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요리책에만 담기는 것은 아니다. 그 시절 쓰여지는 수 많은 문학 작품에는 그 시절 우리네 사람들이 먹었던 맛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작가의 개인적인 미식의 세계가 담기기도 하지만, 그 역시 그 시절의 식문화이다. 푸릇푸릇한 여름의 맛을 찾아 문학 작품 기행에 나선 연유이다.
❞♣ 푸릇푸릇한 여름의 맛 ‘쌈 채소’
“여름은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좋다. 시금치, 쑥갓, 쌈, 얼마나 미각을 돋우는 대상인가.”
소설 <백치 아다다>의 작가 계용묵이 1942년 쓴 수필 <여름의 미각>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수필은 ‘채소의 싱싱한 이파리를 마늘 장에 꾹 찍어 아구아구 씹는’ 흐뭇한 여름의 맛을 찾기 어려워진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신기한 것은,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여름의 맛을 찾기 위한 작가의 노력을 따라가다 보면, 여름 채소가 주는 초록의 건강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철 채소의 싱싱한 그 맛을 오롯이 즐겨온 한국 사람만이 아는 여름철 물오른 채소의 푸릇푸릇하고 건강한 맛을 아구아구 먹는 그 맛. ‘이삼 년 샌 쌈이 그리운 여름이 와도 여름을 잊은 듯이 그처럼 좋아하는 쌈 한 번 마음 가득히 먹어 보지 못했다’라는 저자의 안타까움에 동감하는 이유이다.
♣ 여름 보양과 상추
싱싱한 여름의 정기를 품은 푸릇푸릇한 쌈 채소, 여름이면 특히나 더욱 생각나는 초록의 맛이다. <채소의 인문학>을 쓴 정혜경 씨에 따르면 “여름철 눈부시게 아름다운 초록 잎의 쌈 채소에 맛있는 강된장이나 약고추장을 올려 한 잎 가득 싸 먹는 것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단연 최고”이다. 쌈 채소 중에서도 단연 상추이다.
♣ 상추의 맛과 효능
상추는 수분 94%, 단백질 1.8%, 무기염류 0.7% 등으로 구성됐다. 다른 엽채류에 비해 철분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혈액을 맑게 하고 저혈압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추 잎줄기의 우윳빛 액즙 성분인 락투카리움은 심신을 안정시켜 스트레스와 불면증을 완화한다. 섬유질이 풍부해 장내 환경 개선과 변비 해소에 효과가 있으며, 풍부한 수분과 다량 함유된 비타민A와 C는 피부를 윤기 있고 탄력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기여한다.
상추 고르는 법
• 색이 선명하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 줄기 부분을 잘랐을 때 우윳빛 액즙이 나오는 것이 신선하다.
• 잎이 연하고 도톰하며, 무르지 않는 것이 좋다.
• 너무 큰 것보다는 손바닥 정도의 크기가 적당하다.
• 축 처진 것이나 가장자리가 변색된 것은 선택하지 않는다.
• 세척된 것을 구매할 때는 냉장 보관한 것을 선택한다.
상추 손질법
• 잔류 농약 제거를 위해 물에 5분 정도 담근 후에, 흐르는 물에 울퉁불퉁한 뒷면까지 꼼꼼히 씻는다.
• 식초를 넣은 물에 다시 헹궈도 좋다.
상추 보관법
• 상추는 구입 후 바로 소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 가능하면 3일 이내 섭취하고, 수시로 체크해 곰팡이 발생 여부를 살핀다.
• 씻기 전 상추는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한 후 냉장 보관한다.
• 씻은 상추는 밀폐 용기, 비닐 팩 등에 담아 공기를 차단한 후 냉장 보관한다.
• 냉장 보관 시 줄기 부분이 아래로 향하게 넣어 보관하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 상추가 시들었을 때는 설탕 1스푼과 식초 2~3방울을 섞은 물에 상추를 10분~20분 정도 담그면, 설탕의 삼투현상으로 상추에 물이 공급된다.
상추 활용법
• 쌈 채소, 샐러드, 겉절이, 비빔밥·덮밥 재료, 상추 김치, 상추 물김치, 상추 전, 상추 나물, 상추 장아찌, 햄버거나 샌드위치 속 재료 등
음식궁합
• 비타민C, 베타카로틴, 섬유질이 풍부해, 고기를 먹을 때 곁들이면 좋다.
• 돼지고기와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축적을 억제한다.
♣ 아삭아삭 달콤한 여름의 맛 ‘여름 과실 채소’
소설가 계용묵의 수필 <여름의 미각>에서 읽는 여름의 맛이 비단 푸릇푸릇한 채소의 맛만은 아니다. ‘참외와 수박이 결코 가을 채소류에 떨어지는 미각이 아니거니와’라며, 아삭아삭하고 달콤한 여름 과실 채소인 수박과 참외도 예찬하고 있다.
