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의 영향
음식의 맛에 미치는 색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음식이나 식재료 자체의 색도 맛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음식과 주변의 색에 따라 식욕이 증진되기도 하고 감퇴되기도 한다.
■ 식품과 색의 상관관계
일반적으로 빨강은 식욕을 돋우는 대표적인 색이다. 음식점 입구나 실내 한쪽에 빨간색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식욕이 증진된다. 그러나 노란색에는 식욕을 자극하는 정도가 현저하게 감소되며, 연두색에서는 상당히 낮아진다.
연두색에서는 느낄 수 없던 식욕이 초록색에 이르면 신선함이 느껴져 다시 식욕을 자극하게 된다. 신선한 초록색은 난색 계열이 대부분인 음식물에 대비효과를 줌으로서 음식물의 맛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파랑, 보라 등의 색채는 식욕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란색이 음식 자체의 색으로 적합하지 않더라도 음식 주변의 환경 색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파란 색의 식탁이나 식기류에 놓인 음식은 오히려 깔끔하고 맛이 있게 느껴지게 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는 그릇과 음식물 간의 색채 조화를 고려한다면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상차림의 분위기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
이렇듯 색마다 각각 보편적 이미지는 있으나 어떻게 배색을 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때로는 맛있게 때로는 맛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 색의 차이에서 오는 미각적 경험의 차이
식품 색채에 따른 감성 반응은 사람의 인지처리 과정에서 세 단계로 나누어서 활용할 수 있다. 직관적 차원, 분석적 차원, 회고적 차원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직관적 차원은 식품의 색으로 인지되는 색채를 규명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둘째, 분석적 차원은 색채와 맛의 상호관계를 정량화하는 단계로서 색채 속성에 따른 미각 차원별 강도를 파악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셋째, 회고적 차원은 미각과 관련된 총체적 경험을 아우르는 최상위 단계로서 색채의 배색 비율을 통해서 식문화 이미지를 표현한다.
[표 4-1]은 색상·색채와 맛·향의 상관관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맛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점을 정리한 것이다. 난색계열은 대체로 따뜻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맛으로 표현하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특징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오렌지 계통의 색은 명도와 채도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체로 오렌지나 레몬의 신맛이나 커리의 강한 매운 향을 떠올리게 한다. 보라색이나 청색은 식재료로 자연에서 흔하게 찾을 수 없는 색으로서 무의식중에 쓴맛을 연상하게 한다.
위의 표에서 정리한 색채에 따른 맛과 향의 특성은 한 가지 색을 사용했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몇 가지 색을 써서 칼라코디네이션을 했을 때에는 쓴맛을 떠올리게 하는 보라색 식품도 부드럽고 맛있게 보이게 할 수 있다.
■ 사례 : 사과 색에 따른 미각적 경험의 차이
사과는 전국 여러 곳에서 재배되는 대표적인 과일로서 품종, 생산시기, 지역에 따라서 그 맛이 달라진다. 사과는 특히 같은 품종이어도 지역에 따라서 수분함유량이나 질감이 다를 수 있다. 최근에는 냉장사과가 유통되면서 마트나 시장에 가면 계절에 관계없이 많으면 3~4종류의 사과를 볼 수 있다.
● 일명 아오리라고 하는 연두색 사과는 여름에 나는 품종으로 원래 초록색 사과가 아니라 익으면 빨갛게 변하는 품종이다.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지만 시큼한 맛도 강해서 신맛 사과로 잘 알려져 있다.
● 반면 8월이면 맛볼 수 있는 홍로의 특징은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 씹는 맛과 과즙이 많다는 점이다. 신맛보다 당도가 높은 늦여름 사과로 과육이 단단해서 쉽게 상하지 않아서 인기가 많다.
● 10월 초가 되면 제맛인 감홍사과는 당도가 상당히 높으며 사과 육질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다. 산도는 낮고 당도가 높아서 인기 있지만 상온에서 2주 정도밖에 보관할 수 없는 사과다.
● 늦가을인 11월부터는 일명 겨울사과인 부사가 한창이다.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은 부사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그리고 부사는 6개월 정도 저장할 수 있어서 10월말 ~ 11월 초에 수확해서 겨우내 먹을 수 있다.
이처럼 사과의 색을 보고 가늠하는 사과의 맛은 ‘학습된 식재료의 맛’으로 해당 음식이나 식재료의 색만 보고도 맛이 진한지 연한지, 달달하지 새콤한지 등을 첫 눈에 알아보게 된다. 이는 색 자체가 갖고 있는 맛의 이미지와는 달리 경험에 의한, ‘경험한 맛’에 근거한다. 특정 색이 갖는 맛의 이미지를 살펴보자.
■ 음식명으로 통용되는 색
서양의 색표계가 빛의 파장의 길이에 따라서 다른 색 감각을 그 특정별로 표시한 것이라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색표계는 음양오행적 우주관에 바탕을 둔 다섯 가지 정색(正色)과 다섯 가지 간색(間色)을 음양으로 배치한 것으로서 10가지 색을 기본색으로 하고 명도와 채도는 자연현상의 명암청탁(明暗淸濁)에 비유한 기억색의 이름으로 나타냈다.
색의 이름에는 그 유래가 담겨 있는데 그것은 색의 출처에 따라서 명명된 것이 많다. 그 중에도 특히 음식이나 식재료의 이름이 많은데 치자색(노란색)은 치자나무 열매에서 채취한 염료에서 유래하며, 꼭두서니(붉은색)는 꼭두서니라는 다년생 넝쿨에서 유래하며, 송화색은 소나무에서, 연지색은 연지벌레에서, 남색(또는 쪽색)은 일년생 풀인 쪽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외에도 유백색, 옥색, 연두색 등은 모두 자연현상이나 사물의 색을 관찰하여 색의 명칭을 붙인 것이다.
♣ 요약 및 결론
시각은 식재료와 음식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같은 식재료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으며, 색에 따라 맛의 특징이 결정된다. 특정 색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식재료의 상태를 판단하기도 한다.
또한 어떠한 색을 보면 특정한 음식이나 식재료를 떠올리기도 한다. 음식이 가지고 있는 색이 식욕을 불러일으키거나 식욕을 감퇴시키기도 한다. 특히 음식이나 식재료의 맛은 개인의 주관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된다. 시각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음식이나 식재료의 정확한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음식이나 식재료를 보더라도 보는 이에 따라서 그 느낌은 달라 질 것이다. 따라서 맛을 표현하고 묘사하는 다양한 표현법을 익히는 것은 중요하다.
♣ 활동해보기
1. 설탕, 소금, 다크 초콜릿, 레몬 순서로 맛을 보고 각각의 음식의 맛에 대해 형용사를 제시해 보고 연상되는 색을 칠해본 후 다른 사람들과 색과 맛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2. 다음 제시된 색의 배색을 보고 떠오르는 맛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