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체험 이야기

어떤 음식이든지 맛을 보는 것은 맛을 탐지해 내는 구강 세포, 즉 미각 세포에서 시작된다. 미각 세포들은 50~150개 정도가 모여 ‘미뢰’라는 조직을 구성한다. 음식을 입안에 넣고 씹기 시작하면 침과 섞이면서 즙이 나오게 되고 음식에 포함 된 화학물질들이 미뢰에 닿아 미각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각 세포를 화학수용체(chemoreceptor)라고 부르는데 수천 종의 화학수용체에 의존하는 후각과 달리 미각은 다섯 종류의 화학수용체에 반응한다. 즉, 인간의 혀는 짠맛, 단맛, 쓴맛, 신맛, 그리고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혀로 느끼는 맛 중 보통 짠맛과 감칠맛은 주식으로 먹는 음식들, 그리고 단맛과 신맛은 간식의 기본 맛이 되는 경우가 많다.

♣ 쉬어가기

그런데 미각은 매우 주관적이며 사람마다 맛을 느끼는 농도는 매우 다르다. 보통 쓴맛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은 채소를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 맛에 둔감하지 않은 아이들이나 쓴맛을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채소를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이 쓴맛을 다른 맛보다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단맛이나 짠맛의 경우는 우리가 느끼는 맛 중에서 매우 자극적인 맛에 속하기 때문에 이 맛에 둔감해진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단맛과 짠맛의 농도를 매우 약하게 느끼거나 아예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오랜 편식과 특정 음식이나 맛에 대한 중독 (예: 초콜릿 크레이빙), 반대로 음식 공포증 등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단맛이나 짠맛에 둔감해지게 되면 좀 더 농도가 진한 맛의 음식을 찾게 되고 결국 성장장애, 영양결핍, 고혈압, 당뇨병 등 인체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 일반인들도 동일한 음식을 자주 먹다 보면 그 음식의 맛에 둔감해지게 된다. 이렇게 미각 수용체가 감각에 단기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은 다른 감각기관의 습관화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처음 커피를 마실 때 쓴맛에 당황하기도 한다.

보통 쓴맛이 나는 음식은 몸에 해롭다는 신호를 두뇌에 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되면 커피의 쓴 맛에 익숙해지게 되고 커피가 가진 다른 맛을 알게 되며 커피를 마실 때 우리 몸이 느끼는 효과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즉 미각 수용체의 장기적 적응은 반복적인 노출, 개인적 경험, 기억 등의 문화 환경과 관련이 깊은 요인들을 통해 특정 맛과 음식에 적응하게 된다. 반면 맛에 대해 민감한 사람은 적은 농도에도 특정 맛을 분간해 낸다.

즉 맛에 예민한 사람은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간을 세게 할 필요가 없으며 음식의 양념 맛이 아니라 음식에 사용된 재료 본연의 맛을 음미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와인의 맛과 향을 감별하고 평가하는 소믈리에, 커피 감별사인 큐그레이더 등 미각을 사용해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적은 농도에서도 맛을 잘 식별한다.

이들의 일상식은 간이 세지 않고 특히 맛 감별을 해야 하는 날에는 식빵이나 맨밥 등을 먹어 맛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상태로 만든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맛은 신체적, 외부 환경적 특징 등에 의해서 매우 편차가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우리가 식재료나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입맛이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미각의 민감도를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겠다. 다음은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미각 테스트 방법이다.

♣ 쉬어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