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식재료를 고를 때, 우리는 색을 보거나 향을 맡아 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 만져보고 느껴 보려 한다. 딱딱하거나, 무르거나, 부드럽거나, 거칠거나 등등 다양한 촉감을 통해 그 식재료가 맛이 있을지, 없을지 혹은 신선한지의 여부 등을 알 수 있다.
또한 음식을 입안으로 넣었을 때, 혀와 입안의 신체적 감촉을 통해서 음식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말랑말랑한지, 연한지, 묽은지 등을 느끼며 음식의 맛을 다르게 인식한다. 본 장에서는 이렇게 음식의 맛에 영향을 주는 촉각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 음식의 조직과 촉각
어린 아이처럼 처음 음식을 먹어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전 자기 나름대로의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먹기 좋게 자른 수박을 입에 넣을 때, 사람은 씹으면 아삭하고 달콤한 즙이 흘러나온다는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한다.
“나 수박 좋아해!” 라고 하는 사람들 중 누구도, 물컹하고 미지근한 온도의 수박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음식의 맛은 우리가 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촉각이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음식 맛에 영향을 주는 촉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촉각이란 “외부의 자극이 피부 감각을 통하여 전해지는 느낌”을 말한다.
맛에 영향을 미치는 촉각 중에는 음식을 입으로 먹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식감이 맛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음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음식에 대한 맛은 차이가 있으며 음식이나 식품의 조직감은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다.
♣ 음식이나 식품이 가지고 있는 조직의 정의
음식이나 식품 조직이란, 액체(fluid) 및 유동체(semi-fluid) 형태의 식품이 가지고 있는 흐르는 성질이나, 고체(solid) 혹은 반고체(semi-solid) 형태의 식품이 가지고 있는 변형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의미를 말한다. 즉, 식품 표면의 미세한 테두리나 조직의 상태로부터 느껴지는 재료 표면의 느낌을 의미하는 것이다.
주로 피부나 근육 조직의 촉각과 근육을 통한 지각에서 느껴지는 감각 등이 이것이다. 이러한 식품의 조직감은 식품이 가지고 있는 구조로부터 생기는 물리적 특성으로 입안의 감촉 등 신체 감촉으로 감지 할 수 있으며, 향미 등의 화학적 감촉과는 별개로 질량, 힘 등의 물리적 감촉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입안의 신체적 감촉으로 감지 할 수 있는 식품의 조직감은 [표 7-1]과 같이 분류 할 수 있다. 음식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1차적 촉각은 음식물을 구성하는 성분에 의해 느껴지는 촉각이며, 2차적 촉각으로는 입 속의 마찰에 의해 느껴지는 질감을 말한다.
질감이란 ‘물체가 지닌 표면적 특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표면적 특성을 통해 입 안에서 식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질감의 특성은 부드럽고-딱딱한, 매끄럽고-거친, 젖은-마른과 같은 것을 말하며, 양쪽의 극단적인 느낌의 사이에 많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특히 맛의 질감은 치아나 혀로 전해지는 음식물의 느낌으로 바삭하면서 부드러운 튀김류, 딱딱하면서 끈적이는 맛탕과 같이 복합적인 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탱탱한 새우, 아삭아삭한 양상추, 쫄깃한 면발 등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표현할 때 맛 자체보다 질감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식재료마다 가장 이상적인 질감을 위해서는 적절한 조리법을 선택해야 하고 음식이나 식재료 자체의 질감으로 부족한 경우 고명을 얹어서 음식질감의 대비효과 (contrast)를 극대화 한다.
음식의 질감은 ‘식감’으로 표현되며, 초콜릿이 입안에서 녹아드는 느낌이나 누룽지의 바삭한 느낌이 대표적인 식감의 예이다. 음식의 질감이나 식감은 개인의 치아로 느낄 수 있으며 일부 혀나 입술 등 입안과 주변의 피부감각으로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식감은 ‘바삭한 맛’이다. ‘바삭바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입안의 촉각과 청각을 자극하며 바삭한 맛을 주로 가진 튀김요리는 튀기는 소리만 들어도 식욕이 돋는다.
한국어에는 음식관련 의성어가 특히 발달해 있어서 직접 먹지 않고 상대방이 음식이나 식재료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그 느낌을 공유한다. 예를 들어 아삭거리다, 쫀득한, 쫄깃한, 오도독거리는 등 음식 질감을 표현하는 다양한 단어가 있으며 식감이 조금만 달라도 새로운 표현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