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 수확하는 타작 소리, 들리나요?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한로(寒露)와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은 가을의 중턱에서 끝으로 향하는 수확의 시기다. 막바지 가을걷이로 잘 여문 오곡백과를 만나는 계절. 타닥타닥 이삭을 떨어서 낟알을 거두는 타작 소리마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한다.
♣ 가을 곡식 영그는 10월의 절기
#한로 #오곡백과 #타작 #추수 막바지
“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는 속담처럼 한로(寒露)에는 찬 이슬이 내리고 날씨가 쾌청해 곡식과 과일이 잘 무르익는 절기다.
추수 막바지의 농촌은 오곡백과를 수확하기 위해 타작이 한창이고, 산수유도 붉게 물들어간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명시된 것처럼 서민들은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 추어(鰍魚)를 푹 고아 탕으로 먹으며, 든든하게 가을을 난다.
#상강 #서리 #가을 파종 #겨울 채비
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에는 겨울 채비가 한창이다. 가을의 마지막 절기답게 겨울 농사를 위한 가을 파종(보리 파종, 마늘 파종)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들판에 국화꽃이 만발하니, 늦가을 서리에 한껏 차가워진 몸을 녹여줄 국화주 한 잔에 향긋한 국화전 한 점 곁들여 먹고는 부지런히 겨울 채비를 시작한다.
♣ 몸을 보위(保衛)하는 10월의 식재료
찬 기운이 감도는 한로와 상강은 오곡백과가 차고 넘친다. 잘 여문 곡식과 과일이 가득하지만, 특히 몸을 보위하는 건강한 식재료가 많아서 먹는 즐거움은 곱절이 된다. 무, 녹두, 사과, 박, 홍합, 고등어까지 늦가을 식탁에서 만나는 10월의 식재료가 반갑기 그지없다.
♣ 하나. 알고 보면 귀한 채소 ‘무’
한국인이 즐겨 먹는 채소 중 하나인 무는 추운 날씨에도 노지 재배가 가능해 겨울나기에 도움을 주는 귀한 식재료다.
서늘한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기 때문에 이 시기의 무는 당분이 많아 어떤 요리에도 풍부한 맛을 낸다. 김치, 나물, 국, 조림 등 여러 가지 요리에 활용되며 감기 예방과 소화 기능 개선, 숙취 해소, 항암 효과까지 효능도 다양하다.
♣ 둘. 천연 해독제 ‘녹두’
녹두는 ‘100가지 독을 치유하는 천연 해독제’로 불릴 만큼 해독 능력이 뛰어난 식재료다.
녹색을 띠는 콩이라 녹두(綠豆)라고 하지만, 녹색종 외에 갈색종, 흑색종, 황색종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된다. 녹두는 찬 성질이 있어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지만, 냉증이 있다면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 셋. 식이섬유 풍부한 ‘사과’
사과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혈관에 쌓인 유해 콜레스테롤을 배출하고, 칼륨 성분이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에 도움을 준다.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뉘며, 10월 중순까지인 중생종에는 홍로, 홍월 등, 하순까지인 만생종은 후지(부사), 홍옥 등이 있다. 이 시기의 사과는 당도가 높아 날로 먹거나 잼·주스·파이 등으로 활용한다.
♣ 넷. 영양 만점에 친숙함은 덤! ‘박’
‘박’은 예로부터 초가지붕과 집 곳곳에 매달려 자라는 친숙한 채소였다. 섬유질이 많고 칼슘, 칼륨, 철, 인 등 영양소가 풍부해 산모의 부종 완화 및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영양 만점 식재료로 손꼽혀왔다.
어린 박은 나물, 전 등으로, 늙은 박의 과육은 떡, 범벅, 죽 등으로 만들어 먹었지만 이 외에도 박나물이나 박국, 박김치 등으로 활용한다.
♣ 다섯. 찬바람 불어야 제맛 ‘홍합’
찬바람이 불어야 제맛이 난다는 홍합은 맛이 달면서 성질이 따뜻해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고 하여 중국에서는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고 부른다.
국으로 먹기도 하고, 홍합 살을 삶아 말린 담채(淡菜)는 허약체질·빈혈·식은땀·현기증 등의 한방 약재로 쓰인다. 이 외에 쪄서 말린 홍합은 제사상에 쓰이거나 조림으로 활용한다.
♣ 여섯. 1년 중 가장 맛있는 가을 ‘고등어’
고등어는 보리처럼 영양이 뛰어나 ‘바다의 보리’로 불린다. 단백질과 지질이 풍부하며, 월동에 들어가기 전까지가 지방 함유량이 풍부해 이 시기의 고등어가 1년 중 가장 맛있다.
예로부터 고등어 내장 젓갈은 왕의 진상품으로 올릴 만큼 귀했으며, 현대에는 구이나 간고등어(염장 처리)로 즐겨 먹는다.
가을 중턱과 끝을 잇는 한로와 상강. 가을걷이와 논갈이, 보리 파종이 끝나면, 겨울을 앞두고 몸을 보위하는 식재료가 식탁 위에 그득하리니….
❞♣ 영양 만점 가을의 맛, 10월의 음식
늙은 호박찜 _ 건강을 담뿍 담은 보양 요리
10~12월이 제철인 늙은 호박은 기운을 북돋아 주고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 등 우수한 영양과 약리적인 기능성을 가진 식재료다.
늙은 호박찜은 오랜 시간 정성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요리로, 늙은 호박 속에 약재(맥문동, 감초, 육계 등) 우린 물로 지은 약 찰밥과 여러 가지 견과류(밤, 호두, 은행, 잣 등)를 소로 넣고 푹 쪄낸다.
녹두 빈대떡 _ 옛 정취 담긴 정겨운 요리
9~10월이 제철인 녹두는 물에 불려서 맷돌에 갈고 여러 가지 부재료를 넣어 기름에 지져낸 녹두 빈대떡으로 많이 활용한다.
황해도에서는 ‘막부치’, 평안도에서는 ‘녹두지짐(지짐이)’이라고도 부른다. 녹두와 찹쌀가루에 돼지고기, 숙주, 고사리, 배추김치, 파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 뒤 기름을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부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