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음식을 섭취하기 전의 소리는 우리에게 음식의 상태와 맛을 연상하게 한다. 와인이나 맥주캔을 따는 소리, 찌개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 수박을 가를 때 나는 소리는 우리가 음식을 먹기 전부터 자극을 주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기대를 주는 요소이다.
또한 사과를 베어 물었을 때 나는 아삭한 소리, 감자칩을 먹었을때 나는 바삭한 소리는 우리가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청각이 맛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 청각이란? 소리가 들리는 과정
우리는 흔히 소리를 귀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리는 귀를 통해서 뿐만 아니라 몸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는데, 이때 소리를 느끼는 감각을 청각이라 말한다.
■ 귀로 전달되는 소리
소리는 떨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성대가 떨려서 만들어 내는 소리를 귀 속의 고막과 연결되어 있는 귓속뼈를 움직이게 해서 진동을 증폭시킨다. 귓속뼈는 내이(內耳)와 연결되어 있는데, 내이는 달팽이 모양으로 꼬여 있어서 달팽이관이라고 부른다.
달팽이관은 림프액이라는 액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귓속뼈에서 증폭된 소리는 달팽이관에서 액체의 파동으로 바뀐다. 여기 액체의 파동이 전달되면 신경의 신호로 바뀌어 대뇌로 전달되어 소리로 인식하는 것이다.
■ 피부로 전달되는 소리
하지만 결국에 소리라는 떨림이 달팽이관에 전달이 되어서 우리에게 소리가 들리게 된다면, 꼭 그 진동은 귀를 통하지 않고도 느껴질 수 있다. 피부나, 입 속에서도 진동이 전달되어 소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이를 깨물어 먹을 때, 남이 먹을 때보다 내가 먹을 때 훨씬 큰 소리가 나는 것은 그 소리가 귀를 통한 진동이 아니라 치아로 오이를 씹으면서 나는 떨림이 이와 잇몸을 통해 턱뼈로 전달되고, 그 진동으로 소리가 반고리관으로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소리를 귀로 듣지만 피부 등을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본인이 먹는 과자의 아삭거리는 소리에 주변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한 경우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바로 입 속에서의 진동이 전달되어 소리가 된 경우이다.
이러한 사실은 청각이 어떻게 맛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해 준다. 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감자칩 과자를 가지고 실험을 하였다. 실험 대상자들에게 같은 봉지에서 나온 동일한 감자칩을 몇 개씩 주고 바삭한 정도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실험을 하는 동안, 실험대상자가 감자칩을 씹을 때 나는 소리를 살짝 변형해서, 한번은 조금 작게, 한번은 조금 크게도 들리도록 하였다.
모두 다 같은 봉지에서 나온 감자칩 임에도 불구하고 실험대상자들은 소리가 작게 들린 때에는 감자칩이 덜 바삭하고 무르게 느껴졌다고 답하였고, 소리가 크게 들렸을 때는 훨씬 더 바삭하다고 느꼈다. 믿기 힘든 결과지만 이 실험을 통해서 과학자들은 소리가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