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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2. 면/만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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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수제비

수제비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맑은 장국 등에 적당한 크기로 떼어 넣어 익힌 음식. 서민과 가장 친숙한 음식 중의 하나로 중국에서는 530∼550년 사이에 제작된 『제민요술 齊民要術』 속에 ‘박탁(餺飥)’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기록이 적어 수제비가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고증하기는 어렵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전통적으로 먹어 온 음식이다. 수제비의 어원은 '수접이'이로 보기도 한다. 북한의 음식을 소개하는 책인 '자랑스런 민족음식'이라는 책에 보면 수제비와 같은 음식류를 뜨더국이라고 부른다.

밀가루로 만드는 수제비와 국수는 고려 시대이전부터 먹기 시작했다고 보이나, 수제비라는 단어 자체는 조선 중기에 만들어졌다. 손을 뜻하는 한자 ‘수(手)’와 접는다는 의미의 ‘접’이 합쳐져 ‘수접이’라 부른데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가루가 귀하던 조선시대까지 수제비는 ‘운두병(雲頭餠)’이라 불린 양반집 잔칫상 음식으로 매우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수제비가 그리 흔히 먹을 수 없어 돌잔치와 같은 잔치 때 먹는 특별한 음식으로 취급된 것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동안 농산물 수탈과 한국전쟁 전후의 식량 부족으로 밀가루가 배급되면서 수제비는 끼니의 한 방편으로 서민화되었다.

수제비 맛있는 한식이야기

옛 문헌에 따르면 신라인들의 명절에 수제비를 장만하였다고 한다. 8월 15일 절에서 수제비와 떡을 장만하고 명절을 지냈다. 이 명절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유독 신라에만 있다.

노승 등의 말에 따르면 신라가 옛날에 발해와 서로 싸웠을 때, 바로 이 날에 이겼기 때문에 명절을 만들어 춤추며 즐겼는데, 지금까지 계속 이 전통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곡류를 가루로 만들어 아무런 도구 없이 손만으로 한입크기로 떼어 내어 끓여서 먹을 수 있는 수제비는 분명 특정한 조리도구가 필요한 국수보다 그 유래가 오래되었음이 확실하다.

밀가루 수제비가 주로 양반층에서 특별한 날 만들어 먹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일반 서민들도 다른 재료로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마다 수제비를 가리키는 명칭이 다양한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서민들은 그 지역에서 가장 흔한 재료, 즉 감자, 강냉이, 메밀, 도토리 등으로 수제비를 만들기도 했다. 강원도의 감자 수제비는 감자녹말과 무거리로 동그랗게 만들기 때문에 감자옹심이라고도 하며 강냉이 수제비는 강냉잇가루만으로 만들거나 밀가루를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나깨수제비는 메밀의 속껍질을 빻아 체에 쳐서 반죽하여 굻게 썰어 끓인 것이고 도토리 수제비는 도토릿가루를 반죽하여 반대기를 지어 끓인 것으로 ‘상실운두병(橡實雲頭餠)’이라고 하며 보리나 보릿겨로도 만들기도 한다.

또 황해도에는 ‘또덕제비’라 하여 닭 국물에 끓인 밀수제비가 있고 제주도에는 메밀가루를 익반죽하여 멸치장국에 뜯어 넣고 미역을 넣어 미역을 끓인 ‘메밀저배기’가 있다.

제주도 메밀저배기 맛있는 한식이야기
▲ 메밀저배기

어쨌든 수제비는 참으로 서글픈 우리 민족의 먹을거리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촉촉이 비는 내리는데 왠지 모르게 뱃속이 궁금할 적에 우리의 뇌 세포를 간질이는 음식 중의 하나가 수제비라는 점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수제비는 어떤 음식보다 저렴해서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고 요리법도 매우 간단해서 누구라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수제비의 대중화는 밀의 재배 또는 유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밀의 수확량이 적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밀을 주재료로 하는 수제비를 서민의 음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제비가 서민의 음식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조선시대의 수제비는 ‘운두병(雲頭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기록된 운두 병의 조리법을 보면, 좋은 밀가루에 다진 고기와 파·장·기름·후춧가루·계핏가루 등을 넣고 되직하게 반죽하였다. 닭을 삶아낸 장국물에 이 반죽을 숟가락으로 떠 넣어 익힌 다음에 그릇에 담아 닭고기를 얹어 먹는다고 하였다.

이러한 조리법은 서민들의 음식이라기보다는 양반가의 음식으로 짐작된다. 다분히 양반층의 음식으로 시작된 수제비는 6·25 이후 다량의 밀가루가 구호물자로 유입되면서 서민들의 중요한 주식으로 변형되었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오늘날에는 주식이라기보다는 가난하였던 지난날의 향수가 어린 별미음식의 성격이 강하다.

수제비의 종류로는 감자녹말로 만든 감자수제비, 칡뿌리녹말로 만든 칡수제비, 어린 보리싹을 볶아 찧어 만든 보리수제비, 보리쌀을 대낄 때 나온 겨를 반죽하여 만든 겨수제비, 송기가루로 만든 송기수제비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수제비 만드는 법은 장국이 끓을 때에 반죽을 손으로 뜯어 넣는 방법을 비롯하여, 커다란 나무주걱 위에 반죽한 것을 놓고 납작하게 두드려 숟가락총으로 뜯어 넣는 방법이 있다. 이밖에도 반죽한 것을 조금 떼어내어 손으로 비벼 5㎝ 가량의 길이에 손가락 굵기 정도로 만들어 장국에 넣는 방법이 있다.

수제비는 물의 분량이 많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을 섭취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수제비를 먹을 때는 되도록이면 채소·육류·생선 등을 함께 섞어 먹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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