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문화, 나누기 정신에 의미 더하기
우리 조상들은 생생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철을 대비하기 위해, 채소를 오랫동안 저장하면서 먹기 위한 방법으로 김장을 고안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집집마다 삼삼오오 모여 김장김치를 담갔다.
이러한 김장 품앗이는 한국인이 공유하는 오래된 정서이다. 혼자 하기 벅찬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각자의 ‘품’을 덜고 마음을 나누는 행위이다. 동네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속에서 김치를 매개로 서로의 정(情)을 나누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나눔 문화이다.
♣ 공동체 교감의 결정체, 김치
김치는 수천 년 동안 한국을 대표해 온 채소 발효식품이다. 그동안 김치는 주변에서 종주국 자리를 위협받았지만 스스로 문화유산으로 남아 그 자리를 지켰다.
한국의 김장문화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면서 단일 식품 이상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김장문화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그 속에서 교감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동체 의식과 나눔 문화는 세계로 뻗친 감염병 확산 위기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시대를 나누는 기점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기 어려워지면서 모든 일을 만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1∼2인 가구와 노인 인구 증가로 인구 구성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가정 내 간편식 소비와 가정 외 단체급식이 늘어나는 식생활 패턴의 변화로 김장문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서서히 잃고 있다.
더욱이 사람들에게 급박한 환경 변화에 유연하고 속도감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공동체 생활에서 시간과 함께 묻혀 있는 정서적인 김장문화를 찾으려는 관심과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 김치와 김장문화를 즐기는 방법 찾기
2010년 1월 1일, 문을 연 세계김치연구소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김치의 모든 것을 연구하는 종합연구기관으로써 세계에서 단 하나뿐이다.
연구소는 김치의 종균 개발과 적용, 발효 미생물의 기능성 활용, 김치 저장과 포장 방법, 위생 안전성 분석 기술과 같은 자연과학 연구부터 역사, 문화, 산업, 정책 등 인문사회 연구까지, 다루는 연구의 범위가 넓고 깊다.
저자가 속한 문화융합연구단의 연구팀은 전국 각지에서 조사 발굴한 김치문화의 원형을 온·오프라인 콘텐츠로 제작해서 국내외 많은 사람들에게 김치와 김장문화의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의 많은 문화권 사람들이 김치와 김장문화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많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