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건강한 식사, 윤리적 음식, 신토불이 등 음식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맛있는 음식’을 제외하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신선한 식재료를 선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고, 양념이나 향신료와 같은 맛을 첨가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조리를 하는 방법 또는 기술을 조리법이라 한다.
같은 식재료도 조리법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조미 또한 양념을 첨가해서 특정한 맛을 내는 조리과정 중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단원에서 다양한 조리법과 조미법을 살펴보고 맛에 어떠한 변화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 조리방법의 종류와 특징
같은 식재료도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서 다른 맛이 나며, 식재료마다 가장 잘 어울리는 조리법이 있기 마련이다.
한가지의 조리법만 활용한 음식도 있지만 잡채와 같이 시금치를 데치고 당근과 버섯을 볶은 후 함께 버무리거나, 파와 숙주를 데친 후 끓이는 육개장과 같이 두 가지 이상의 조리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식재료가 가진 특징을 잘 살려서 최대한 맛있는 음식으로 만드는 조리법을 찾는 일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기본이다.
● 끓이기
끓이기는 식재료에 물을 가해서 100℃의 온도에서 끓이는 방법으로 국, 찌개를 만들 때 사용하는 조리법이다. 한식의 특징 중 하나는 습열 조리 즉 끓이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주식인 밥은 쌀에 물을 넣고 끓이면 쌀에 있는 녹말이 팽창하고 끈기가 생기면서 호화가 되어 소화 흡수가 쉬운 상태로 된것이다.
육류나 생선류는 끓이면 단백질이 응고되면서 육질이 단단해진다. 이렇듯 쌀이나 육류, 생선류는 끓임으로서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시금치, 쑥갓, 미나리 등의 녹색 채소는 오랫동안 끓이게 되면 비타민 C의 손실이 크고 색소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짧은 시간에 익히는 데치기와 같은 조리법을 선택한다.
● 데치기
데치기와 끓이기는 같은 온도에서 조리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간을 달리한다. 식재료를 끓는 물에 단시간 넣었다가 건져내는 조리법을 데치기라고 한다. 데치기는 나물을 조리하는데 특히 자주 사용하는 조리법으로서 식 재료의 조직을 부드럽게 하고 쓴맛이나 떫은맛과 같이 좋지 않은 맛을 없애주며 식재료의 색을 원래 자연 상태보다 더 선명하게 해준다.
시금치나 미나리와 같은 녹색채소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냄비의 뚜껑을 덮지 않은 상태에서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구어 내면 색깔이 선명하고 영양소의 파괴를 줄일 수 있으며 식감도 좋게 한다. 서양요리에서 데치기는 볶음이나 튀김과 같은 조리법을 실행하기 위한 전처리 단계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으나 한식에서는 데치기는 단독 조리법으로서 대표적으로 나물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 찌기
조리법 중 가열된 수증기를 활용한 간접적 조리법이다. 찜은 다른 조리법에 비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료 소모가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건강식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조리법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온도의 수증기로 음식을 익히기 때문에 음식의 모양 유지가 쉽고 식감도 뭉그러지지 않아서 좋은 편이다.
한식 메뉴는 대부분 식재료 이름에 조리법을 합친 형태가 많다. 그 중에서 찜류가 다양한데 갈비찜이나 아귀찜은 수증기로 익힌 음식이 아닌 조림에 가까운 조리법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한국식 찜요리는 무엇이며 어떤 맛과 질감이 특징인가? 한식 찜요리의 대부분은 양념을 식재료에 더해서 약한 불에서 오랫동안 익힌 것을 말한다. 찜요리를 부드럽고 많이 씹지 않아도 ‘잘 넘어 가는’ 음식으로 이유식이나 환자 음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 졸이기
식재료에 양념을 넣고 가열하여 조리하는 방법으로 닭찜, 콩자반, 생선조림 등을 만들 때 이용하는 조리법이다. 조림은 양념장이 식재료 속까지 잘 베어서 진한 맛을 내며 한국인 밥상에 자주 올리는 음식이다. 조림장 또는 양념장이 음식에 잘 베이게 하기 위해서는 불 조절이 중요한데 끓을 때까지는 강한 화력으로 조리하다가 약한 불에서 한참 익혀서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맛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 굽기
굽기와 튀기기는 건열조리법에 속한다. 수분을 사용하지 않고 식품에 직접 열을 가해서 식재료 자체가 가진 수분을 활용해서 익히는 조리법이다. 굽기는 식재료가 가진 고유의 향이나 질감을 살린 조리법으로서 식재료에 소금을 뿌리거나 거의 양념을 하지 않은 상태로 구운 후 소스를 얹거나 양념장에 찍어 먹는 요리가 많은 편이다.
굽는 조리법은 튀기기와 더불어 음식의 질감을 잘 즐길수 있는 조리법이다. 잘 구워진 고기는 겉은 단단하면서도 속은 육즙이 풍부하며 적당한 온도에서 구운 생선은 자체 수분과 기름으로 인해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 튀기기
튀김은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바삭한 맛’을 낼 수 있는 조리법이다. 튀기기는 대개 지방이 적은 채소나 새우와 같은 식재료를 활용한 경우가 많다. 180℃ 이상의 고온에서 짧은 시간 안에 조리하고 튀김옷을 입혀 튀기는 경우가 많아서 식재료 자체의 수분과 향을 비교적 잘 보존하면서 조리할 수 있는 조리법이다. 기름의 고소한 맛과 튀김의 바삭한 식감은 미각을 즐겁게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볶기
볶는 음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조리법이면서도 조리하는 온도나 볶는 시간에 따라서 전혀 다른 볶음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볶아 낸 음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생기게 되므로 가능한 먹기 직전에 볶는다. 볶음요리는 대체로 한 가지 이상의 식재료를 활용한 경우가 많은데 식재료마다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볶는 시간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양이 많을 때에는 식재료를 각각 볶거나 순서대로 넣어서 볶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