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베스프렌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한국 전통 디저트를 대표하는 떡을 현대화하여 미국 현지인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뉴욕 현지의 디저트 브랜드, BESFREN(베스프렌). 뉴요커에게 사랑 받는 한국식 디저트를 만들어내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 수 있었던 베스프렌만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알고 보니 이 브랜드를 만든 청년들은 브랜드의 이름처럼 ‘절친한 친구(Best Friend)’였다. 훈훈한 미소를 지닌 베스프렌의 박성환(Paul Park), 이민혁(Min Lee) 대표를 맨해튼 80가에서 열린 신 메뉴 런칭 파티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 떡과 초콜릿, 그 오묘한 만남의 시작
베스프렌의 로고에는 열심히 떡방아를 찧고 있는 2마리의 토끼가 들어 있다. 이 토끼들은 그 동안 베스프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디저트 쇼룸을 열기까지 3년 반이라는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온 두 대표의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분명히 베스프렌이라는 브랜드는 한 순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어떠한 사업을 할 것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시작했지만, 어떤 일을 하든 재미있는 일을 벌이자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적인 목표였다.
젊음이라는 열정 하나 만으로도 자신감이 가득할 때였다. 이들은 무료했던 일상에 쉼표를 찍기로 결심했다.
“처음부터 뉴욕에 오면서 창업의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니에요. 저는 미국에 유학 온 지 6년 정도 됐었는데, 원래 전공은 금융 쪽이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었고, 공부를 다시 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았어요.
이민혁 대표 같은 경우는 회계 관련 일을 10년 넘게 하면서 제법 안정적인 때이기는 했지만 업무에 무료함을 느끼던 시기였어요. 어느 날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저질러 보자고 했죠. 재미있는 일을 해 보자고요.”
창업의 시작이 다소 즉흥적이었던 것처럼, 그들의 아이템 또한 처음부터 ‘떡’이 주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뉴욕 시내 한복판에 한국식 카페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
당시만 해도 뉴욕 내 카페는 스타벅스 뿐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두 대표는 손님들이 다양한 음료, 디저트를 즐기면서 오래 앉아 이야기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소소한 공간을 카페로 만들고 싶었다.
그러한 생각으로 처음 개발하기 시작했던 디저트 메뉴가 현재 베스프렌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메뉴 중 하나인 ‘크림 찹스’였다.
“처음에는 카페를 여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다가 한국적인 특별함을 어떻게 메뉴에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던 차에 크림 찹스를 개발하게 됐어요.
바로 사람들에게 맛보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디저트를 브랜드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과감히 카페 창업의 꿈을 접고 베스프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어요.”
♣ 뉴요커 입맛은 내 손, 아니 초콜릿 속 떡 안에 있소이다!
메뉴가 있다고 해서 모두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학도와 회계학도에게 떡을 이용하여 메뉴를 개발한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도 처음에는 말 그대로 떡과 디저트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다.
본격적인 메뉴들을 개발하면서 박성환 대표는 한국에 잠시 머물며 전통 떡 관련 공부를 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떡이라는 식감이 미국 현지인들에게 어색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밤낮으로 고민했다.
이민혁 대표 역시 뉴욕 현지에서 디저트 관련 공부를 계속 하면서 떡과 초콜릿이라는 상이한 디저트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조합할 수 있을지를 연구했다.
둘은 매주 각자가 개발한 신 메뉴들은 함께 맛보며 평가하고 혹독하게 피드백해주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베스프렌을 대표하는 메뉴들이 탄생되기 시작했다.
“메뉴를 개발하면서 저희가 가졌던 가장 큰 미션은 두 가지였어요. 먼저 외국사람들에게 디저트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디저트 크기로서 알맞고 먹기에 편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 다음이 떡 자체가 갖는 끈적한 느낌을 줄이는 노력들이었어요. 아시아계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인들에게 떡의 식감은 약간의 거부감을 줄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마시멜로 같은 정도의 점성을 가지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었어요.”
베스프렌이 자랑하는 베스프렌에서 가장 사랑 받고 있는 메뉴는 3가지다. 찹스 트러플, 찹스 파이, 크림 찹스가 그것들이다.
“찹스 트러플은 초콜릿 안에 떡 덩이를 넣는 형태의 디저트예요. 보통 ‘트러플’이라고 하면 입에서 잘 녹는 크림이 들어간 초콜릿류 정도로 인식이 되어 있거든요.
