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체험 이야기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혀에서 느낄 수 있는 맛에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섯 가지 종류 이외에 또 다른 맛들을 느낄 수 있다.

발효가 잘 된 음식에서 나는 ‘톡 쏘는 맛’, ‘구수한 맛’ 뜨거운 국을 먹을 때 혹은 특유의 청량감이 느껴지는 ‘시원한 맛’ 등은 혀의 미뢰로만 인식되는 맛이 아닌 감성적이고 때로는 학습에 의해서 생성되는 또 다른 맛인 것이다.

예를 들면 뜨거운 콩나물국을 들이킨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시원~하다!!”라고 맛을 표현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팔팔 끓던 콩나물국이 금방 차가워졌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즉 뜨거운 음식을 먹고 ‘시원하다’라고 하는 것은 음식의 온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일종의 맛을 가리키는 것이다.

하지만 양파나 대파는 매운 맛을 가지고 있을 텐데, 왜 우리는 시원하다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일까? 국어에는 이같이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기 힘든 맛들도 많고, 자주 쓰지 않아 정확히 어떤 말인지 모를 수도 있는, 맛을 표현하는 말들이 우리 일상에 많이 숨어있다.

예를 들면 ‘고소하다, 구수하다, 담백하다, 비리다, 누리다, 꼬릿하다, 산뜻하다, 개운하다, 상큼하다, 느끼하다, 밍밍하다, 따분하다, 신선하다,’ 등 다섯 가지 기본적인 맛 이외에 맛을 표현하는 다양한 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맛은 입속에서 느끼는 것 이외에도 기억의 단편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예전에 비해 생활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입안에 들어가는 음식의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듯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느낄 새도 없이 마냥 바쁘게 지나쳐버리기 십상이다.

종종 특정 음식 냄새를 맡거나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이 음식과 관련된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곤 한다. 겨울에 손이 새까매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뜨거운 군고구마를 공중으로 던져가며 호호 불어가며 까먹던 기억이라던가, 어렸을 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들의 맛이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즉, 사람들마다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추억의 음식 맛’이 있는 것이다. 가끔은 그 맛이 그리워 좋은 재료와 솜씨로 재현 해 보려 해도 그 맛이 나지 않아 실망하기도 한다. 아무리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도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 맛에 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맛의 비밀은 바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맛에 대한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추억의 맛’, ‘고향의 맛’ 등은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맛이지만, 진정한 맛체험을 위해서는 입이 느끼는 기본적인 맛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또 다른 맛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요약 및 결론

현대인들이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단순히 허기를 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찾기 위함이다. 음식을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은 음식의 다양한 맛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본 맛에는 짠맛, 단맛, 신맛, 쓴맛 네 가지가 있으며 여기에 감칠맛이 포함된다. 오미라고 하면 보통 매운맛과 떫은맛도 생각되어지지만 이는 입으로 느낄 수 있는 맛이 아닌 통각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맛이란 단순히 입으로 느껴지는 맛을 넘어 개인의 취향, 문화, 생활방식, 습관 등 다양한 것이 반영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표현하는 시원한 맛, 고향의 맛, 추억의 맛 등 다양한 맛에 대한 표현이 나오게 된다.

이렇듯 맛은 단순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맛에 대한 이해는 우리가 맛을 평가하고 기분 좋게 경험하게 되는 입문이 된다. 따라서 복잡한 맛에 대해 알아가는 첫 단계는 입을 통해 느껴지는 다양한 감각을 정확히 알고 이를 바탕으로 맛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활동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