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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오프레’ 이지원 셰프

미쉐린 스타를 처음 받은 날 ‘오프레’ 이지원 셰프

예술의전당 건너편,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오프레에서는 이지원 셰프가 선보이는 정통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느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음식처럼 작은 꽃과 허브, 기하학적인 플레이팅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없지만, 단순해 보이는 오프레의 요리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입에 넣는 순간 직관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꾸밈 없이 정직한 장인의 요리를 추구하는 이지원 셰프의 개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지원 셰프는 자연스러움(Nature), 단순함(Simple)과 장인정신(Artisanal)을 비롯한 세 가지 가치를 그의 요리 철학으로 꼽는다. “우선 자연스러움이 중요해요. 오프레의 공간부터 접객,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해당됩니다.

제가 직접 키우거나 농장을 찾아 공수하는 식재료의 보관과 조리, 또 완성된 요리가 고객에게 서빙되는 방식, 이 공간을 채우는 작은 소품까지 모든 부분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편안함을 추구합니다.”

오프레는 과하지 않은 편안함을 지향한다. 이지원 셰프는 뉴욕이나 파리의 최고급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이름으로 가득한 화려한 경력 대신 프랑스의 비스트로에서 현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식을 배우며 탄탄한 기본기를 쌓아 왔다.

프랑스의 어느 훌륭한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고 느껴질 만큼, 차분하고 우아한 인테리어는 물론 버터와 빵, 소스 등 프렌치의 기본이 되는 모든 요소에 ‘자연스러워지기 위한’ 셰프의 치열한 고민이 드러난다.

단순함도 그의 요리를 정의하는 키워드다. 식재료의 조합부터 플레이팅까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그 속에 녹아든 셰프의 고민은 훨씬 복잡하다.

“오히려 재료를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고 최고의 테크닉으로 정수를 꿰뚫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화려한 장식 없이도 사람들이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요리를 꿈꾸죠.”

오프레의 닭고기 요리
▲ 오프레의 닭고기 요리 (Photo: Taeho Lee BOB)

셰프가 소개하는 오프레의 대표적인 메뉴는 청둥오리다. “계절에 따라 늘 재료와 조리법이 바뀌니 한 가지 고정 메뉴를 꼽기는 어렵지만, 3년 전부터 맛있는 품종을 찾는 것에서 시작해 좋은 사료와 사육공간, 도축과정, 그리고 숙성 방법까지 하나하나 고민해 요리했던 청둥오리 메뉴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조리 방법은 재료 준비에 비해 아주 간단합니다. 잘 숙성한 오리 고기를 팬에 로제(미디움 레어)로 굽는 것이죠. 이미 재료가 좋으니, 복잡한 조리법으로 기교를 부리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에 청둥오리만 사용해서 끓인 청둥 오리 쥐(jus) 소스와 계절 채소를 곁들여 냅니다.”

이지원 셰프는 전라북도 전주의 농장에서 직접 키우는 청둥오리와 비둘기, 그리고 남양주 농장에서 이장욱 농부를 통해 받는 채소와 허브에는 과도한 개입이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단순함’이 최상의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인정신을 꼽는다. “모든 일을 실행할 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식재료를 구하는 일이에요.

누구에게 내놓아도 믿을 만한 재료인지 검증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습니다. 닭이나 소고기처럼 어쩌면 평범한 재료라도 사육환경부터 그 가축이 먹고 자란 사료, 도축과정 하나하나 철저하게 컨트롤되는가 꼼꼼하게 검토하죠. 허브 하나하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프레 내부
▲ 오프레 내부 (Photo: Taeho Lee BOB)

Q. 미쉐린 가이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가족과 프랑스 여행을 갔습니다. 가족도 미식을 즐기는 것을 좋아해서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가곤 했는데, 아주 맛있는 레스토랑 앞에는 늘 빨간 현판이 붙어 있었어요.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되었다는 표시였죠. 이 경험을 통해 미쉐린 가이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무조건 최고급 식당만 이런 표식을 받을 수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게 빕 구르망이나 스타 레스토랑에 관한 구분은 딱히 없었던 것이죠. (웃음)

Q.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오프레는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인데, 보통 이 날은 한국 곳곳의 생산지에서 보내주는 식재료를 미리 손질해 두기 위해 레스토랑으로 출근합니다. 미쉐린 가이드의 연락을 받은 것도 월요일이었습니다. 스타 레스토랑을 발표하는 행사에 초대를 받은 것이지요.

반대로 말하면 제 레스토랑이 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 전화를 받고 아이처럼 펑펑 울었습니다. 오너 셰프로 오프레를 운영하며 쉬운 순간이 없었습니다. 지난 5년간 있었던 온갖 일들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죠.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오프레
▲ (Photo: Taeho Lee BOB)

Q. 개인적으로, 또 팀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것을 어떻게 축하했는지?

어머니께 가장 먼저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전속 플로리스트이자, 제 최고의 조력자이시거든요. 매주 다이닝 테이블 위에 놓일 작은 화병을 예쁘게 꾸며주시는데, 이 꽃을 보러 오신다는 손님이 계실 정도입니다. 어머니와 이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 오프레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가장 고생한 저희 모든 팀원과 함께 축하했습니다. 다들 가장 먹고 싶어하는 한우를 먹으러 가서 그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한우가 워낙 비싸서, 저는 아직도 회식비를 할부로 내고 있죠. (웃음) 그래도 아깝지 않은,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Q. 셰프로서, 미쉐린 스타를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우선, 프렌치 요리를 하는 셰프에게 미쉐린 가이드는 남다른 의미입니다. 다른 퀴진은 모르겠지만, 프랑스인이 아닌 셰프가 프랑스 요리로 스타를 받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영광스러운 명단에 함께 오른 것이 기쁩니다.

그리고 미쉐린 스타를 받게 되며 오프레 스타일의 요리를 더 집요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가이드에 소개된 이후 제가 원하는 방식을 좀 더 안정적으로 시도할 수 있게 되었고, 재료 하나하나에 “셰프 이지원”의 삶과 이야기를 담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의 개성이 묻어나는 요리를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오프레의 제철 생선 요리
▲ 오프레의 제철 생선 요리 (Photo: Taeho Lee BOB)

Q. 미쉐린 스타를 받기를 원하는 젊은 셰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제 멘토이자 스승이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2스타 레스토랑 코지마 박경재 셰프님의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박경재 셰프님은 “요리를 하는 사람은 정직해야 하고, 자신한테 부끄럽지 않은 요리를 해야 한다”고 늘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요리를 대한다면, 언젠가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알아봐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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