
산란하기 전이라 알이 꽉 들어차 있기 때문입니다. 알 밴 암꽃게 못지 않습니다. 이때 먹는 대하장은 녹진한 맛이 천국을 다녀온 듯하여 별미 중에 별미입니다.
대하와 어울리는 식재료로 양파가 있습니다. 태안에서 많이 재배하는 작물 중 하나입니다. 겨울에 파종하여 이듬해 6월 하순부터 수확합니다. 싱그럽고 통통한 조직이 꽃봉오리를 연상시키고 알싸한 향 속으로 단맛이 꿀처럼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