계용묵 작가는 수필 <수박>에서도 ‘수박은 고고하고 올곧은 과일’이라고 예찬한 바 있다.
1900년대 초·중반에 쓰여진 소설, 수필, 시 등의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의 대표 여름 과실 채소인 수박과 참외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수박과 참외가 여름 과실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성일보 기자를 지낸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우스다 잔운은 수필 <참외>에서 “조선 참외는 참 대단한 산물”이라며 “조선인은 참외로 여름을 난다”라고 적고 있다.
♣ 수박의 맛과 효능
수박은 약 9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 과즙에는 인체에 유익한 전해질로 가득 차 있어서 열사병 예방에도 좋다. 단백질을 요소로 바꿔 소변으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트룰린이라는 특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수박씨에는 불포화 지방산인 리놀레산이 들어있어 동맥경화 예방에 좋으며 단백질, 비타민 등의 성분도 갖고 있다.
수박 고르는 법
• 외형상 크기가 큰 것이 상품이다. 껍질이 얇고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 수박 특유의 검은 줄무늬가 선명한 것이 좋다.
• 녹색 줄무늬가 나뭇잎 색과 같이 짙을수록 잘 익은 수박이다.
• 껍질에 윤기가 나고 수박 고유의 색택이 짙은 것이 상품이다.
• 손으로 두드려 보았을 때 청명한 소리가 나오는 것이 잘 익은 것이다.
• 묵직하고(8kg~10kg) 흠집이 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 꼭지를 비틀어 봤을 때 마르지 않고 물이 베어 나오는 것을 고른다.
• 물에 넣었을 때 많이 뜨는 것 일수록 싱싱한 것이다.
• 하얀 분이 묻은 수박이 당도가 높다.
• 꼭지의 모양이 ‘T’자이며,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 꼭지가 없다고 저하품은 아니다.
• 밑동이 누렇게 된 것은 피한다.
• 배꼽이 작고 안으로 들어가 있으며 줄기가 가는 것을 선택하다.
수박 보관법
• 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하면 감미가 떨어지므로 구입한 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먹는다.
• 비닐 랩으로 싸서 보관 시 세균번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박을 자르기 전 껍질을 깨끗이 씻어준다.
•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이용해 껍질을 깨끗이 닦아주는 것이 좋다.
• 비를 맞거나 물에 오래 담궈 두면 꼭지를 통해 수박 속으로 물이 스며들기 때문에,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어질 수 있다. 따라서 물 속 보관은 피한다.
• 수박은 고온성 채소로 저온에서 장기간 보관하면 저온 장해를 일으킬 수 있다.
• 꼭지로 수분을 흡입·배출하므로, 비닐이나 랩으로 꼭지를 포장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 구입한 수박이 설익었을 때는, 통째로 신문지 등에 싸서 실온 보관한다.
활용
• 과일, 주스, 수박화채, 수박껍질 피클·당절임·껍질차 등
♣ 참외의 맛과 효능
포도당과 과당 등 체내 흡수가 빠른 당분과 비타민C, 엽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빈혈 예방에 좋다. 풍부한 칼륨이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관 기능 개선과 고혈압, 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100g당 30kcal 정도로 칼로리가 낮으며. 수분 함유량이 많아 적은 양으로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단 참외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칼륨이 많이 포함됐으므로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참외 고르는 법
• 배꼽 부분이 좁고 껍질이 매끈하면서, 색이 진 노랗고 골이 깊으며, 꼭지가 싱싱한 것이 좋다.
• 껍질에 갈색이 돌고, 꼭지가 말라 있고, 겉껍질이 시들시들한 것은 선택하지 않는다.
• 타원형의 단단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것이 맛이 좋다.
• 향이 너무 진한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됐거나 수확시기가 지난 후 수확한 것일 수 있다.
• 당일 참외를 땄다면 파랗게 진이 나온다.
• 참외 골이 10개인데, 물에 담가 보아 골이 3개 이상 뜨면 좋은 것이다.
• 골이 깊고, 골을 만졌을 때 까슬까슬 잔가시가 느껴지는 것이 좋다.
• 과피가 단단하고 두꺼워야 저장성이 우수하다.
참외 보관법
• 신문지 등 종이에 싸거나 봉투에 넣어서 시원한 곳에 놓아 두는 것이 좋다.
• 참외 먹기 좋은 온도는 5~6℃이다.
•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낱개로 신문지 또는 랩으로 감싸고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 영상 5℃ 정도의 공간에서 30~40% 가량 당도가 더 높아진다.
• 참외를 보관할 때 냉장고에 보관하면 더욱 더 진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 가급적이면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활용
• 과일, 화채, 장아찌, 김치, 무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