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오계는 뼈부터 깃털, 피부, 발톱, 부리, 눈까지 몸 전체가 온통 검은색인 충남 연산 지역의 닭이다. ‘뼈가 까마귀처럼 검은 닭’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오골계와 뚜렷하게 다르다. 머리가 일반 닭에 비해 작고 볏은 왕관 모양으로 검붉다.
볏 색깔이 계절과 기온에 따라 농도가 변하는 것도 특징이다. 일종의 돌연변이인 흰 오계가 평균 2000수 당 1마리 꼴로 나오는데, 흰 오계를 생산하지 못하는 오계는 순종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순종 오계는 발가락이 4개 이고 다리에 잔털이 없다. 또 정강이 뒤쪽에 뾰족하게 며느리발톱이 있다. 문헌상으로 ‘오계’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시대 <제정집(霽亭集)>이다. <동의보감>에는 ‘뼈와 털이 모두 검은 오계가 가장 좋다.
눈이 검은 새는 뼈도 반드시 검으니 이것이 진짜 오계’라며 ‘오계가 중풍에 특별 한 효과를 보인다’고 기록됐다. 특히 국을 끓일 때 오계와 함께 파, 천초, 생강, 소금, 기름, 간장을 넣고 푹 삶는 요리법까지 일러주고 있다.
중병을 앓던 조선조 19대 임금 숙종이 연산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한 후로 충청지방 특산품으로 해마다 오계가 진상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온다.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에는 전주이씨 익안대군(태조의 셋째 아들) 제14세손 이형흠이 사육하여 25대 철종 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거의 멸종되었던 것을 이형흠 증손 이계순의 노력으로 일부 보존되어 현재까지 6대에 걸쳐 기르고 있다. ‘지산농원’이 그곳이다.
‘계룡산 사방 30리를 벗어나면 연산오계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연산오계는 그 정도로 지역성이 강해 사육장을 늘리는 것도 힘들다. 1980년만 해도 지산농원 인근 지역에는 20여 농가들이 집 집마다 수십마리씩 연산오계를 키웠다.
그러나 키우기 까다롭고 수익성이 낮아 하나둘 포기해 1990년대 들면서 지산농원만 홀로 남았다. 연산오계는 적어도 6개월은 키워야 먹을 수 있다. 때문에 많아 봐야 1년에 두 번 큰 닭을 출하할 수 있다. 연산오계 암탉은 8~12개월은 길러야 알을 낳는다.
일 년에 100개 정도밖에 알을 낳지 않아 여러모로 양계닭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연산오계는 야생적인 기질이 강해 가두어 놓고 집단적으로 사육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싸움을 하거나 쪼여 죽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사육장 환경도 좋아야 한다.
한 곳에서만 키우다보니 전염병에도 매우 취약하다. 질병이 돌 때 면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 연산오계를 보호해왔다. 근친교배에 따라 열성인자가 만연하는 것 역시 문제다.
이런 문제 해소를 위해 인근에 새로운 농장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주변 주민들 반발로 다시 지산농원으로 오계들을 데려와야 했다. 연산오계는 1980년에 ‘연산 화악리 오골계’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에 등록되었다. 하지만 연산오계는 오골계와는 분명히 다른 품종이다.
문화재청은 2008년 3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지 28년만에 ‘연산오계’라는 본래 이름을 되찾아 주었다. 지산농장은 가업을 잇기 위해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농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1992년부터 연산오계 소비를 위해 전문음식점도 개업해 운영하고 있다.
직거래를 통하여 고기와 달걀 등도 판매한다. 연산오계 달걀도 품질면에서 탁월하다. 삶으면 흰자위 두께가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만큼 육질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그 맛은 여느 달걀 흰자위와는 달리 쫄깃쫄깃하기까지 하다. 2003년 이후로 매년 연산오계문화제도 열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대를 이어 오계를 키울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어 더욱 안타까운 실정이다.
* 등재 : 충남 논산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