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각과 미각
냄새만큼 맛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없다. 사실 우리가 입으로 경험하는 대부분은 실제로는 코로 경험하는 것으로 냄새대로 맛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향미가 실제로는 주로 냄새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의 혀가 느끼는 것은 고작 단맛과 짠맛, 신맛과 쓴맛일 뿐이고, 레몬 맛이라든가 초콜릿 맛 같은 기타 모든 맛은 전부 코로 경험하는 것이다. 실제로 감기에 걸렸을 때 음식의 맛에 둔해지는 것으로도 알수 있다. 대부분의 냄새는 들숨을 통해 코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입 뒤쪽 비도를 통해 들어온다.
이러한 유형의 냄새를 ‘비후(鼻後, retronasal) 냄새’라고 한다. 숨을 내쉬거나 들이쉴 때 공기는 입 위쪽으로부터 코를 통해 이동하는데 공기의 흐름을 타고 음식 냄새가 함께 코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 냄새는 코에 있는 감각 수용체들을 지나면서 미각에 강한 영향을 준다.
냄새와 맛의 통합은 대단히 강하다. 음식 향미의 80퍼센트는 비후 냄새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맛의 경험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서 통합된 냄새와 향미는 그 두 가지의 총합을 뛰어넘는 맛을 경험하게 한다.
신경생리학적 연구 결과로 뇌 스캔 영상을 보면 서로 조화를 이루는 향미와 냄새가 동시에 지각될 경우, 맛을 관장하는 뇌 영역은 그 향미와 냄새를 각각 따로 따로 제시했을 때의 활동량의 합보다 훨씬 큰 활동량을 보인다.
■ 후각과 감각접점
오감 브랜딩을 연구한 마틴 린드스토롬(Martin Lindstrom)의 브랜드 센스(Brand Sense) 연구 결과를 보면 시각이 58퍼센트, 후각은 45퍼센트, 청각은 41퍼센트, 미각은 31퍼센트, 촉각은 25퍼센트의 순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에서 5가지의 모든 감각이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감각은 시각이고 후각이 그 다음 순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기업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구축하고자 할 때 브랜드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감각과 감성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강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브랜딩의 목적도 아이덴티티 구축의 개념에서 브랜드 체험의 전달로 변화하고 있다. 후각은 어떤 다른 감각보다 인간의 감성과 기억 그리고 행동을 자극한다고 밝혀짐으로서 감성적으로 더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드는데 후각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 후각과 색채
우리는 경험에 의해 어떠한 색채는 꽃이나 음식 등의 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냄새를 잘 연상시키는 색채는 분홍, 연노랑, 연보라, 초록이고 갈색, 회색, 검정 등 일반적으로 어둡게 느껴지는 색은 냄새를 잘 연상시키지 못하는 색이다.
대체적으로 구체적인 물체의 냄새와 색채가 강하게 연결되어, 색채가 냄새를 연상적으로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다. 즉 좋은 향기를 내는 꽃이나 과일의 색채가 좋은 냄새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 후각과 언어
후각을 나타내는 표현을 사전에 나타난 의미 항목을 기반으로 정리하면 ‘냄새’라는 의미를 가진 형용사들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후각의 분화 상태에 따라 <향내>, <고소한내>, <매운내>, <고린내>, <노린내>, <비린내>, <지린내>로 하위 분류할 수있다.
후각 형용사는 기본 냄새에서 비롯되는 의미 자체에 후각적 자질과 더불어 미각적 자질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미각 형용사로 전이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음식이나 동식물의 냄새’가 ‘사람의 성품이나 행동’으로 의미 전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요약 및 결론
후각은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냄새나 향을 맡고, 음식의 맛을 느끼며 또한 음식의 부패나 화재의 발생, 가스나 독성 물질의 누출과 같은 위험한 상황을 인지 하는 등 인간의 기본 생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요리사, 맛 감식가, 소방관, 다양한 산업체 근로자 등)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감각이다. 후각은 냄새를 맡는다는 단순원리를 벗어나 다섯 가지 감각의 어떤 감각보다 직접적으로 인간의 감성과 기억을 자극하는데 기여한다.
다양한 감각과 연결된 후각은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의 생존과 함께 인간의 감성, 감정, 커뮤니케이션과같은 고도의 인지 기능에도 밀접하게 관여해 왔다. 오늘날 농어촌 지역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생산자와의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며, 감각과 감성을 통해 인상 깊은 체험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들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제 단일감각을 뛰어 넘어 오감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때 특히 후각은 인간의 두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가장 정서적인 감각으로 소비자의 높아지고 있는 감성적 욕구를 최대한으로 만족시키며 오감 체험을 가능케 하는 효과적인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맛체험 교육에서 후각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 활동해보기
1. 냄새와 향기에 기인한 각자의 맛 경험을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과 공유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