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인 듯 가을, 가을인 듯 여름. 두 계절을 오가며 가슴 설레게 하는 입추(立秋)와 처서(處暑)를 만났다. 청정한 가을 하늘 아래 벼가 영글어 갈 때쯤 만곡은 풍요롭고 과일과 채소는 달큼함의 정점을 찍는다. 이렇듯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가을의 입맞춤은 달콤한 맛을 선사한다.
♣ 풍년을 기다리는 8월의 절기
#입추 #말복 #가을의 초입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가 되면 예로부터 풍흉을 점치며 만곡이 풍성해지기를 간절히 빌었다고 한다.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처럼 하늘이 맑으면 일조시수가 많아 벼가 잘 자라며,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다. 올해는 입추(8월 8일)에서 3일이 지나면 말복이 찾아오고, 찜통더위 끝 반가운 가을과 마주할 수 있다.
#처서 #가을볕 #선선한 바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처서는 ‘입추 때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는 말처럼 하늘이 맑으면 일조시수가 많아 벼가 잘 자라며, 귀가 밝은 개는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다.
올해는 입추(8월 8일)에서 3일이 지나면 말복이 찾아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처럼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연일 폭염이 이어졌지만 ‘처서(물러갈 처, 더위 서)’의 기세에 여름이 완전히 물러가는 시기다.
이렇듯 입추와 처서에는 맑은 하늘에 따가운 가을볕이 내리쬐면서도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절기다. 해와 바람의 이중주 덕분일까?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들도 풍요롭기 그지없다.
♣ 여름이요, 가을이라! 8월의 식재료
입추와 처서는 식재료의 풍년을 예고한다. 여름과 가을, 두 계절의 오묘한 만남은 식탁에도 행복한 변화를 몰고 온다. 만곡은 잘 영글어 논밭에 풍성하고, 두 계절에 걸쳐 있는 과일과 채소들은 잘 익은 덕분에 달큼함이 살아 있다.
8월에 만나는 포도, 오이, 풋콩, 가지, 고구마순, 깻잎은 식재료 본연의 당도를 머금어 그 자체로도 ‘행복한 단맛’을 선사한다.
♣ 하나. 피로 물리치는 달콤한 ‘포도’
탱글탱글한 포도 알갱이는 달콤한 과즙을 머금어 피로 해소에 으뜸이다. 포도는 해외 품종을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조선왕조실록』에도 그 기록이 실려 있지만, 1906년 본격적으로 재배되었다.
송이가 크고 단맛이 풍부한 거봉부터 흑진주라 불리는 피오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캠벌리까지 입추에 만나는 포도는 해마다 최고의 당도를 선사한다.
♣ 둘. 수분 머금어 속 시원한 ‘오이’
30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이의 역사는 한 편의 대서사시다. 우리나라에도 약 1500년 전 삼국시대에 들어와 유구한 재배 역사를 자랑한다.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 생으로 먹어도 시원해 막바지 더위를 이겨내게 해주는 식재료다. 생으로 먹든, 생채 무침이나 겉절이, 샐러드, 오이소박이로 먹든 오이의 무한변신은 언제나 대환영이다.
♣ 셋. 싱그러운 녹색의 활력소 ‘풋콩’
가을에 수확하는 ‘햇곡물'은 식탁에 싱그러운 활력을 준다. 그 중에서도 선명한 녹색 꼬투리에 꽉 찬 알맹이를 뽐내는 풋콩은 햅쌀과 함께 지어 먹으면 밥맛을 돋운다.
풋콩은 소금을 넣고 삶아서 샐러드로 먹기도 하고, 삶아낸 그대로 먹어도 단맛이 일품이다. 풋콩이 완전히 여물면 대두(콩)가 되지만, 대두에 없는 비타민C가 풍부해 영양만점 간식으로 손꼽힌다.
♣ 넷. 보랏빛 음식 보물 ‘가지’
동서양에서 널리 사용하는 식재료인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이지만, 리소토, 라자냐, 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의 단골손님이자 한식에서는 나물류, 찜 등으로 활용된다.
가지는 혈관 노폐물을 제거하고 세포 산화를 늦춰 노화를 방지하며,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 있어 항암 효과가 있는 보랏빛 슈퍼 푸드다. 식탁 위의 보물이 따로 없다.
♣ 다섯. 씹을수록 고소한 ‘고구마순’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생각나는 고구마는 가을이 제철이다. 특유의 달콤함 때문에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며, 식이섬유가 많아 다이어트와 변비 예방에 효과가 있어 여심(女心)을 흔드는 마성의 식재료이다.
고구마는 뿌리뿐 아니라 줄기(고구마순)도 우수한 식재료가 되며, 레시피에 활용하면 부드러운 식감과 씹을수록 고소함이 풍미를 더해준다.
♣ 여섯. 식탁 위의 명약 ‘깻잎’
깻잎의 독특한 향은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 주로 쌈 채소, 장아찌, 무침 요리의 주재료로 활용하고, 찌개, 탕에 넣어 향과 맛을 더하기도 한다.
‘식탁 위의 명약’이라고 불리는 만큼 영양학적으로도 뛰어나다. 시금치보다 2배 이상 많은 철분과 5배 이상 많은 칼슘이 들어 있어 가을에 만나는 ‘영양소의 보고’라 할 만하다.
가을을 시샘하는 늦여름 무더위에 입맛을 잃었다면, 8월의 음식으로 맛캉스를 떠나볼까?
❞♣ 막바지 더위 이기는 8월의 음식
오이냉국 _ 식욕 돋우고 수분과 영양까지!
고려 문인 이규보는 시문에서 ‘순갱(蓴羹)으로, 그 맛이 청담하여 일상식은 속물’이라며 오이를 칭송한다. 차게 식힌 물에 식초를 타서 새콤함을 더한 오이냉국은 수분과 영양을 동시에 채워준다.
어린오이를 둥근 모양대로 얇게 썰거나 채를 썰어 간장과 식초로 절인 다음 다진 고추, 파를 곁들이고 찬물을 부어 간장과 식초로 간을 맞추면 식욕 돋우고 수분과 영양까지 챙기는 오이냉국이 완성된다.
잣콩국수 _ 고소함에 영양 더한 보양 국수
이익(李瀷)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예로부터 콩은 서민들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늦여름의 장난으로 기력이 떨어졌다면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식품으로 손꼽혀온 잣에 고소함을 살린 콩국물, 아삭한 오이를 곁들여 먹는 잣콩국수로 든든한 한 끼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