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기
후각은 냄새를 대상으로 하는 감각이며, 그것은 감각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어서 지식의 세계와는 또 다른 범주를 제공한다. 냄새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감각의 세계를 떠오르게 하며, 특히 정서적인 생활속으로 끌어들이는 강한 흡인력이 있으므로 후각은 존재하는 감각 중 가장 풍요롭고 복잡한 감각 경험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후각은 평상시 생각지도 않았던 기억을 일깨워 시공간을 초월하여 오감의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또한 과거 우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것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매개체이다. 본 장에서는 후각에 의해 맛의 경험과 기억이 어떻게 생성되는지 살펴보기로 하겠다.
♣ 후각의 인지
인간이 정보를 인지하는 과정에서 냄새는 감각, 상상, 연상,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후각신경에서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경로는 다른 감각과는 달리 매우 독특하다. 다른 감각들은 모두 시상(視床)이라는 중간 과정을 거쳐 대뇌로 전달되는데 비해, 후각은 중간 단계 없이 정보가 뇌로 바로 전달된다.
그뿐만 아니라 후각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변연계)로 바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냄새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무의 식적으로 작용한다.
코를 통해 들어온 냄새는 후각 수용체와 만난다. 후각 정보가 바로 입력되는 뇌 부위가 우리의 기분과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이다. 따라서 후각에 의한 감각은 매우 유용한 것이며,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탐지 장치이기도 하다. 인간의 후각은 개인의 차이가 매우 크다.
후각은 성별과 인종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며, 유색인종이 백인종보다 더 민감하다고 한다. 후각은 냄새를 포착하는 후점막의 색이 짙을수록 예민하기 때문이다. 백인종은 이 색소 침착이 적기 때문에 그 만큼 감각이 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 여성의 후각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꽃과 음식의 냄새를 맡는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 여성은 평상시에 음식과 화장품을 접할 기회가 많아 알게 모르게 훈련되어, 코가 냄새를 잘 맡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예민한 후각은 선천적인 것에서 비롯되지만 훈련을 통해 후각의 기억 영역을 높이면 어느 정도는 향상시킬 수 있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감수성이 감소한다.
신생아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냄새에 반응을 보이고, 갓난아기가 어머니의 냄새를 감지하는 것도 후각이 일찍부터 발달하기 때문이다. 냄새에 대한 감수성은 어릴 때 발달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 최대치에 이르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둔해진다. 따라서 후각의 기능은 젊을수록 뛰어나다.
특히 후각의 감수성은 30대에 가장 최고치이며 50~60대까지는 잘 유지하다가 65세 이후 노인이 되면 점점 후각을 잃어가며, 결국 후각 능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치매가 시작되면 변연계의 이상으로 후각 기능도 잃게 되는데, 이것 또한 나이와 관련이 있다.
♣ 쉬어가기
6. 후각의 재발견 - 감정의 연금술사
“후각은 좋고 싫은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다.”(브라운대학 레이첼 교수) 냄새보다 기억하기 쉬운 것은 없다. 다른 어떤 감각보다 인간의 감정을 자극시키는 것은 바로 후각이다. 오감 중 후각이 가장 직접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변연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지 향기만을 맡았을 뿐인데 사람의 기분이 달라진다.
[자료 : KBS 1TV, 마음을 조종한다 – 후각의 비밀(제1편), 2007년 3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