저희 메뉴에는 떡이 들어가 있으니까 손님들께서 아이디어 자체를 재미있게 봐주시는 거 같아요. 독특한 발상 때문인지 월 스트리트저널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네, 자랑 맞습니다.(웃음) 크림 찹스 같은 경우는 제품 성격상 안에 얼린 아이스크림이 들어가서 그런지 손님 분들이 달콤한 디저트를 원할 때 많이 찾으세요.
그리고 찹스 파이는 전통적 떡의 형태와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어요. 메이플이 기본이 되기 때문에 달콤한 맛이 있지만, 건강한 이미지를 강조하여 아몬드나 잣 등 원재료에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이에요.”
뉴요커들에게 점차 사랑 받기 시작한 베스프렌이지만 여태까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들의 디저트를 맛볼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베스프렌은 웹 사이트(www.besfren.com)를 통해 온라인 판매만을 진행해 왔다.
구매자들은 온라인으로만 주문해야 하는 까다로움을 겪지만, 베스프렌의 메뉴뿐 아니라 미국 내 다양한 로컬 디저트 브랜드의 메뉴까지도 함께 구매하여 맛볼 수도 있다. 이러한 판매 방식은 미국의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성장하며 나아가겠다는 베스프렌의 취지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희소식이 있다. 최근 베스프렌의 첫 오프라인 카페가 생겼다는 사실. 올해 10월 중순부터 맨해튼 32가 5에비뉴 코너를 돌면 베스프렌의 달콤한 초콜릿 향을 맡을 수가 있게 되었다.
“뉴욕에는 뉴요커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로컬 디저트 브랜드들이 꽤 있어요.
분명히 로컬 브랜드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있음에도 고객들이 찾았을 때 제품들을 직접 만나보기는 쉽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베스프렌 카페를 만들 때는 손님들에게 저희 메뉴와 더불어 로컬 브랜드의 장인들이 만든 메뉴들을 만나볼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 열정의 원동력, 그리고 젊음이 가져야 할 책임감
두 대표 모두 뉴욕 내 현지인들에게 베스프렌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뉴욕에서 열리는 푸드 페스티벌에는 빠지지 않고 참가하여 미국 현지들에게 한국의 떡을 맛 보이고, 초콜릿을 접목한 디저트를 선보였다.
기나 긴 연구 끝에 만든 결과물이었던 찹스 트러플은 사람들 앞에 놓일 때마다 큰 호응을 얻게 되었고, 점차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점점 베스프렌을 초청하는 기관이나 행사 자리가 많아졌다.
그렇게 베스프렌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재미를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사업이 커져 가면서 이들이 느끼는 순간순간의 보람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었다.
“디저트를 선보일 때마다 저희 앞에서 먹어 보고 맛있어 하고 또 놀라워하고, 재미있다고 해줄 때가 가장 보람 있는 거 같아요.
푸드 페스티벌은 워낙 큰 이벤트이기 때문에 사실 사람들이 이것저것 맛보고 금방 잊어버리기 쉽거든요. 미련을 갖거나 하지 않고 그냥 ‘맛있었다’라고 생각하고 그치기 쉬운데, 어떻게든 저희를 기억하고 다시 찾아 주실 때 진짜 뿌듯해요.
마케팅을 따로 많이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많은 분들께서 찾아주시고 저희도 그 덕분에 더 자신이 생긴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고객들의 인지도를 확보했고, 나름의 사업적인 초석도 마련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베스프렌도 아직까지 항상 경계하고 염두 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그들이 말하는 ‘책임감’이다. 젊은 사람들이 만든 젊은 브랜드로써 기존의 비즈니스가 시도했던 뻔한 것들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그들만의 책임감 말이다. 그것은 어쩌면 멈추지 않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두 대표의 도전 정신일지도 모른다.
“우리 스스로에 대한 도전이자 브랜드에 대한 욕심, 야망인 거죠. 이러한 책임감 때문에 저희가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나이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어리기에 가져야 할 책임감도 있을 수 있거든요. ‘재미있고 참신한 발상’ 같은 거죠. 그리고 그 발상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개발해서 발전 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3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두 대표에게 베스프렌은 더욱 애착이 갈 수 밖에 없는 브랜드다. 베스프렌은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던 이들의 20대를 다시 불태우게 했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디저트를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여기까지 달려오게 한 원동력 그 자체였다.
브랜드를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이 순탄치 많은 않았지만 브랜드를 향한 두 대표의 열정이 지금의 자리를 가능하게 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2마리의 토끼는 열심히 떡방아를 찧고 있지만 절구통이 부서지지 않는 한 이들의 떡 방아 질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