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채소 발효식품인 김치는 배추, 무 등 여러 가지 채소류에 마늘, 생강, 파,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섞어 제조되는데 이러한 채소류 및 양념에는 토양, 공기, 물 등으로부터 유래된 세균, 효모, 곰팡이 등 여러 미생물들이 부착되어 있다.
이들 미생물들은 절임, 세척 등의 공정을 거치면서 일부는 제거되는데 이 중 높은 소금 농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유산균이 다수 잔존하여 김치 발효에 관여하게 된다.
김치는 겨울철에 얻기 힘든 채소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소금으로 절여 맛과 보존성을 높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가지 재료들로부터 유래된 유산균들에 의해 발효가 일어남으로써 맛과 영양이 더욱 풍부해진다.
김치의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은 그 종류와 발효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른 발효 부산물을 생성하여 김치의 맛과 품질을 결정짓게 된다. 그러나 어떤 김치 재료에서 유래한 유산균이 김치 발효에 많이 관여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최근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김치 원·부재료인 배추, 마늘, 생강, 고춧가루에 있는 미생물을 멸균한 뒤 김치를 제조한 결과, 정상적인 김치 발효가 일어나지 않아 김치 발효는 재료로부터 유래한 유산균으로부터 발효가 진행됨을 확인하였다.
또한 생강이나 고춧가루보다는 배추나 마늘에서 유래한 유산균들에 의해 김치 발효가 유도되고 이들 유산균들에 의해 김치에 청량감과 단맛을 주는 만니톨(Mannitol)과 적절한 신맛을 주는 젖산(Lactic acid) 등의 대사산물이 생성되는 것도 밝혀졌다.
김치 재료에 있는 유산균의 양과 종류는 계절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계절에 따라 김치 맛이 달라지는 이유가 계절별 채소 성분의 차이에 의한 것도 있지만 채소에 있는 유산균의 양과 종류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