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환히 불을 밝히고 있는
김훈이 셰프의 주막형 레스토랑 ‘Hanjan’.
❞뉴욕, 이름만 들어도 미국 최대의 이 화려한 도시가 그려내는 전경이 절로 머릿속에 상상의 불빛을 밝히는 곳이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처럼 맨해튼의 거리를 직접 거닐던 중, 만약 이 낯선 도시에서 구수한 된장의 향기가 익숙하게 흐른다면? 당신이 느끼는 짜릿함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높은 매부리코에, 우리와는 다른 피부색과 언어를 가진 이들이 도란도란 모여 앉아 떡볶이와 파전을 즐기는 이 묘한 풍경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이곳, 뉴욕에서 말이다.
매운 갈비찜, 족발, 깍두기와 볶음밥… 우리에겐 너무도 친근한 이 음식들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주막형 한식 레스토랑 ‘Hanjan(한잔)’ 에서도 맛볼 수 있다. ‘Hanjan’은, 해외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Danji(단지)’와 함께 김훈이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국내에서는 김훈이 셰프를 <마스터 셰프 코리아3> 라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기사를 다 읽고 난 후에는, 그에 대해 조금 더 많은 기억을 가져가길 바란다.
♣ “요리, 이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구나.”
셰프, 그들은 음식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며, 축 처진 누군가의 등을 토닥여 주기도, 식탁에 내려앉은 어색한 분위기에 활력을 심어 주기도 한다. 어디 그뿐이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인상 찌푸릴 이가 어디 있을까.
그들은 음식으로 다른 사람의 인생에 행복을 선사하며, 이를 통해 또다시 자신도 행복을 느낀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과 사랑에 빠진, 그것도 아주 푹 빠져버린 남자가 말이다.
“저는 10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어요. 서른 살 즈음까지 이곳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 공부를 했죠. 의대를 졸업하고 의학 전문 대학원을 갔는데, 졸업을 얼마 안 남겨두고 1년을 휴학했어요.
졸업을 해버리면 정말 완전히 의사로서의 길을 걸어야 했기 때문에, 그 전에 시간을 좀 갖고 싶었죠. 휴학을 하고 10개월짜리 요리학교를 등록했어요. 요리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식당에서 인턴도 하고. 그러면서 알았어요. ‘아, 이게 진짜구나. 요리가 내가 정말 하고 싶던 거구나.’ 하고요.
사랑에 빠진 거죠. 사실, 처음 의사가 되기로 했던 것은 제가 정말 그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었어요. 공부를 하면서 잘하는 것을 계속 하게 되었고, 그렇게 당연히 의사가 되기로 했던 거였거든요. 하지만, 요리는 달랐어요. 요리는 진짜였죠. 저는 요리와 사랑에 빠졌어요.”
중국의 사상가 공자는, ‘어디를 가든지 온 마음을 다해 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선택한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하며, 심지어 조금 더 편해 보이는 길로 의도치 않게 방향을 틀기도 한다. 김훈이 셰프는 어쩌면 그에게 더 쉽고 빠를지 모르는 의사로서의 길을 포기했다. 그 대신 서른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길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30년 동안 의학 공부를 했는데, 아깝지 않느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낭비가 아니에요. 뭘 배우든 언젠가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과학이나 수학 등 제가 의학 공부를 하는 동안 배운 것들로 인해 제 어느 한 부분은 그런 쪽으로 발달되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의사는 아니지만, 전 제가 배운 것들을 충분히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 요리할 때 조금 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많아요. 재료들은 모두 다 살아있는 거잖아요.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배운 논리를, 요리에도 굉장히 많이 응용해요.
상관관계가 다 있어요. 오히려 제가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 것들이 결국은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된 거죠.
의대를 포기하던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전 지금과 같은 길을 걸을 것 같아요. 의사를 포기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어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운 좋게도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았기 때문이니까요.”
♣ 뉴욕 한복판에 이름을 걸고 ‘한국’을 요리하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외국에서 보낸 김훈이 셰프. 그런 그가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처럼 ‘뉴욕의 중심에서 한식을 외치게’ 된 까닭이 궁금하다.
유명세나 부를 바라고 시작한 것이었다면, 세계인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파스타나 스테이크가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그가 외국인에게는 낯선 우리 맛을 택했다고 해서 비주류로 전락한 것이라고 느낀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
작년에는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10대 레스토랑에도 이름을 올렸으며, 세계적인 할리우드의 톱스타 나탈리 포트먼과 드류 베리모어의 단골 셰프가 바로 김훈이 셰프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오해는 접을 수 있겠다.
“요리를 시작한 건 11년 전이에요. 프랑스 요리도 했었고 일본 요리도 했었지만, 결국 제가 한국음식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제가 한식을 좋아하기 때문이었죠.
매년 한국에 잠깐씩 가서 한식을 많이 먹긴 했지만, 저는 한국에서 오래 살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만드는 ‘전통 레시피’는 잘 몰라요. 한국 음식을 맛보았던 기억으로 그냥 제가 만들었어요. 한국의 맛을 아니까 그 맛을 재료에서 빼내어 만드는 거죠.
