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많은 레스토랑에 가혹한 한 해였습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 감염을 걱정하며 외식을 꺼렸고, 일부 기간에는 국가가 행정명령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등 레스토랑 운영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전 세계의 보석 같은 레스토랑이 알린 휴업과 폐업 소식이 미식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셰프들은 유례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더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며,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다가올 2021년에도 더 나은 미식을 즐기기 위해 환경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소비자와 레스토랑이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기본적으로 음식의 퀄리티와 관련된 미식 평가 기준으로 스타와 빕 그루망, 플레이트 레스토랑을 선정하지만, ‘한 그릇의 음식’은 단순히 맛있는 식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미쉐린 평가원들은 레스토랑 전체 생태계를 중시하며, 음식 외의 다양한 정보도 함께 수집해 고려합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 셀렉션이 최초로 그린 스타를 소개합니다.
직접 채소를 재배하거나 지역 식재료를 활용하고, 자연이 기른 제철 음식을 선보이며 식음 산업의 최전선에서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일에 힘쓰는 등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작은 변화를 실천하며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레스토랑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미식 문화를 위해 헌신하는 레스토랑들의 비전을 공유해 우리의 식사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 미쉐린 레스토랑, 채식 메뉴가 부상하다
육류를 사용하지 않고 요리하는 레스토랑이, 모든 재료를 마음껏 사용하는 곳보다 더 단조로운 음식을 제공할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전 세계의 미쉐린 평가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채소가 해산물이 가득한 애피타이저와 육류 중심의 메인요리를 단순히 뒷받침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요즘 채소는 많은 레스토랑에서 조연이 아닌 훌륭한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증가하고 셰프들이 토종 채소와 장인이 생산한 식재료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 채식 테이스팅 메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 버섯 등이 요리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혁신적인 메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 미국 샌프란시스토의 미쉐린 3 스타 레스토랑 Atelier Crenn의 도미니크 크렌 셰프가 발표한 내용이 인상적입니다. 그녀는 레스토랑에서 서서히 육류 메뉴를 채식 메뉴로 대체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 셀렉션으로 소개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이 사전에 요청하면 채식 메뉴를 준비해 왔으나, 고정된 단품 메뉴로 영업하는 경우가 많은 빕 구르망이나 일부 플레이트 레스토랑에서는 고객의 채식 메뉴 요청을 모두 수용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식 트렌드에 따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기존 메뉴의 재료를 변경해 비건 옵션을 제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트렌드에 따라, 점점 많아지는 채식 인구도 미쉐린 가이드 서울 셀렉션을 활용하며 더욱 훌륭한 음식을 탐험할 수 있습니다.
미쉐린 셰프들이 소개하는 ‘맛있는 비건’ 메뉴는 단순히 채식 인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고객도 비건 메뉴를 경험하며 환경에 대한 생각하고, 가치소비를 지향할 수 있게 됩니다.
♣ 식재료의 지속 가능성을 발견하다
한편, 파인다이닝 업장의 조리 과정에서 파생되는 폐기물이 무려 70%라는 점에 착안해 셰프들은 창의적인 요리법을 활용해 식재료의 낭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텃밭에서 딴 과일을 요리에 사용한 뒤 그 껍질을 요리를 담는 접시로 이용하는 등, 껍질부터 뿌리까지 재료의 모든 부분을 요리와 플레이팅에 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한 예입니다. 식재료를 온전히 활용하는 과정에서 미식 경험에도 신선한 즐거움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식재료 수급 과정에서 실천하는 생물다양성을 장려하기도 합니다. 상어 희귀종의 씨를 말린 주범으로 인식되는 샥스핀처럼, 호화로운 식재료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환경전문가들에게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멸종위기종을 식재료로 취급하지 않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셰프는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식재료로도 충분히 맛있고도 지속가능한 미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맛있는 음식으로 증명합니다.
♣ 친환경과 지속 가능성, 일상 속으로 들어오다
비건 트렌드는 단순히 채소 요리나 식재료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최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건’ 열풍은 단순히 음식 섭취를 채식으로 제한하는 것 외에도 동물에게 해가 되지 않는 제품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품 사용을 제한하고, 친환경 생분해 포장재를 사용하고자 노력합니다.
미쉐린 가이드가 소개하는 다양한 레스토랑들도 이 추세에 함께 동참하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친환경 포장재, 생분해 식기 등에 담아 밀키트를 판매하기도 하고, 도시락을 배달하기도 합니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바람과 맞물려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 공간 경험의 극대화
세계적인 팬더믹으로 인해 해외 여행이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여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여행을 가지 못하니, 일상 속에서 피로를 해소하고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외식 나들이 수요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2020년 초,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며 대부분의 레스토랑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레스토랑은 고객 경험을 더욱 중시하고 공간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철저한 방역을 통해 고객이 안심하고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거의 회복되거나 오히려 더 성장한 곳도 있습니다. 국내 일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경우, 중장년층의 신규 고객이 유입되고 가족 식사가 많아지는 등의 트렌드가 포착된 것입니다.
미쉐린 셰프들은 창의력과 위트를 가득 담아 다이닝 테이블 위에 피크닉 박스로 서비스하는 형태를 비롯해, 이국적인 느낌을 가득 담은 독창적인 요리와 플레이팅으로 일상 속 작은 여행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전 세계의 레스토랑들이 큰 변화를 겪은 한 해입니다. 미쉐린 가이드는 팬더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업적 소명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셰프들과 레스토랑의 헌신적인 노력을 존중하며, 전 세계 스타 레스토랑의 휴업 또는 영업 현황을 확인하여 매주 통계를 발표해 업계의 변화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쉐린 가이드는 매년 새로운 셀렉션을 발표해 왔습니다만 올해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 셀렉션 등 일부 가이드가 연기되었고, 오는 11월 19일 발간될 서울 셀렉션 등은 버추얼 행사로 진행됩니다.
다가올 2021년에도 코로나로 인한 여파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와 셰프, 레스토랑 업계는 지속 가능하고 발전적인 미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믿음으로, 우리 미쉐린 평가원들은 곧 발표될 2021 서울 셀렉션을 통해 레스토랑의 우수성과 함께 그 팀의 용기를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는 그린 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해 새로운 스타 및 빕 구르망, 플레이트 셀렉션을 확인하고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미식 여행의 영감을 얻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