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 달도 둥글고 과일도 둥글고 사람 배도 둥글어지는 추석에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바로 송편이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지역별 송편 맛과 모양도 다양한데 각 지역에서 흔히 생산되는 재료로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식 송편은 알록달록하면서 작고 앙증맞다. 쑥, 오미자, 치자, 포도 등 천연 재료로 색을 입힌 오색송편은 음식의 멋스러움을 중요시하는 서울 사람들의 특색을 잘 보여준다.
도토리와 감자가 많이 나는 강원도 지방에서는 도토리 송편과 감자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손으로 한 번 꼭 쥐어 손가락 자국이 난 모양 그대로 쪄내는 강원도 송편은 산간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을 잘 나타낸다. 멥쌀을 섞지 않고 감자녹말로만 만들어 반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경상도식 송편은 다른 지역에 비해 모양이 투박하고 큰 편이다. 멥쌀과 칡가루를 섞어 떡 반죽을 만들고 강낭콩과 팥으로 소를 만든다. 칡 특유의 단맛과 쌉쌀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이 매력.
가을에 수확해서 말린 단호박과 멥쌀가루를 섞어 익반죽 한 노란 빛깔의 달큼한 충청도식 호박송편. 대추와 유자청 찌꺼기가 들어간 소는 담백하면서도 달콤하다. 동그랗게 송편을 빚어 표면에 골고루 흠집을 넣은 뒤 쑥이나 시금치 물로 색을 입힌 꼭지를 붙이면 단호박 모양의 송편이 완성된다.
전라도에서는 삶은 모시 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빚어 차례상에 올린다. 꽃 모양의 작은 반죽을 빚어 송편 위에 올리거나 꽃 모양의 틀로 찍어 낸 꽃송편도 전라 지역의 대표적인 송편이다. 멥쌀가루 반죽을 오미자, 치자, 송기, 쑥 등의 천연재료로 물들여 다양한 색과 맛을 낸다.
설탕에 잰 달달한 완두콩 소로 채워진 보름달 모양의 제주도 송편. 윗부분을 볼록하게 빚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백록담을 형상화한 오목한 송편도 빚어 먹는다. 이 밖에도 찹쌀 지짐이의 일종인 지름떡이 있으며, 완두 송편 역시 기름에 지져먹기도 한다.
조상들은 추석을 앞두고 연한 솔잎을 따서 깨끗이 손질해 두었다가 찜통에 솔잎을 깔고 송편을 얹어 쪄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솔잎이 발산하는 소나무의 정기(精氣)를 머금은 떡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쪄낸 송편에 새겨진 솔잎무늬는 외형적으로 보기 좋았고, 찌는 과정에서 송편끼리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솔잎에 찐 송편은 그윽한 향이 배어 맛도 더 있었지만, 상온에 두어도 금방 상하지 않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으니 떡을 찌는 방법에도 조상의 깊은 지혜가 깃들어 있다.
중국의 명절 음식인 월병(月餠)은 보름달 모양이지만, 송편은 반달 형태를 띠고 있다. 보름달의 경우 날이 갈수록 점점 비워지는데 비해 반달은 하루하루 채워진다는 의미에서 조상들이 일부러 반달 형태로 빚었기 때문이다.
송편은 하늘의 열매를 상징한다. 추석 차례상에 송편을 놓는 것은 과일, 토란과 함께 하늘의 열매, 땅 위의 열매, 땅속의 열매를 모두 조상님께 드림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명절에 떡을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액운이 끊이지 않고 좋지 않은 일이 잇따라 일어나는 집을 ‘떡 해 먹을 집안’이라고 한다. 조상들은 집안의 흉사를 귀신의 짓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액막이의 의미를 지닌 팥 시루떡을 만들어 귀신에게 먹이면서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곤 했다.
떡을 이웃에게 돌림으로써 액막이를 하기도 했다. 지금도 떡을 만들어 이웃에게 돌리는 풍습이 남아있는데, 친목을 도모하는 정표의 의미도 있지만, 붉은 팥이 시루떡 액막이의 의미도 지니기 때문이다.
굿을 할 때나 고사와 시제를 지낼 때에도 떡이 반드시 상에 오른다. 특히 고사나 시제를 지내고 난 떡은 탈이 나지 않는 복떡이라며 집집마다 돌려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