제가 만드는 한식의 테크닉은 전통이 아니어도, 맛은 모두 전통이에요. 외국인들 입맛에 맞게 하기 위해 ‘퓨전’을 하지는 않아요. 저는 한국 음식이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해요.
괜히 외국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 맛에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서 바꾼다는 것은 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에요. 그건 한국 음식이 아니잖아요. 저는 완벽한 한국 음식을 한국인에게든 외국인에게든 ‘맛있게’ 만드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식으로 내부에 장식되어 있는 도자기들,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의외로 조화롭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고 있는 메뉴는 바로 떡볶이와 족발, 그리고 파전이라고 한다. 깍두기 볶음밥과 된장찌개, 보쌈도 인기 메뉴다.
3살 이후 한국을 떠나서 산 세월이 수십 년이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어머니는 매년 여름마다 그를 한국에 데려갔다고 한다. 그런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김훈이 셰프가 있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유명한 셰프들은 그 음식에 자기 자신이 나와요. 음식을 맛보기도 전에, 플레이팅만 봐도 누구의 요리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자기를 접시 위에 표현하는 거죠. 제가 아무리 뉴욕에서 30년을 살았어도, 제가 자신을 볼 때 저는 딱 한국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볼 때 기대하고 생각하는 것이 한국 음식이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요리도 많이 배웠지만, 제가 하는 건 한국 음식이고 저는 한국 사람이니까.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깊은 맛을 알리고 싶어요.
깊은 장맛. 세계에서 요리를 할 때 쓰는 재료는 다 비슷해요. 무, 당근, 마늘… 다 비슷한데, 한국이 가지고 있는 특이한 이 무기가 있죠. 그게 바로 된장, 고추장, 옛날식 간장 같은 장맛이에요. 그게 한국이 가진 무기이고, 그 맛이 바로 한국 음식 그 자체거든요.”
♣ “재료에 대한 ‘Respect’, 그게 가장 중요해요.”
얼마 전 한국은 ‘라면 섭취 국가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자극적이고 강렬한 라면의 맛을 쉽게 잊지 못할 터. 게다가 만들기는 또 얼마나 쉬운지, 물을 받아 끓이고 분말 스프와 면을 투하하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Hanjan’의 라면도 그렇게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하면 엄청난 실례다. 좋은 요리사의 가장 첫 번째를 ‘재료’에 대한 마음가짐이라고 말하는 그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재료를 ‘Respect’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재료에서 그 재료가 가진 맛을 온전히 가져오면, 무슨 재료에서 어떤 맛이 맛있게 느껴지는지 알 수 있거든요. 그거야말로 솔직한 요리죠.
조미료 맛은 필요 없어요. 조미료는 반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미료가 들어가면 분명 맛있지만, 왜 맛이 있는지는 몰라요. 어떤 재료에서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모른다는 거에요. 그게 조미료에요. 마약과도 같죠.
이곳 ‘Hanjan’에서도 라면을 팔아요. 처음 영감을 받은 건 한국의 ‘신라면’이었는데, ‘신라면’과 다른 점은 조미료 없는 건강한 라면이라는 거에요.
매일 아침 9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9시까지 12시간 동안 육수를 내고, 재료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쏟고 있죠. 맛있지만 건강에 안 좋아서 많이 먹지 못하는 라면이 아니라, 맛있고 몸에도 좋은 라면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에게 요리는 재료에서 시작해 재료로 끝나는 것이었다. 요리에 대한 목적이 ‘맛’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요리에 대해 떳떳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에 있었다.
그렇기에 맛을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거나 보다 자극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진실로 ‘좋은 요리’를 하는 그였다. 하지만 바로 이런 요리 철학이 그에게는 가장 힘든 점이라고도 했다.
“재료를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재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어요. 부추를 예로 들자면, 미국에 있는 것은 한국 부추와 아예 다르고, 심지어 실부추도 없어요. 한국 음식에서 중요한 부분인 마늘의 맛을 제대로 찾기 위해선 꼬박 1년이 걸렸죠.
고춧가루, 간장, 된장, 고추장, 참기름은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오는데, 이곳에서 가져오기로 결정하는 것에도 굉장히 오랜 기간이 걸렸죠. 그래서 가격이 조금 비싸지긴 하지만, 책임감 때문에 결코 아무 재료나 쓸 수가 없어요.
여기에 오시는 외국 손님의 대다수는 한국 음식을 처음 드시는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직원 교육도 까다롭게 신경을 써요. 외국인 직원들이지만 이곳의 음식에 대해서 전부 다 알아야 해요.
어떻게 요리하는지, 맛이 어떻게 얼마나 맛을 내는지까지 전부 다요. 물론 음식 만드는 걸 까다롭고 귀찮게 여겨서 이런 것들 하나도 신경 안 쓰고 쉽게 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국인이라는, 한국 음식이라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갖고, 제 요리를 드시러 오는 손님, 저를 믿고 제 밑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해야죠.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데요.”
