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컨템포러리 서울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내음(Nae:um)을 운영하고 있는
한석현 셰프는 올해 두 가지를 이뤘습니다.
내음이 미쉐린 가이드 싱가포르 2022에서 1스타를 받은 동시에
올해의 영셰프 어워드에 선정된 그에게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순간에 대해 물었습니다.
❞‘내음’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향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미쉐린 스타 1개를 받은 내음(Nae:um)을 이끌고 있는 한석현(Louise Han) 셰프는 계절에 따라 바뀌는 에피소드 메뉴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와 한국에 대한 추억을 보여줍니다.
미쉐린 가이드 인스펙터는 내음을 소개하며 “혁식적인 코스 메뉴는 정교하게 다듬어져있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한국의 뿌리를 사람들에게 보여준”고 말했습니다.
Q. 내음에서는 어떤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나요?
내음은 ‘컨템포러리 서울 퀴진’이라는 이름 아래 저의 추억에서 영감을 받은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제가 경험한 것들이 한데 녹아 있지만 한식의 본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서울 음식이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처럼, 손님들은 여러 나라의 조리 기술이나 맛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Q. 레스토랑 이름을 내음이라고 지었는데, 향과 맛 사이의 연관성 중에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나요?
저는 어떤 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만약 그 순간에 좋은 음식이 있었다면 항상 이 순간을 기분좋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순간에 함께했던 사람들도 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거예요.
좋은 음식은 소중한 순간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고, 사람은 음식의 맛보다 향을 더 먼저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맛과 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Q. 팬데믹 와중에도 자신의 가게를 열겠다고 결정했던 이유가 있나요?
저 자신을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항상 갖고 싶었습니다. 코로나가 닥치기 전에 이미 레스토랑을 열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세워놨었어요. 물론 상황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그냥 진행해보기로 했습니다. “계속 피하기만 한다면, 영원히 도망만 치게 될거야. 지금이 아니면 언제쯤에나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 원하는 것이 모두 갖춰진 완벽한 타이밍은 절대 오지 않을 거야”하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요.
Q.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처음으로 들었던건 중학교때였어요. 그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거든요. 프랑스에 가서 일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거든요. 엄청 오래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 이미 미쉐린 스타를 받는 레스토랑을 가지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거죠. 미쉐린 가이드는 처음부터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줬어요.
Q. 내음이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다고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스타를 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내음은 오픈한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고, 그 중에서도 반년 정도는 락다운과 여러 제한상황 아래 있었거든요.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미쉐린 인스펙터가 식당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아서 저희가 미쉐린 스타를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듣게 되어서 미쉐린 가이드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아직까지도 꿈만같아요.
Q.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연락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한국에 있는 저희 가족들과 가까운 친구들이 미쉐린 가이드 아시아 유튜브 채널의 생중계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저를 포함한 모두가 함께 알았어요.
그 이후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아요. 너무 놀라고 기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상대에서 내려와서는 팀원들에게 연락해 축하 회식을 잡았고요,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드렸어요.
Q. 축하 파티는 어땠나요?
회식을 했어요. 내음을 열 때 프랑스에 있던 친구가 보내준 1990 빈티지 돔페리뇽을 열었어요. 제대로 쉴 시간이 없었던 내음 팀원을 위해서 짧은 휴가를 갈 예정입니다.
Q. 이 영광을 돌리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아내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됐거든요. 제가 과하게 생각하거나 저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할 때마다 저를 다그쳐 되돌려놓아주는 사람이에요.
Q. 셰프를 꿈꾸는 젊은 요리사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이 있다면요?
꿈은 크게 꾸세요. 꿈꾸는 것은 자유니까요.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이루고싶은 것을 상기시키면 언젠가는 이루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즐기면서 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요.
Q. 내음이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인가요?
제 평생의 꿈을 이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미쉐린 스타로 인정받을 만한 가치를 유지해야한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Q. 셰프로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메타(Meta)의 김선옥 셰프에요. 저를 싱가폴에 데려와준 사람이죠. 김선옥 셰프가 아니었다면 저는 셰프로서도 개인적으로도 지금 제가 싱가폴에서 이룬 것들 중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을거에요.
Q. 내음의 메뉴 중에 소면이 유명한데요, 소면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저는 어릴 때부터 밥보다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가 국수나 소면 요리를 많이 해주셨었고요. 일요일은 저희 가족의 '국수먹는 날'이었는데, 그런 기억들이 제가 레스토랑을 오픈하면 저만의 국수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를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Q. 싱가포르에서 사는 것은 어떤가요?
사실 여기에 정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5년을 보낸 후에 요리를 더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싱가포르에서 만난 사람들이 저를 응원해주면서 제가 돌아와서 만들어낼 요리들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마음들이 큰 힘이 되었고, 꼭 돌아가서 그들이 제게 보내준 응원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싱가포르는 제가 셰프로서, 또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도시에요. 그렇게 어느순간 이곳이 제 두 번째 집이 된 것 같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요?
냉면, 돈까스, 떡볶이에요! 싱가포르에도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당이 많답니다.
Q.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한국 식재료가 있다면요?
김치죠. 제게는 없어서는 안될 음식이자 재료에요. 바나나우유랑, 붕어빵, 부대찌개를 만들 때 쓸 냉동만두와 제철 딸기도요.
Q. 셰프로서 살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가요?
사람을 대할 때는 늘 진심으로 임하라는 것이요. 그 진심은 결국은 제게 돌아오게 되니까요.
Q.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내음은 이제 갓 1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이 레스토랑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요.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다음 에피소드의 메뉴들을 위한 새로운 추억들을 많이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