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서 가축으로 키웠던 칡소는 몸 전체가 칡 색깔인 한국 재래 한우 종이다.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세로로 나 있어 범소, 호반우, 얼룩소라고도 한다. 가까이서 보면 누런 무늬와 검은 무늬가 번갈아 보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보면 전체가 칡 색깔로 보인다.
태어났을 때는 무늬가 없다가 3개월 지나면서부터 얼굴부터 털빛깔이 변한다. 칡소는 일반 한우보다 덩치가 크고 호전적 성격이다. 일반 한우와 싸울 경우 칡소가 이긴다.
경사진 비탈밭에서 쟁기를 끌기에 적합 하도록 발톱과 어깨 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으며, 성질은 다소 급하지만 사람에게는 매우 온순하고 각종 질병에 강하다. 특히 육질이 연하고 지방분 함량이 적어 조선시대에는 임금님의 수라상 에 오르기도 했다.
고기 색깔은 일반 한우에 비해 조금 검붉다. 전통적으로 칡소를 이용해 소내장탕, 소머리국, 소머리수육, 장조림, 우설찜, 꼬리곰탕, 우족탕 등을 만들어 먹었다.
칡소는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사육되어 왔다. 고구려 고분벽화(서기 357년)에는 검정 소·누렁소·얼룩소가 외양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있다.
국보 242호 울진봉평신라비에는 관리들이 모여 얼룩소를 잡고 술을 빚어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1399년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수의학서 <우의방(牛醫方)>에도 칡소가 토종소로 나온다.
그 외 <삼국사기>, <동의보감> 등 다양한 문헌에도 종종 등장해왔으며, 이중섭 화백의 그림, 시인 정지용의 ‘향수’에도 ‘얼룩배기 황소’가 등장하는 만큼 오래 전부터 우리 조상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왔다.
역사적으로 한 반도 곳곳에서 길렀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오지산간 지역에서만 가끔씩 한두 마리 발견되는 정도였다. 칡소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다. 당시엔 강원도 산골 일부 농가만이 칡소 명맥을 간신히 이어오고 있었다.
다행히 칡소 사육이 용이하고,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사육 농가가 늘었다. 정부의 전통유전자원보존정책도 칡소 늘리기에 한몫 했다.
칡소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은 울릉도다. ‘맛의방주’에 등재된 2013년 당시 전국에 1500두 정도 있었는데, 그중 400두 이상이 울릉도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울릉군에서는 칡소 순종을 보존하고자 제도적으로도 힘을 쏟고 있다.
울릉도 소는 전통적으로 울릉도 고유 자생약초를 많이 먹여서 키워 ‘약소’로 알려져왔다. 울릉도 칡소 역시 전통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 덕분에 칡소 특유의 진한 육색과 지방이 덜 한 담백한 육질로 예전의 쇠꼴 먹은 쇠고기 맛을 느낄 수 있다.
* 등재 : 울릉도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