‘Hanjan’은 메뉴판이 종이로 되어 있다. 메뉴가 매일 바뀌고 추가되기도, 혹은 잠시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수정에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때때로 한국에서 맛있는 걸 먹어보고 영감을 받으면 메뉴판의 요리들은 달라진다.
변화, 그것이 발전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김훈이 셰프. 그는 최선을 다해 어렵고 귀찮은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또 그 철저한 고집으로 인해 꾸준히 발전하고 있었다.
“요리를 할 때, 드시는 사람들에게 솔직한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을 위해서 만들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자기를 위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거에요.
우리 요리사들은, 모르는 사람들에게 요리를 하는데 그 안에 더 특별한 노력과 정성, 그리고 열정이 없다면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가 없잖아요. 항상 완벽한 요리를 추구해요. 요리 하나마다 다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이에요.
완벽한 요리, 그게 곧 제 인생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요리를 해서 손님이 맛있게 드시는 걸 보면, 그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들어오는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 그게 좋은 요리사죠.”
♣ 우리가 아닌, 그들의 눈으로 본 한식
김훈이 셰프에게 요리란 ‘열정’이었다. 오랜 시간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심어주고 있는 그이지만, 아직 한식이 그들에게 깊숙이 자리하기까지 갈 길은 너무도 멀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하고 친근한 우리의 한식, 과연 그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까.
“외국인들도 한식을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한국 음식을 ‘싼 음식’이라고 느껴요. 마치 우리가 짜장면을 떠올렸을 때 받는 느낌과 비슷할 것 같아요.
뉴욕의 한인타운을 가보면, 아직은 아주머니들이 음식의 스타일도 신경 안 쓰고 서비스도 엉망인 곳이 많거든요.
분위기가 있는 식당으로 관리하는 것도 아니고, 재료도 제일 싼 것을 쓰고, 조미료 많이 쓰고요. 그분들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시는 게 아니라 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시는 거니까요. 그래야 돈이 남으니까.
그런데 이곳의 한국식당은 그런 곳이 99%에요. 한국 음식에 대해 ‘맛있지만 싼 음식’이라고들 생각하는 게 그런 이유예요. 고급스러워야 한다는 게 아니라, 솔직한 음식을 하지 않으면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식의 이미지는 발전될 수 없을 것 같아요.“
“분명히 다른 한국 식당들은 많지만 한국 고유의 장으로, 한국 셰프가 요리하는 식당은 거의 없어요. 미국에서 셰프가 자기 이름을 걸고 하는 한식 레스토랑은 저와 다른 셰프까지 합쳐서 단 2명뿐이에요.
외국에서 한식이 발전하려면, 셰프가 식당을 해야 해요. 셰프로서 자기 이름을 걸고 요리를 하면,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명성이거든요. 당연히 그러니까 음식을 맛있게 내야죠. 손님들은 보통 10번 맛있게 드셔도 11번째가 맛이 없으면 다시는 안 와요.
그리고 그게 고스란히 그 식당의 평판이 되는 거죠. 그러니 100% 맛있는 것, 그게 보통인 거예요. 근데 그건 셰프가 자기 이름 걸고 하는 식당이어야 가능한 것이거든요.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면 더 좋은 요리를 하게 될 거고, 맛있어질 거고, 이런 작은 걸음이 그 동네에서 맛있다고 소문이 나면, 그 음식은 조금씩 더 알려지겠죠.
한식의 세계화? 저와는 사실 상관없는 일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제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더더욱 생각 안 하고요. 그냥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거죠.”
♣ 후니킴이 아닌, 김훈이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보통의 우리들보다도, 그는 더욱 온전히 한국인이고, 더욱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 마음으로 그는 요리를 하고, 그 요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며, 그들의 행복으로 기쁨을 느낀다. 대충 하는 법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철저히 완벽하려 한다. 그것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 때문도,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위함도 아니다. 그것은 아마 요리에 대한 사랑, 한국에 대한 사랑, 그리고 그 자신에 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제 꿈이요? 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성공했다고 느끼고, 바로 지금 제 꿈을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것보다 더 욕심부리면 그건 무리인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 사랑하는 일, 매일 하고, 제가 잘하는 일을 찾았고, 제 일 때문에 많은 분들이 우리 식당을 찾아와서 행복하게 식사를 하시고… 저는 여기서 더 바랄 게 없어요. 한식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어요.
이건 <마스터 셰프 코리아3>를 하면서 많이 봤는데, 젊은 요리사들이 그 자체로서 완벽한 한국 요리를 자꾸 재해석하는 것 같아요.
재해석은 좋지만, 전통보다 더 맛있게 해야 성공한 거잖아요. 보쌈에 치즈를 올린다거나 하는 이상한 외래문화와 섞어서 맛없게 만들어 버리는 건 한식의 세계화가 아니에요. 한국 음식에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라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냉면과 광명시장에서 파는 특정 식당의 빈대떡이 요즘 좋다고 말하는 그였다. 진정으로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하는 그이기에 그는 더욱 자랑스럽다.
그로 인해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세계의 중심은 강대국인 미국도, 그 어디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 그게 어디냐고? 바로 스스로의 열정으로 뜨겁게 움직이고 있는, 우리네 가슴 속 어딘가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