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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pter 6. 맛의 울림, 청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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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mark 식사와 관련된 소리가 맛에 주는 영향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소리에는 음식을 씹으면서 들리는 소리 외에도 주변 환경에서 발생하는 소리들도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 식당의 배경음악 소리

• 같이 식사하는 사람의 목소리

• 상대방이 음식을 먹을 때 내는 소리

• 식당에서 주변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

• 식기와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

• 공간에서 들리는 그 외의 잡음들

이러한 다양한 소리에 노출되어 식사할 경우, 청각은 미각 다음으로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오감 중 하나가 된다. 음식을 먹을 때 큰 영향을 주는 감각 순으로 정리를 하면 미각(30%), 촉각(25%), 청각(20%), 시각(15%), 후각(10%) 이다.

생각보다 촉각과 청각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이나 냄새에만 집중하며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대화를 하거나, 혼자인 경우에는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음식을 먹기 때문에 청각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각과 후각, 시각은 처음 음식을 접하고 입에 넣는 그 순간이 자극적일 뿐 한번 익숙해지면 더 강한 맛과 향을 접할 때까지 감각이 일시적으로 무뎌지기 때문에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며, 촉각의 영향이 높은 이유는 음식을 먹는 동안 계속해서 느끼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시끄러운 곳에서 음식을 먹을 때,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그만큼 청각이 음식의 맛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는 청각적 요소를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게 조절해서 제공한다면, 사람들이 같은 음식도 더 맛이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일찍이 레스토랑의 음식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영국 런던의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펫 덕(Fat Duck)’의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탈 (Heston Blumenthal)은 실제 자연의 소리를 이용한 ‘바다의 소리’ 라는 이름의 메뉴를 만들어 냈다.

1) ‘바다의 소리’ 요리와 같이 요리사들의 기존 기술(테크닉)에 새로운 기술(테크놀로지)을 활용한, 감정에 호소하는 요리 라는 뜻을 가진 것을 “기술-감각적 요리 (techno-emotional cuisine)”라고 한다.

웨이터는 음식을 고객에게 전달해주기 이전에 커다란 소라를 가져다준다. 이 소라 안에는 작은 녹음기가 들어있는데, 이어폰을 귀에 넣고 들어보면 직접 녹음한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고객이 이렇게 ‘바다의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주인공인 음식이 서빙된다.

바다를 주제로 한 이 음식은 식용녹말로 작은 알갱이의 모래알을 만들었고 바다의 향을 재현한 거품으로 마치 세 가지 종류의 생선과 해초들이 바닷물에 쓸려 올라오는 장면을 담아둔 모습이다. 이 음식을 먹은 고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음식의 모습 자체도 바다의 모습을 닮아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다의 소리가 이 음식을 더 진짜같이 만들었다는 점이다.

한 고객은 이 음식에 대한 평으로 “바다 소리를 들으며 음식을 먹으면 모든게 더욱 현실감 있게 느껴지며, 파도치는 소리를 들으며 생선을 먹으면 마치 생선을 바다에서 갓 잡아 요리한 것처럼 더 신선하게 느껴진다”고 하였다.

또 다른 음식 전문가는 음식을 받은 후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순간 바닷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였다. 이렇듯 청각적 요소는 식재료를 더욱 신선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 활용될 뿐만 아니라, 특정 음식을 먹는 동안 ‘장소의 설정’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즉흥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블루멘탈 요리사의 이러한 획기적인 시도는 세계로부터 미식가를 끌어 들였고, 외식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음식은 맛, 그리고 향이 전부라고 믿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도는 외식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후에 전 세계 수많은 유명한 요리사들도 블루멘탈 요리사와 같이 신기술을 이용하여 청각을 포함한 다른 감각들을 자극시켜 음식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창조하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1)

블루멘탈 요리사가 이 요리를 만들어 낸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요리사들에게 감각의 눈을 뜨게 해 준 선구자가 되었고, 이로써 음식은 맛과 향뿐만 아니라 총체적 경험(total experience)을 창조하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먼 바다건너 영국의 실험적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사실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닷가에 가면 채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해산물을 파는 노점, 또는 해녀들의 식당들을 볼 수 있다. 가끔은 할머니가 좌판에서 소라와 멍게를 파는 곳도 있고, 때로는 활어나 조개구이를 파는 곳도 있다.

이러한 곳에서의 식사가 도심 속의 최고급 식당에서의 식사와 비교하여도 부족함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파도소리와 갈매기의 울음소리, 뱃고동 소리 등이 만들어낸 자연의 소리 때문일 것이다. 자연의 소리 이외에도 뜨거운 가마솥이나 돌솥에서 밥이 누룽지가 되면서 나는 ‘타다닥’ 소리도 구수한 냄새와 함께 먹고 싶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쉬어가기

9. 베이컨과 계란 아이스크림

블루멘탈 요리사는 ‘바다의 소리’라는 요리 뿐 아니라, ‘베이컨과 계란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닭이 우는 소리와 베이컨을 지글지글 굽는 소리를 각각 들려주며 실험을 한 결과, 사람들은 베이컨 굽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아이스크림에서 확실하게 베이컨의 맛을 느꼈다고 했다.

베이컨과 계란 아이스크림

[자료 : YouTube The Fat 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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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출처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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