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하고 씹히는 맛은 촉감 중 하나로 입에 음식을 넣고 씹으며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각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아삭’하는 식감은 청량감과 상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우리가 ‘아삭’하고 먹은 사과나 수박, 오이 등이 미지근하다고 생각을 해 보라.
입안에 퍼지는 차가운 수박의 시원하고 달콤한 즙이 뜨거운 여름을 잠시나마 식혀줄 거라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삭’하는 촉각과 이에서 피부로 전달되는 시원한 기운이 수박을 여름 과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한여름에 먹는 수박이 실온의 온도이거나 심지어 따듯하다면 수박이 더 달게는 느껴지더라도 차가운 수박보다 맛이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음식의 맛은 온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음식의 맛을 내는 성분은 같은 물질이라도 온도에 따라 느끼는 감도가 다르므로 식재료가 가지고 있는 맛을 최대한 살려서 먹기 위하여 적정온도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수박이나 배와 같이 당도 가 높고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을 때는 재료의 온도를 차갑게 해서 먹는 것이 더 맛있게 느껴지는 반면, 바나나는 실온 상태에서 먹었을 때 더 달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식재료의 맛뿐만이 아니다.
한여름에도 삼계탕이나 돌솥비빔밥은 뜨거워야 제 맛이고 추운 겨울에도 동치미나 식혜는 살얼음이 동동 띄워져 있어야 맛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음식은 제 온도가 아니면 풍미의 조화가 깨져서 밋밋한 맛이 되어 버리기 쉽다. 따라서 음식마다 알맞은 온도로 조절하여 먹거나 마시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온도는 맛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혀의 미각은 10~40℃에서 잘 느끼고 30℃ 전후에서 가장 예민하여 이보다 온도가 낮아질수록 미각도 둔해진다. 사람이 맛을 잘 느낄 수 있는 온도는 맛에 따라 다르다.
신맛은 25℃일 때, 단맛은 35℃ 일 때, 짠맛은 37℃, 쓴맛은 40℃, 매운맛은 60℃에서 본래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베케시(Georg Von Bekesy)가 1964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네 가지 기본적인 맛의 감각 이외에도 차고 뜨거운 두 가지 감각을 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맛은 네 가지 기본적인 감각과 온도 감각이 혼합되거나 융합되어 형성된다고 하였다.
즉, 뜨거운 느낌은 쓴맛이나 단맛과 잘 융화되나 짠맛이나 신맛과는 잘 융화되지 않아 독립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또한, 레드와인은 15℃, 커피나 홍차는 65℃ 일 때가 가장 좋은 맛과 향을 느낄수 있다.
그 외에 밥은 45℃, 스테이크와 같이 고기요리는 65℃ 정도가 가장 먹기 좋은 온도다. 맛있는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음식마다 제 맛을 내는 적당한 온도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